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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의 역사와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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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5-01-07 ㅣ No.80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의 역사와 조직

 

 

‘FABC’(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는 이제 아시아 교회 안에서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비록 그 시작은 주교들을 위한 특별 기구였지만, 이제는 성공적으로 교회생활 전반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종교 간 대화, 토착화, 완전한 해방 등에 대한 아시아 교회의 관심은 분명 FABC의 총회와 여러 차례의 세미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러 평신도와 수도자의 쇄신 프로그램들도 FABC의 지향을 그들 고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러한 면에서 아시아 교회에서의 FABC는 보편교회에서의 바티칸과 유사하다고 하는 데에 큰 무리가 없다.

 

FABC가 설립된 지 30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FABC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전 대륙의 신학자들은 신학의 진보와 발전을 얘기할 때, FABC의 업적과 방향에 대해 언급한다. 많은 이가 FABC가 과거 해방 신학의 절정기에 CELAM(라틴 아메리카 주교회의 연합회)이 했던 역할과 유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FABC의 주된 관심은 종교 다원주의 신학이다. FABC가 아시아에서 하고 있는 활동은 새로울 뿐 아니라 세계 교회의 미래에 대해 비평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 점에 대해 미국 주간지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의 발행인인 토마스 폭스는 『아시아의 성령강림: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에서 “오늘날 아시아 교회는 세계 교회와 나눌 중요한 것을 갖고 있다. 마음을 열고 교회를 생각하는 방식을 새롭게 한다면, 우리는 비서구적이며 전혀 새로운 관점, 곧 아시아적 관점으로 가톨릭시즘을 보기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1. 기원과 역사

 

FABC의 시작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아시아 주교들은 이 기간 동안 로마에 머물면서 처음으로 서로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여러 달을 함께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친교가 형성되었으며, 공동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까지 함께한 일이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실제로 아시아의 주교들보다 유럽의 주교, 특히 로마의 주교들과 더 많은 관계를 맺어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아시아 주교들은 서로 더 많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 뒤, 1970년 11월 교황 바오로 6세의 필리핀 마닐라 방문은 아시아의 주교들을 한군데에 모이게 하였다. 아시아 전역의 주교들이 함께 모인 이 모임에서 FABC에 대한 개념이 처음 잉태되었다. 여러 해 동안 FABC에서 자문 신학자로 활동한 필리핀의 아레발로(C. G. Arevalo) 신부는 이 아시아 주교 모임(ABM, Asian Bishop’s Meeting)이야말로 진정한 ‘아시아 교회’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ABM에서 발표한 ‘회의 메시지(Message of the conference)’는 새로운 자각을 일깨워주었고 마침내 진정한 인간 공동체로서 아시아의 모습이 탄생함을 알렸다. 메시지는 아시아 교회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분석하며, 어떻게 교회가 아시아의 다른 이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하였다. 

 

또한 주교들은 ‘결의서(Resolutions of the Meeting)’를 내놓았는데, 여기서 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의 창립을 촉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4개월 뒤 홍콩에서 첫 만남이 이루어졌고, 여기서 각국 주교회의 의장들은 연합회의 성격과 목적, 범위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러나 연합회의 창립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교황청은 CELAM(1956년 설립)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당시 주 대만 교황 대사였던 캐시디 주교를 통해 연합회의 출범을 보류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아시아 주교 모임이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근본적 선택을 지지한 이후에는 더욱 그러했다. 

 

그렇지만 어떻든 홍콩의 모임은 계속해서 진행되었으며, 마침내 조직과 정관 초안을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정관은 1972년 11월 마침내 교황청의 승인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ABM 이후 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FABC가 공식적으로 설립되게 된다. 이 사건은 종종 ‘예언적 영감’ 또는 ‘단체성의 은총’이라 일컬어진다.

 

 

2. 조직과 임무

 

FABC 정관에 따르면,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의 모든 주교회의는 연합회의 회원이 될 수 있다.”(제5조)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정회원으로는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대한민국, 라오스-캄보디아,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 미얀마,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대만, 태국, 베트남의 14개 주교회의가 가입되어 있으며, 준회원으로는 독립된 주교회의는 아니지만 홍콩,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마카오, 몽골, 네팔, 시베리아(러시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있다. 

 

“FABC는 정기총회, 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 중앙사무국, 위원회들로 이루어지는 위계 조직을 통하여 그 임무를 수행한다”(제6조). 정기총회는 FABC 최고 의결기구로서 4년마다 한 번씩 열린다. 정기총회는 회원국 주교회의의 의장(중앙위원회 구성), 대표 주교들(각 주교회의에서 선출되며, 구성원 수는 주교회의 주교 수에 따라 결정됨), 준회원 국가의 대표 주교들, 중앙위원회 위원들(정기적으로 선출된 아시아 다른 지역의 다섯 명의 주교)로 구성된다. 

 

정기총회 사이에 중앙위원회(적어도 2년에 한 번씩 모임)가 FABC를 이끌며, 이 중앙위원회 모임 사이에 열리는 상임위원회(적어도 1년에 한 번)는 중앙위원회의 지시를 이행한다. 또한 상임위원회는 중앙사무국의 보조를 받는다. 중앙사무국은 FABC의 주요 봉사 기관이며, 사무총장의 관할 아래 중앙사무국의 일상 운영은 사무차장이 맡는다. 설립된 다양한 위원회는 FABC 중앙사무국을 통해 FABC의 특별 기능을 수행한다.

 

FABC에는 현재 7개의 위원회가 있다. 곧 사회위원회, 일치위원회, 복음화위원회(과거 선교 위원회라 불림), 교육위원회, 홍보위원회, 평신도위원회, 신학위원회로 구성된다. 중앙위원회의 임명을 받은 3-5명의 주교들은 각 위원회의 책임을 맡으며,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위원장직을 수행한다. 각 위원회의 위원장은 총무 1명을 지명하며 통상 업무의 지원을 받는다.

 

자발적인 협의체로서 FABC의 주요 목적은 “아시아 교회와 사회의 번영을 위하여 회원들 간의 연대와 공동 책임을 강화”하는 데 있다. 이는 여러 주교회의뿐만 아니라 다른 그리스도 교회, 수도회, 또한 선의를 지닌 모든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의 증진, 연구, 공동 프로젝트 등을 통하여 수행된다. 이 모든 활동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와 공의회 이후의 공식 문헌들에 비추어, 아시아의 필요에 따라 수행된다. 

 

자발적 협의체인 FABC는 결코 주교회의의 상위 기구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의 의결 사항과 권고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 대신 FABC는 각 주교와 각 회원국 주교회의, 각 FABC 지역 회의들의 자율성을 존중한다(FABC 정관, 제3조).

 

 

3. 프로그램과 성명서


정기총회

 

정기총회는 FABC의 최고 의결기구로서 자연히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다. 보통 200여 명의 참가자가 참석하며, 이 가운데 절반이 대표 주교들이다. 그밖에 여러 위원회의 임원들과 그 동역자, 자문위원, 성직자 위원회와 수도자 위원회의 위원들, 평신도들로 구성된다. 보통 열흘 동안 개최되는 정기총회는 주교들이 특정한 주제에 대해 함께 의논할 뿐 아니라 교회의 다른 분야에서 영향을 받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총회 기간에는 보통 그 분야의 전문가가 하는 여러 개의 발표가 있으며, 이어서 이에 대한 그룹 토의가 이루어진다. 그 밖에 다른 활동으로는 미사 전례, 묵상 기도, 식탁에서의 친교, 레크리에이션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정기총회는 학술회의라기보다 다른 사목 분야의 사람들,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모여 ‘교회’를 이루는 기회이다. 때로 타 그리스도교나 이웃 종교의 주요 인사가 초청되기도 한다.

 

총회의 모든 참가자는 각 주교회의에서 임명하였거나 FABC 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 자체로 그들은 주교들의 축복을 받아 참가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발표자나 전문가, 워크숍을 이끄는 사람들은 중앙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참석한다.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최종 선언문 작성위원회가 결성되는데, 이들은 대개 신학자들로 구성되며 필수적으로 아시아 출신의 주교 신학자가 포함된다. 

 

그러므로 정기총회에서 발표되는 선언문은 FABC의 경험의 소산일 뿐 아니라 모든 주교회의가 수용하고 공동으로 고백하는 것이다. 여러 주교회의에서 온 참가자들이 전체 회의나 지역별 워크숍 시간에 그들의 경험과 생각을 내어놓기 때문이다. 발표자가 제안한 내용과 다른 주요 인사(교황 또는 교황청 임원)에게서 온 메시지는 선언문 초안의 자료로 활용된다. 시간적 제약 아래서 작성된 선언문은 총회의 말미에 발표되며, 투표에 부쳐진다. 단, 공식 대표들 곧 주교 회원만이 투표할 수 있다. 

 

그러므로 (참석자가 교회를 대표하는 한) FABC 총회에서 발표된 선언문이 주교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아시아 교회 전체의 뜻을 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FABC의 성명서는 아시아 교회의 목소리일 뿐 아니라 곧바로 주교들의 목소리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한편, 많은 성명서는 아시아 최고의 신학자들의 영향 아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아시아 주교들의 목소리라고 하는 것이 종종 아시아 신학자들의 목소리라고까지 이야기할 수 있다. 더 나아가 FABC의 신학은 아시아 신학으로 여겨지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지금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정기총회가 있었는데, 첫 번째 FABC 정기총회는 1974년 4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되었으며, 두 번째 총회는 1978년 11월 인도의 캘커타, 세 번째는 1982년 10월 태국의 방콕, 네 번째는 1986년 9월 일본의 도쿄, 다섯 번째는 1990년 7월 인도네시아의 반둥, 여섯 번째는 1995년 1월 필리핀의 마닐라, 일곱 번째는 2000년 1월 태국의 삼프란에서 개최되었다.

 

주교 연구회

 

정기총회 다음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서 여러 세미나와 양성 프로그램을 다루는 ‘주교 연구회(Bishop's Instiutes)’를 들 수 있다. 보통 이들은 그들 프로그램의 성격을 더 잘 표현하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그 특성과 범위, 목적, 내용은 연구회마다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절실한 사목적 요청에 응답하고자 조직되었다. 이들 기구는 사목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정 주제에 대해 주교들이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들은 각기 이런 사목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위원회의 관심사에 맞추어 이들 연구회의 이름을 정하였다. 

 

각 위원회 차원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사회위원회(OHD, Office of Human Development)에서는 사회 참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사회 참여 주교 연구회(BISA, Bishops' Institute for Social Action), 사회 참여에 관한 아시아 연구회(AISA, Asian Institute for Social Action), 사회 참여를 위한 신앙 모임(FEISA, faith Encounters in Social Action) 등이 있다. 

 

일치위원회(OEIA, Office of Ecumenical and Interreligious Affairs)는 종교 간 문제를 다룬다. 구체적 프로그램으로는 종교 간 문제 주교 연구회(BIRA, Bishops' Institute for Interreligious Affairs), 종교 간 문제에 관한 세미나(SIRA, Seminar for Interreligious Affairs), 종교 간 문제를 위한 양성 연구소(FIRA, Formation Institute for Interreligious Affairs)가 있다. 또한 교회 일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프로그램으로는 아시아 그리스도교 화합 운동(AMCU, Asian Movement for Christian Unity)과 교회 일치 공동 교육(JEF, Joint Ecumenical Formation)이 있다. 

 

복음화 위원회(OE, Office of Evangelization)는 선교와 관련해서는 선교 사도직 주교 연구회(BIMA, Bishops' Institute for Missionary Apostolate), 성서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는 성서 사도직 주교 연구회(BIBA, Bishops' Institute for Biblical Apostolate)가 있다. 평신도 위원회에는 평신도 사도직 주교 연구회(BILS, Bishops' Institute for Lay Apostolate), 아시아의 통합 사목적 접근(AsIPA, Asian Integral Pastoral Approach) 프로그램이 있다.

 

홍보위원회(OSC, Office of Social Communications)에는 홍보 주교 연구회(BISCOM, Bishops' Institutes for Social Communications)가 있으며, 교육위원회(OESC, Office of Education and Student Chaplaincy)는 특별한 이름 없이 신학생 양성과 관련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신학위원회(OTC, Office of Theological Concerns)의 프로그램으로는 신학 문제 주교 연구회(BITA, Bishops' Institutes for Theological Affairs)가 운영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신학위원회는 아시아의 관심사와 관련한 특정 신학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출판물의 제목은 신학위원회가 아닌 연구 주제에 따라서 지어진다. 

 

위에 언급된 프로그램 말고도 구체적 이름을 갖지 않더라도 여러 위원회에서 다양한 자문 회의, 전문가 회의, 세미나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정기총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FABC 위원회의 프로그램들은 성명서에서 그 정점을 이룬다. 이 성명서는 반대가 없다면 주교 참석자와 위원회의 책임 주교들에 의해 정식으로 승인된다. 

 

이와 같은 FABC 위원회의 여러 프로그램들은 그들이 관여하는 사목 분야와 관련 대상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 매우 다른 모습을 띤다. 각 위원회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교들과 사목 지도자들 또한 각기 다르다. 물론 몇몇 주교들은 위원회를 넘나들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하지만, 대게 관련된 직무의 위원회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FABC의 자발적 참여 정책과 관련된 것이다. 한편으로 이는 또한 단순하게 모든 FABC 주교들이 같은 지향을 갖거나, 똑같이 한 직무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FABC 각 위원회는 각기 다른 데 강조점을 두기 때문에, 서로 다른 신학적 지향을 갖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FABC가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성장시켜 나가는 주제인 보편성과 다양성, 다원성을 연구하는 데 수렴된다.

 

FABC 성명서

 

FABC 정기총회 성명서와 회의록, 그리고 위원회들과 주교 연구회의 프로그램은 중앙 사무국에서 발행하는 FABC Papers를 통하여 발표된다. 이를 통해 아시아 주교들의 신학적 입장이 밝혀진다. FABC Papers는 바티칸의 「사도좌 관보」(AAS)와 같이 주교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주된 원천이 된다. 이들 대부분의 공식 선언문들은 『아시아 모든 이를 위하여』(For All the Peoples of Asia)라는 제목으로 발행되었다.

 

또한 FABC Papers는 주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아시아 전문가들의 신학적 성찰을 싣고 있다. 그렇지만 FABC Papers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구 또한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개진되는 의견들은 필자의 독자적 의견이며, FABC의 공식 정책이나 회원국 주교회의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신학위원회의 출판물에도 다음과 같은 주의 문구가 있다. “이 문서는 오직 사목자와 전문 연구가들의 더 넓은 공동체와의 지속적인 토론의 기초로서 제공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구들은 다시 한번 FABC가 자발적이며 비법률적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FABC 성명서 가운데 FABC의 신학적 지향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인가? FABC의 신학적 입장을 어떻게 알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어떤 것이 전통 신학에 속하며, 어떤 것이 FABC의 고유한 신학이라 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필자는 현대 성서학에서의 방법, 특히 역사의 예수 연구에 사용되는 방법을 차용해 보고자 한다. 

 

먼저, ‘다중 탐지의 원칙’으로 FABC의 성명서 가운데 특정 주제를 구별해 낼 수 있다. 전통 신학에서보다 더 자주 나타나는 주제들을 살펴보면 된다. 둘째, ‘비유사성의 원칙’으로 전통 신학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이와 유사점이 없는 주제들을 확정적 또는 혁신적인 아시아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셋째, ‘신학적 부조화의 원칙’에 따라 특정 연구회나 FABC 위원회가 발표한 목적과 맞지 않는 주제들은 FABC와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세 가지 원칙을 이용하여 ‘삼중 대화’, ‘삶의 대화’, ‘생명에의 헌신’, ‘조화’, ‘생명의 증거’, ‘공동체의 친교’, ‘교회의 새로운 존재 양식’ 등이 바로 FABC와 아시아 교회가 다루는 특정 신학 주제임을 알 수 있다. 

 

이들은 교회적 권위 또는 FABC 성명들의 신학적 지위 등에 관한 토론으로 이끈다. 앞에 논의한 바에 따르면, FABC는 그 시작부터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을 띠지 않음이 명백하다. 이들 성명서들은 단지 풍요로워지고 도움을 주기 위한 것들이다. 결국 FABC의 입장을 받아들이는지 여부를 포함하여 최고의 권위를 지니는 사람은 교구의 지역 주교인 것이다.

 

* 이 글은 Edmund Chia, F.S.C., “Thirty Years of FABC:History, Foundation, Context and Theology”, FABC Papers, No.106에서 발췌하여 번역한 것이다(이준혜 편역).

 

[사목, 2004년 9월호, 에드문드 치아(아시아 주교회의 연합회 일치위원회 총무,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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