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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식 (3) 탐식의 심리와 해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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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7-29 ㅣ No.942

[영성과 심리로 보는 칠죄종] 탐식 (3) 탐식의 심리와 해독제

 

 

탐식과 섭식 장애

 

현대인에게 나타나는 탐식의 첫 번째 형태는 섭식 장애일 수 있다. 섭식 장애는 음식에 대한 조절감 상실이나 과도한 집착,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등의 식사 행동 장애로 크게 거식증, 폭식증으로 나뉜다.

 

먼저 거식증(신경성 식욕 부진증)은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식욕을 의도적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거식증은 탐식의 전형적인 형태, 곧 음식을 많이, 또는 빨리 먹는 것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지만 이 증상 또한 ‘먹는 것에 대한혼란’으로 탐식의 영역에 포함될 수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현대에는 다이어트 부작용 사례가 많은 편이다.

 

신앙인들 가운데서도 종교적인 이유로 거식증과 유사한 현상이 목격된다. 예컨대, 지나친 금식(단식)을 하면서 열정적으로 기도하거나 활동하는 것을 특별한 은총이라고 생각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마른 자신의 상태에서 오히려 기쁨을 느끼는 경우다.

 

폭식증(신경성 대식증)은 식욕의 충동을 만족시키고자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먹는 행위다. 정해진 시간에 일반인보다 월등히 많은 양, 빠른 속도로 음식을 섭취하거나, 체중 증가를 막으려고 구토나 지나친 운동 또는 굶기 등과 같은 보상 행동이 따른다. 특별히 현대인들에게는 폭식증의 전조라 할 ‘야식 증후군’(저녁 7시 이후 식사량이 하루 전체의 50% 이상 차지)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섭식 장애는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사회적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외모 지상주의에서 비롯되는 일련의 현상들(연예인 모방이나 외모에 대한 과도한 평가 등)은 무리한 다이어트나 외모 콤플렉스와 스트레스를 유발하며 수치심뿐만 아니라 집단 따돌림으로 확장된다. 특별히 매스컴은 청소년들에게 몸에 대한 비정상적인 평가와 기대를 형성하도록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책임이 중요하다.

 

 

탐식과 알코올 사용 장애

 

술과 관련된 탐식의 정신 의학적 용어는 ‘알코올 사용 장애’다. 이는 과도하게 술에 의존하거나 남용하는 질환이다. 많은 이가 자신은 술을 많이 마시지도 않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라며 자가 진단만으로 안심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알코올 사용 장애는 술에 대한 자제력, 신체적인 문제, 가정 · 사회 · 직업 활동의 문제, 금단 현상의 여부로 평가되기에 생각보다 많은 이가 위험군에 속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개인과 가정이 술 때문에 고통받지만, 전문적인 치료 기관을 찾는 비율은 높지 않다. 또한 이러한 문제는 영성 생활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교회 또한 음주에 대해 심각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탐식의 심리적 특성

 

전문적인 연구 결과가 아니더라도 일상의 경험으로 섭식 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 사이에 깊은 관련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 안에 공통으로 드러나는 주요 심리적 특성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상 심리와 의존성이다. 자신의 결핍이나 욕구를 보상해 줄 대상으로 음식이나 술을 남용하고 점차 내성이 생겨 양이 늘어나며 의존 강도가 높아지고 조절과 절제 능력까지 상실한다.

 

둘째, 내적 공허함과 애정 결핍이다. 내적 공허함을 채우려고 음식이나 술을 찾는 경우가 있다. 이때 많은 이가 포만감과 몽롱함을 충만함으로 혼돈하기도 한다. 또한 많은 심리학자가 환자들에게 애착 관계의 불안정성이 관찰된다고 지적한 바 있듯이 내적 공허함은 정서적인 외로움과도 연결된다.

 

셋째, 스트레스와 충동성이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이나 시기(특별히 청소년기)에는 섭식 장애나 알코올 사용 장애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때 음식과 술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가장 접근하기 쉬운 출구가 된다. 또한 스트레스에 민감해지는 순간은 충동성이 작용하여 폭식이나 폭음으로 이어지기 쉽다.

 

 

해독제

 

현대의 많은 정신의학 전문가가 섭식장애와 알코올 사용 장애 치료와 상담 과정에서 생물학적, 심리적인 차원의 도움과 더불어 영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그리스도교의 영적 스승들이 들려주는 해독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 절제하라

 

초기 교부들과 수도자들, 그리스도인들은 정기적(수요일, 금요일)으로 금식을 실천했다(디다케, 8.1항). 에바그리오 또한 노동이나 고독과 더불어 불타는 갈망을 잠재우려고 굶주림(금식, 단식)을 권하지만 이런 수행이 무리하게 행해지지 않도록 적절한 때, 적당한 정도로 이루어질 것 또한 강조한다(「프락티코스」, 15항 참조). 

 

그리스도교의 전례력은 사순과 부활, 대림과 성탄 등 금식(단식)과 축제가 균형을 이루어 그리스도인들의 영성 생활을 돕는다. 적절하고 적당한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금식(단식)은 음식과 술의 노예가 되어 가는 자신을 해방하는 ‘출애굽’을 제공할 것이다.

 

· 포만을 피하고 단호함을 길러라

 

에바그리오는 탐식의 해독제로 포만을 피하라고 강조하면서 오히려 음식을 갈망할 때 빵과 물의 양을 줄일 것을 권한다(「프락티코스」, 16항 참조). 심지어 그는 수도자들에게 빵을 저울에 달고 물을 재서 마시라고 권하기도 했다.

 

우리들 각자는 자신만의 저울이 있어서 음식과 술의 양이 어떤 수치를 가리켜야만 먹고 마셨다고 느낀다. “배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으라.”는 말이 있다. 배가 부르다고 느끼면 이미 과식 상태라는 것이다. 음식과 술 섭취의 일정한 양을 늘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별한 섭식 관련 질환이 없는 이들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함으로써 과식과 과음에 관대해지는 경우가 많다. 에바그리오는 오늘은 축일이라서 포도주를 마시고 내일은 또 다른 축일이라서 고기를 먹는다고 말하지 말 것을 지적한 바 있다(「공동생활을 위한 권고」, ‘수도승을 위한 권고’, 39항; ‘동정녀를 위한 권고’, 9항 참조). ‘오늘은’에 관대해지지 않는 단호함을 길러야 한다.

 

· 감사하고 함께 나누어라

 

때때로 음식과 술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먹어 치워야 하는 것, 분노의 대체물이나 거북한 것, 행복과 품위를 나타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로써 자신의 삶에서 의미가 없거나 또는 과도한 의미를 지님으로써 무질서를 초래하기도 한다.

 

바오로 사도는 당시 음식 때문에 갈등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음식의 내용이 아니라 음식을 대하는 방식에 초점을 두면서 ‘감사’와 ‘나눔’을 소개한다(1코린 10,30 참조). 감사는 음식과 술의 가치를 하느님 안에서 회복하는 첫걸음이기에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바오로 사도가 말한 나눔은 초대 교부들에 의해 탐식을 이기는 해독제로 사랑, 곧 구제로 이어진다.

 

탐식은 폐쇄성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하고 전염된다. 음식과 술이 자기만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도록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은 탐식을 이기는 강력한 해독제다.

 

* 김인호 루카 - 대전교구 신부. 대전가톨릭대학교 대학원장 겸 교무처장을 맡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 TV ‘김인호 신부의 건강한 그리스도인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저서로 「신앙도 레슨이 필요해」, 「거룩한 독서 쉽게 따라하기」 등이 있다.

 

[경향잡지, 2019년 7월호, 김인호 루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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