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가르멜 영성과 기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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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빈 [ssk5762] 쪽지 캡슐

2017-08-13 ㅣ No.999

기도는 하느님과 인간이 나누는 사랑의 담화

*기도를 잘하기 위한 바른 자세(상)

 이 시간부터는 하느님과 합일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마음 자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기도를 할 때 올바른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열심할수록 빗나가거나 원치 않는 곳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신앙으로 바른 기도를 드리려면 다음 사항이 중요하다.
 
 # 기도는 사랑으로
 그리스도교 영성의 핵심은 사랑이다. 이 사랑은 우리에게서 비롯되는 덧없는 사랑이 아니라 아낌없이 내어주는 성삼위의 순수한 사랑이다. 이 사랑의 불꽃이 우리에게도 점화되어 '하느님의 사랑과 나의 사랑이 하나 되는 것'이 기도의 목적이다.
 이 사랑은 사랑하는 상대방의 선과 유익(행복)을 찾아 자기 목숨을 바치는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어야 한다. 이 영원한 사랑을 깨닫고 내 안에 이 작은 불꽃이 당겨질 때 이웃도, 나를 해치는 사람까지도 이 행복(영원한 기쁨)을 얻을 수 있다면 생명을 기꺼이 바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을 가지고 영혼이 진보할수록 예수님의 무사무욕을 닮아간다. 그래서 더 많이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영혼도 이 행복에 이끌어 들이려고 더 큰 십자가를 지게 되고 주님께서도 이 십자가를 질 수 있는 힘을 은총을 통해 베풀어 주시는 것이다.
 데레사 성녀는 기도의 본질을 '생각을 많이 하는 데 있지 않고 많이 사랑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모두가 지력이나 상상력이 좋아서 하느님의 업적을 늘 묵상할 수 없지만 모든 영혼은 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영혼은 생각이 아니고 생각이 의지를 지배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영혼의 진보는 많이 생각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사랑하는 데 있다. 이 사랑은 맛이 더한 데 있지 않고, 오직 더한 '결심', 매사에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리려는 결심, 있는 힘을 다해 하느님을 거스리지 않고 주님의 영광만을 찾으며 일하고 고통받으려는 굳은 결심 아래 기회가 닥치면 그대로 실천함으로써 얻어진다.
 기도는 체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하기에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병중이나 고통이 있을 때 자기 고통을 하느님께 바치면서 누구를 위해 고통당하는가를 생각하며 주님의 뜻을 달갑게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떠한 상태에 있든 하느님을 섬길 수 있다. 언제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도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음을 알면서 나의 사랑을 드러내 보이며 하느님과 친밀한 사랑의 담화를 하는 것이다.
 이 사랑의 표현은 각자가 다르다. 꽃 색깔이 다르듯 막달레나라면 주님 발치에 앉아 눈물로 발을 적시며 향유를 바를 것이고, 세리라면 멀찍이 서서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라고 탄원기도를 드릴 것이다. 지금 처한 나의 현실 그대로를 봉헌하는 것이다. 슬프면 눈물과 한숨을, 기쁘면 찬미가를, 출구가 안 보이면 이집트에서 부르짖던 이스라엘처럼 응답해 주실 때까지 부르짖는 것이다.
 가르멜의 기도는 미리 정해진 형식이 없고(성녀는 형식적인 기도를 싫어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로 단순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나아가 찾고 만났을 때는 조용히 고요 속에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주는, 하느님과 인간의 사랑의 결합(일치)이다.


[평화신문  2008.02.2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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