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0일 (수)
(홍)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전례ㅣ미사

[전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Et cum spiritu t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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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2-24 ㅣ No.1613

[전례생활]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Et cum spiritu tuo)

 

 

주례사제와 회중이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Dominus vobiscum).” 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인사는 미사 중에 모두 다섯 차례 이루어진다. 이것은 통상적인 인사말이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서로 확인하는 대화이므로, 전례가 이루어지는 토대를 자각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여기서 회중이 응답하는 부분인 “Et cum spiritu tuo.”의 우리말 번역과 관련하여 두 가지의 문제가 있다. 하나는 시작 예식에서 이 말을 다른 응답으로 바꾸어 답하는 양식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전례 사목적인 문제이다. 다른 하나는 이 응답에서 ‘spiritus(영)’가 지니는 의미에 대한 해석과 그에 따른 번역의 문제이다. 이 두 논제에 대하여 필자는 따로 다룬 적이 있다(「신앙과 삶」, 28, 74-104면 참조).

 

 

특별한 응답문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문제와 해결

 

1996년에 출판된 우리말 「미사 통상문」은 시작 예식에 모두 네 가지 양식의 전례 대화를 제시하는데, 오직 ‘나’ 양식에만 “또한 사제와 함께.”가 아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 찬미받으소서.”라는 특별한 응답을 하도록 되어있다.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응답하는 것이 전례를 다양하고 풍성하게 해줄 것 같지만, 실제로 나 양식으로 인사할 경우 신자들의 처지에서는 다소 곤혹스러울 수 있다. 주례사제의 인사말이 어느 양식인지 분별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어느 양식인지를 알아차리는 데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며, 미사의 시작 예식에서부터 발생하는 이런 불편한 상황은 성령의 이끄심에 고요히 몰입하려는 신자들의 기도를 방해한다.

 

사실 이 본문은 1970년 「로마 미사경본」의 시작 예식에서 나 양식일 경우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부록’에 제시되어 있던 것이다.

 

이 본문을 선택할 경우 일어나는 문제에 대하여 제기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나 양식에서는 전례 사목적인 어려움을 감수하고서라도 굳이 이 본문으로 응답해야 할 중대한 신학적 이유가 있는가?’ 이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아니다.’였다.

 

그래서 2002년에 반포된 제3표준판은 이전 미사경본의 부록에 실려있던 이 응답을 아예 삭제해 버렸다. 결국 모든 양식에서 회중은 “Et cum spiritu tuo.”라고 동일하게 응답하게 하였는데, 이후 2008년에 반포된 제3표준 수정판에서도 이 변화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spiritus’의 의미에 대한 문제

 

“또한 사제와 함께.”는 의역이다. 원문인 “Et cum spiritu tuo.”를 직역하면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이다. 현재의 의역이 직역과 다른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당신’을 ‘사제’로 바꾸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영’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는 것이다. ‘당신’ 대신에 ‘사제’라는 말로 번역한 것은 쉽게 이해된다.

 

우리말에서 존대를 드러낼 때는 단수 2인칭 대명사인 ‘너’와 ‘당신’이 아니라 ‘선생님’, ‘사장님’, ‘형제님’ 등의 직함을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회중의 응답에서 ‘당신의’에 해당하는 ‘tuo’는 ‘사제의’ 또는 상황에 따라서, ‘부제의’로 번역하는 것이다. 반면에, ‘영’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다소 복잡한 문제가 있다.

 

융만과 두프러 같은 전례학자들에 따르면 여기에 나오는 ‘영(spiritus)’이라는 말이 성경의 관습을 반영하는 것이며, 한 사람의 영혼을 가리키는 것이고, 셈족 어법에서 ‘한 사람의 영혼’이라는 표현은 ‘그 사람의 개인적인 차원’을 가리키는 일상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결국 “Et cum spiritu tuo.”는 그냥 ‘Et tecum(또한 당신과 함께).’ 정도의 의미라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축소 해석’에 따르면 여기서 말하는 영은 사람의 영혼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며, 우리말 번역인 “또한 사제와 함께.”도 같은 맥락 안에 놓인다.

 

그러나 초기 교회의 전통과 교부들의 증언은, “Et cum spiritu tuo.”의 ‘spiritus’가 사제의 영혼이 아니라 그가 서품식 때 받은 성령과 그 성령께서 주시는 직무수행의 은사를 가리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인사는 사제가 서품식 때 받은 이 성령의 은사로써 주님의 뜻에 따라 특별하고 초월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함을 가리킨다는 해석으로 수렴된다.

 

요한 크리소스토모는 로마 1,9와 1코린 5,4를 주석하면서 바오로 사도가 “또한 내 영으로(et meo spiritu)”라고 할 때 그 ‘영’이 ‘은총(gratia)’, ‘은사(charisma)’ 또는 ‘선물(donum)’이며, 이렇게 은총으로 받은 영으로 사도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했다.

 

같은 성경 구절을 주석하면서 키로의 테오도레투스도 사도가 말하는 ‘영’이 ‘받은 은총(data gratia)’이요 ‘성령의 은총(gratia Spiritus)’이라고 하였으며, “정녕 여기서 영은 영혼이 아니라 은총을 가리킨다(Spiritum autem hic non animam vocat, sed gratiam).”고 명백히 단언하였다.

 

특히 몹수에스티아의 테오도루스는 위의 두 교부가 바오로 서한을 주석하면서 영에 대해 언급한 것을 근거로 성찬례의 전례 대화에 나오는 ‘영’이 사제가 서품식 때 받았던 성령을 가리킨다고 가르친다.

 

“여기서 또한 ‘당신의 영과 함께.’라고 할 때 그것이 가리키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성령의 은총이며, 이 은총 때문에 그가 사제가 되었다고 그에게 맡겨진 이들이 믿는 바로 그 은총이다.” 이러한 교부들의 가르침은 오늘날 많은 학자가 ‘spiritus’에 대한 축소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이다.

 

우리말 번역인 “또한 사제와 함께.”는 오늘날 전례학자들에게 일반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축소 해석에 따른 의역으로서 교회 전통 안에서 이루어진 깊은 해석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최근 교도권의 지침인 「올바른 전례」(Liturgiam authenticam) 56항도 이 점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고대 교회의 전체 또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산에서 온 특정 표현들은 인류의 일반적 세습 자산의 일부를 이루는 다른 표현들과 마찬가지로 되도록 직역을 함으로써 이를 존중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백성들의 응답인 ‘Et cum spiritu tuo.’ 같은 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한편, “사제와 함께.”가 ‘당신과 함께.’라는 표현과는 달리 ‘사제 직무 수행의 은사를 주는 영과 함께.’라는 뜻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신자들은 “사제와 함께.”라고 말하면서 그것이 ‘당신과 함께.’라는 뜻이라고 자연스레 단정해 버린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렇게 의역한 이유 가운데에 하나가 그러하듯이, 우리말 어법에서 단수 2인칭 대명사를 존대의 의미로 사용하지 않고 대신 직함을 사용하는 현상이 “사제와 함께.”를 ‘당신과 함께.’로 알아듣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결국 “Et cum spiritu tuo.”는 다소 생소한 표현인 ‘또한 사제(부제)의 영과 함께.’로 직역하였다. 그것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니라 교회의 오랜 전통에서 유산으로 물려받은 것이어서 그 뜻을 신자들이 배워 익혀야 하는 것임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 출판될 우리말 미사경본에는 이전에 “또한 사제와 함께.”라고 하던 인사가 “또한 사제의 영과 함께.”로 바뀌어져 있다.

 

* 신호철 비오 - 부산교구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 겸 교목처장과 주교회의 전례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다. 교황청립 성안셀모대학에서 전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향잡지, 2017년 2월호, 신호철 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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