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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의왕 성 라자로 마을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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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8-14 ㅣ No.277

[치유의 빛 은사의 빛 스테인드글라스] (28) 의왕 성 라자로 마을 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센병 환자들의 고통, 기쁨의 십자가로 승화

 

 

- ‘승리의 가시관’, 남용우 작, 1975, 의왕 성 라자로 마을 성당.

 

 

건축가 유희준의 작품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던 의왕 성 라자로 마을 성당에는 우리나라 스테인드글라스 작가 남용우의 1970년대 대표작 ‘예수 성심, 성모 성심’과 ‘승리의 가시관’이 설치돼 있다.

 

남용우는 서울대 미대 재학시절 당시 학장이던 장발에게 스테인드글라스와 모자이크를 연구하라는 권유를 받고 졸업 후인 1958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쾰른과 뮌헨 미술대학에서 스테인드글라스와 글라스 페인팅 작업으로 유리 고유의 물성을 탐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독일 체류 중이던 1968년 서울 초동교회의 작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국내 여러 성당에 스테인드글라스와 모자이크 작품을 선보였다.

 

 

빛으로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1975년에 완성된 성 라자로 마을 성당 스테인드글라스는 한센병 환우촌에 위치한 성당에 놓인다는 것과 수호 성인이 예수 성심, 성모 성심임을 고려해 이에 맞는 상징들을 도입하고, 강렬한 원색을 중심으로 한 추상적인 구성을 취했다. 작가의 의도에 따른 상징과 색의 상징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성 라자로 마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궁극적으로 한센병 환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주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제대 뒤편에 놓인 ‘예수 성심, 성모 성심’은 성모님을 상징하는 푸른색과 한센병 환자들의 고통을 표현하는 붉은색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나뉜 구획에 따라 작품 하단에는 한센병 환자의 아픔을 상징하는 목발과 승리의 상징인 빨마가지를, 화면의 상단에는 예수 성심을 표현했다. 여기에 납선으로 이뤄진 윤곽선에 검은색 안료로 페인팅을 더 해 거친 가시의 인상을 그려냄으로써 한센병 환우들의 고통과 가시관을 쓰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을 동일시해 표현하고자 했다.

 

- ‘예수 성심, 성모 성심’, 남용우 작, 1975, 의왕 성 라자로 마을 성당.

 

 

작가는 화면 전체를 아우르는 붉은색과 푸른색을 표현하는 데 있어 같은 색이면서도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여러 톤의 색유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해, 더욱 풍성한 빛의 뉘앙스를 만들어냈다. 이와 같은 빛의 환희는 한센병 환자들의 고통이 단순히 고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성모님의 보살핌 속에서 극복되고 기쁨으로 승화돼 예수 성심으로 향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렇게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한 빛과 색의 상징으로 미사에 참여한 한센병 환자들에게 그들이 버려진 존재가 아니며 그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지고 가야 할 십자가임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제대 양옆 벽에 위치한 원형 창 중에 1975년에 설치된 ‘승리의 가시관’ 역시 붉은색과 푸른색을 주조로 추상적인 가시관의 형상을 페인팅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와 같은 표현은 남용우의 초기 회화 작품인 ‘오상’(1958)의 표현과 유사한 것으로 그의 회화 작업들이 스테인드글라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술계 흐름과, 교우와의 소통

 

의왕 성 라자로 마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는 1975년 설치 당시에는 지금의 모습과는 달리 십자고상 뒤편의 긴 창과 왼편의 원형 창에만 작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스테인드글라스가 추가로 제작되면서 현재의 모습이 완성됐다. 한 작가의 작품이지만 시차를 두고 완성된 작품인 만큼 작품 경향이나 표현된 내용 등에서 다소 차이를 보인다. 이에 대해 작가는 독일 체류 시절의 작품에는 당시 미술계의 흐름이 적극적으로 반영됐고, 귀국 후 진행된 작업은 한국적인 것과 교우들과의 소통을 고민의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무엇보다도 성경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작품 안에서 교우들과의 소통을 어떻게 이뤄낼 것인가에 대해 아직까지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는 작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이 참으로 매력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평화신문, 2016년 8월 14일, 정수경 가타리나(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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