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북녘본당] 평양교구 중화본당

교회의 평안도 진출 관문

중화 지방은 교회가 평안도에 진출하는 데에 관문과도 같은 구실을 하였다. 특히 중화 지방의 목재리공소는 병인박해 때 순교자인 윤 베드로, 이 마태오, 윤 바오로의 출생지일 뿐 아니라 한평생을 평안도에서 전교 활동에 힘썼던 윤창혁 비오의 고향이기도 하다. 중화 지방은 오랜 시간 여러 본당의 공소로 있다가 평양교구가 설정되던 해인 1927년 9월 중화본당이 설립되고 초대 주임에 지(池, Donald Chisholm)신부가 임명됨으로써 오랜 세월을 두고 바라던 신자들의 소망이 이루어졌다. 이때 서울에서 수학한 후 인천 박문학교에서 2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하다가 귀향한 임해관 베드로 전교사는 본당 기초작업과 전교 활동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6년간이나 선교 활동에 전력하던 지 신부가 과로로 인한 신병 치료차 1932년 귀국하게 되고 후임에 고(高, Walter Coleman) 신부가 부임하였다. 콜먼 신부는 전임자인 지 신부가 추진하던 모든 사업을 계승하면서 제일 먼저 성당 신축을 서둘러 1934년 11월29일 축성식을 하였다.

1935년 3월 고 신부가 전근되고 제3대 주임에 노(盧, Joseph Gibbons) 신부가 부임하였으나 그해 7월 다시 교구 본부로 전근되고 후임에 본방인 강영걸 바오로 신부가 부임하였다. 강영걸 신부는 부임 즉시 노 신부가 추진하던 빈민 아동 교육기관인 성심학원(聖心學院)을 개설하였고 유치원 신설도 추진하였고, 1937년 5월에는 삼응리공소에 강당을 신축하였다.

1939년 지(池, Donald Chisholm) 신부가 다시 부임하여 1년간 본당을 돌보다가 평안북도 지방으로 전근되고 1940년 초 교구장 서리였던 부(夫, William Booth) 신부가 부임하여 1941년 12월 태평양전쟁이 일어날 때까지 사목하였다. 메리놀회 성직자들이 추방되면서 1942년 2월부터 중화본당은 대신리본당 소속이 되어 김필현 루도비코 신부가 중화본당 사목을 겸임하였고 같은 해 6월 신의주본당 보좌로 있다가 메리놀회 신부들과 같이 연금되었던 박용옥 디모테오 신부가 7대 본당 신부로 부임하였다. 1943년 3월21일, 홍용호 신부의 교구장 착좌식이 있고 난 뒤 박용옥 신부는 교구장 비서 겸 교구 경리 담당으로 임명되어 평양 교구청으로 전근되고 중화에는 같은 해 6월에 영유 본당에 있던 심재덕 마르코 신부가 부임하였다.

1944년 4월, 평양교구 인사이동에서 심재덕 신부는 서울교구로 돌아가고 신의주본당 보좌로 있던 이우철 시몬 신부가 부임했다. 이 신부는 그해 11월 서울교구 소속 신부 전원이 서울교구로 돌아갈 때 같이 떠나자, 중화본당에는 강서군 마산본당에 봉직하던 강현홍 요한 신부가 부임하였다.

1949년 8월14일 저녁 8시 정치보위부원이 와서 문의할 사항이 있다고 강현홍 신부를 납치하려 하였으나 신자들은 강현홍 신부를 남한으로 피신시켰다. 이후부터는 평양 주교관에서 쉬고 있던 장두봉 안드레아 신부가 미사와 성사를 집행해주었다. 그러나 장두봉 신부 역시 1949년 12월12일 납치되었고, 텅 빈 성당을 덕원신학교 폐쇄(1949. 5. 7)로 귀가한 지학순 다니엘 신학생이 혼자 지키다가 1950년 1월 월남하여 6․25 전쟁과 함께 침묵의 교회가 되고 말았다.

……………………………………………………………

“기억하는 한 살아있고, 기도하는 한 다시 만날 것입니다.”

지금은 한 명의 사제, 한 명의 수도자도 찾기 힘든 북녘 땅에 한국전쟁 이전에는 57개의 본당과 5만2천여 명의 신자가 있었습니다. 그 북녘 땅의 교회가 70년째 신앙의 자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는 북녘 땅의 57개 본당공동체가 다시 되살아날 때까지 한반도 평화와 북한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내 마음의 북녘 본당 갖기’ 운동(www.mychurch.co.kr)을 펼치고 있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8월호, 김훈일 세례자 요한 신부(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