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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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문화에서 찾는 청년사목의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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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4-10 ㅣ No.130

[커버스토리] 놀이문화에서 찾는 청년사목의 대안

신앙 목마른 청년들에게 교회는 영적샘물 제공했나


청년과 놀이문화는 떼놓고 볼 수 없다. 청년들은 어디서든 ‘즐거움‘을 바탕으로 한 문화를 형성한다. 2002년 한ㆍ일 월드컵 길거리응원과 촛불시위 등 그들이 만들어 놓은 새로운 문화만 봐도 이를 활인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있어 즐거움은 행동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그들이 ‘놀이’ 혹은 ‘즐거움’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즐거움에 내포된 ‘가치’ 또한 그들을 움직이게 한다. 자신이 재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에 도전하고, 거기서 얻어진 즐거움을 또 다른 가치에 연결시킨다. ‘영성’이라는 값진 가치를 갖고 있는 교회는 청년가톨릭문화를 형성하는 데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청년 문화는 없다.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쾌락적인 놀이가 만연한 사회에서 청년들을 교회로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교회 스스로가 ‘가치 있는 즐거움’을 만들어 제공해야한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즐거움을 창출해 낼 수 있을까? 


교회, 청년에게 즐거움을 주자

청년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친구다. 또래집단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결과는 「수원교구 청년 신앙생활 의식조사」(2010년) 에서도 알 수 있다. 교회 단체활동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에 대한 응답을 보면 18~24세 32.14%, 25~30세 34.18%, 31~38세 33.33%로 단체 동료친구가 청년단체장이나 청년단체 간부, 담당 사제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 설문에서 교회는 답을 찾을 수 있다. 청년사목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청년들을 교회로 이끌어야 한다.

대구 삼덕젊은이본당은 단계별 청년 신심 프로그램과 문화사목 등을 통해 교구 청년사목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문제는 청년들을 모을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우창원 차장신부는 “또래들이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교회가 전혀 시도를 안 한 것은 아니다.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과 젊은이 사목을 펼치고 있는 대구 삼덕젊은이성당이 대표적인 교회 내 청년공간이다. 하지만 그 수가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본당에서는 더욱 그렇다. 기성세대 위주의 사목이 펼쳐지는 본당에서 청년들은 청년사목의 중심에 청년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직장인 성 모(32)씨는 “관례적이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며, 청년세대의 의견 반영이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전 모(31)씨는 “교회가 청년들의 의무는 강조하면서 정작 청년 활동이나 단체에 대한 협조, 지원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또래 친구들과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본당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다. 그것이 쉽지 않다면, 청년들이 활동하는 거점을 중심으로 찾아가야 한다. 홍익대 정문 앞 놀이터에서 봉헌되는 서울 서교동본당 ‘거리미사'와 신촌을 중심으로 열리는 예수회의 ‘가톨릭청년토크’ 등이 이를 잘 활용하는 사목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간이라고 해서 장소적 개념의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도 충분히 활용가능하다. 서울 청소년국 청년부는 2010년부터 페이스북에서 ‘2030youth’라는 계정으로, 성경구절과 묵상거리를 청년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우창원 신부는 “사회의 놀이문화가 발달된 반면 교회 놀이문화가 뒤처지는 면도 있지만 청년들이 잘 몰라서 못 오는 경우도 있다”며 “교회는 청년들이 원하는 것을 그들이 있는 공간에 제공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 무악재본당은 청소년·청년사목 활성화를 위해 미사 후 15분 다과회를 마련, 청년들이 친목을 다질 수 있도록 했다.


교회, 즐거움의 영성을 개발하자

김영수 신부(청주교구)는 “영적 갈증을 느끼거나 교회를 동경하며 바라보는 청년들이 매우 많은데, 그들은 먼저 다가왔을 때는 굉장히 반가워한다”며 “그들이 원하는 것은 신앙 안에서 내적 갈증을 채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장소적 접근은 청년들에게 ‘재미’나 ‘즐거움’을 주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과제는 영성과 놀이문화의 접목에 있다. 청년들은 ‘즐거움’을 원동력으로 활동한다. 교회에 청년들이 안 온다는 것은 그들에게 교회가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학생 이 모(21)씨는 “어릴 때는 복사가 돼야겠다는 즐거움으로, 성장해서는 복사 서는 즐거움으로 성당에 갔었다”며 “근데 점차 어렵고 재미없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성당에 안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여가문화연구소 김현기 소장은 영성과 놀이문화를 접목하기 위해서는 우선 청년 놀이문화를 연구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청년세대 놀이문화를 교회와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배움, 즐김, 기여’의 3단계 운영 방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디카촬영교실’과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수료 후에는 여가시간에 놀이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즐김’ 과정을 제공합니다. 다음에는 교회의 각종 행사나 기록을 담당하는 역할을 줘 교회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게 합니다.”

청년들이 관심대로 배우고, 즐기고,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 소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인 김 소장은 “청년세대에게는 참여의 즐거움과 신앙체험의 기회를 주고 교회는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의 참여를 통해 부족한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전례와 기도, 찬양 등 교회가 갖고 있는 영성 콘텐츠를 활용해야 한다. 대구 삼덕젊은이본당(주임 배상희 신부)은 단계별 청년 신심 프로그램과 문화사목, 청년주보 및 인터넷 활용을 통해 청년사목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서울 무악재본당(주임 조재연 신부) 역시 ‘15분 다과회’ ‘성경통독’ ‘아름다운 전례’ 등 청년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신심 프로그램을 운영, 청년 신자를 증가시킨 사례가 있다.

영성과 놀이문화의 접목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교회의 지속적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들을 교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에게도 역할과 책임을 줘야 한다. 또한 교회가 제공하는 놀이문화에 청년들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놀이문화를 교회와 연결시킬 방법을 찾아내도록 도와야 한다.

문용린 교수(서울대)는 “교회는 청년들을 모으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며 “우선 교회 공적 조직에 청년들의 대표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청년들이 자신의 활동을 독립적으로 계획하고, 주관·평가·책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는 청년들의 소극적인 참여를 그들 탓으로 돌려온 잘못된 습관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우창원 신부

“영성 안에서 다양한 청년문화 찾자”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 우창원 차장신부는 “교회의 놀이문화가 사회와 타종교에 비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적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공간을 통해 청년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본당에서 채워주지 못하는 교육적 차원의 ‘신앙적 보충’ 프로그램을 비롯, 영성적 문화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청년들의 발걸음이 교회로 향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들은 꼭 크게 노래를 부르거나 신나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내재적인 즐거움을 찾는 이들도 많습니다. 기도와 영성 안에서 다양한 청년문화를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서울 청년부에서는 그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SNS를 통해 청년들에게 성경구절, 묵상거리 등을 제공하고 있다. 청년들이 있는 공간으로 찾아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전달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우 신부는 영성과 놀이문화의 접목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놀이문화를 비롯, 사회풍토를 반영해 사목을 하다보면 본질적 모습을 잃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제로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할 때에 올바른 신앙관을 전달할 수 있고, 청년가톨릭문화가 토착화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톨릭신문, 2012년 4월 1일,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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