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성극ㅣ영화ㅣ예술

위령성월의 극장가 작품 <약속>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11-07 ㅣ No.99

[문화와 영성] 위령성월의 극장가 작품 <약속>

 

 

· 영화: 약속

· 제작: 민병훈 필름

· 공동제작: 가톨릭문화원

· 개봉일: 2023년 11월 1일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의 계절을 맞는다. 울음과 웃음은 인간다움의 감성이다.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왔다지만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로마 12,15)의 명제는 인간이 왜 인간인지를 깨우친다.

 

삶의 애환과 더불어 사랑과 즐겁던 나날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긴 울음의 심연에는 신비가 담겨있다. 결혼한 적이 없고 당연히 자식도 없는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내고 자식과 매일 밤 그리움의 눈물범벅이 되어 빚어낸 영화 한 편에 매번 눈물을 쏟았다. 개봉되기 전 기술시사회와 부산국제영화제, 언론시사회에서 볼 때마다 눈물이 났지만, 영화의 잔상은 영혼이 치유되고 정화되는 피정 같은 느낌을 준다.

 

몇 해 전 민병훈 감독과 나누던 이야기가 영화로 완성되었다. 위령성월이 시작되는 11월 1일에 극장에 개봉되는 다큐멘터리 영화 <약속>(2023)은 아내와 엄마의 죽음을 날마다 기억하고 대면하며 함께 살아가는 아버지와 어린 아들의 죽음을 품고 사는 일상의 이야기다.

 

어린 시우의, 엄마를 향한 그리움은 기도가 되고, 시(詩)가 되어 영상 풍경과 함께 가슴을 파고든다.

 

“영화 <약속>은 누구나 겪을 죽음의 순간을 마주 보게 합니다. 하지만 그 슬픔에서 벗어나 삶의 궁극의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삶임을 담담히 나눕니다. 견뎌야 할 슬픔 안에서조차 인간의 아름다움과 희망의 가능성을 믿고 있기에 불안하고 비탄에 잠긴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의 불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민병훈 감독은 말한다.

 

<약속>은 애틋한 죽음의 기억록이다. 죽음은 비탄의 순간이지만, 죽음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진정한 비극임을 새기는 위령성월에 찾아온 아름다운 영상선물이다.

 

“롤랑 바르트는 망각의 고통을 이기기 위해 애도 일기를 썼다. 어머니를 잃은 고통만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잊을까 봐 두렵다. 망각하는 인간이 고통스럽다. 애도는 흘려보내는 것일까, 붙잡는 것일까. 잊으려 하면서도 잊을까 봐 두려운 마음을 시우는 연필로, 감독은 카메라로 이렇게 꾹꾹 눌러썼다.”(조효정, ‘<약속> 평론’에서)

 

2023년은 가톨릭문화원 창립 25주년과 아트센터 개원 1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였다. ‘문화의 복음화, 삶의 복음화’라는 기치로 시작된 여정이 요즘 ‘거룩한 기쁨의 벗, 가톨릭문화원’으로 바뀌기까지 해마다 문화예술을 통한 가톨릭의 영적 에너지를 세상과 나누기 위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는 동안 함께해 주시며 희망의 벗이 되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를 전한다.

 

[2023년 11월 5일(가해) 연중 제31주일 인천주보 4면, 박유진 바오로 신부(가톨릭문화원장)]



50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