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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대성당 화재 발생 1년성당 복원이 갖는 의미와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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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4-26 ㅣ No.716

노트르담대성당 화재 발생 1년성당 복원이 갖는 의미와 현황


파리의 심장 노트르담대성당… 유럽 재건의 종소리 울릴까

 

 

- 지난해 4월 15일, 프랑스의 노트르담대성당 지붕에서 화재가 발생해 12세기에 세워진 지붕의 목조 구조물 대부분이 붕괴했다. [CNS 자료 사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이 문구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제목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는 17세기 영국 성공회 사제 존 던(John Donne)이 병과 고통을 주제로 쓴 「긴급한 상황에서의 신앙」에 나오는 글귀로 헤밍웨이를 포함한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었다.

 

지난 15일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대성당은 화재 1주년을 맞아 코로나19 대응에 헌신하는 이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종을 울렸다. 코로나19의 악재 속에서 노트르담대성당의 재건 역시 연기되고 있는 상황. 과거 독일의 쾰른대성당이 상징했던 바와 같이, 노트르담대성당 복원이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재건을 상징할 것인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화재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

 

유네스코가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파리 노트르담대성당은 해마다 1200만 명의 순례자와 관광객이 방문하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세계 문화재다. 지난해 4월 15일, 보수 공사 중이던 대성당의 지붕에서 화재가 발생해 12세기에 세워진 지붕의 목조 구조물 대부분이 붕괴했다. 불길은 약 10시간 만에 진압되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주도로 850년 된 이 성당의 복원을 위해 벌인 모금 캠페인으로 현재까지 1조 원 이상의 기금이 조성됐다.

 

화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전기기계 작동 오류, 보수 공사 중 인부가 담뱃불을 떨어뜨렸다는 등 추측들만 난무하다. 게다가 당시 불길로 400톤의 납이 녹아내린 사실이 발견돼 이에 따른 환경문제로 복원 작업이 지연되었고, 심지어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이유로 작업을 완전히 중단했다.

 

 

노트르담은 파리의 중심이자, 프랑스의 중심

 

15일 오후 8시(현지 시각), 1681년에 주조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13톤짜리 종이 노트르담대성당에서 울려 퍼졌다. 요즘 오후 8시는 매일 프랑스 시민들이 발코니에 나와 코로나19 의료진들을 위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시간이다. 대성당 측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여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의료진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화재 1년을 맞아 타종을 진행했다. 이번 타종은 지난해 9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선종했을 때를 포함해 화재 이후 두 번째다.

 

노트르담대성당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타종에 앞서 노트르담대성당 주임 패트릭 쇼베 신부는 글로벌뉴스(Global News)와의 인터뷰에서 “노트르담은 파리의 심장이자, 프랑스의 심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트르담의 복원은 프랑스 국민의 회복력, 난관을 극복하는 능력을 상징한다”면서 2024년 파리 하계 올림픽 개최 전에 복원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달라진 유럽, 노트르담 복원의 상징은 이전과 다를 것

 

마크롱 대통령을 포함해 노트르담의 복원과 상징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와 달리 다른 분석 역시 제기되고 있다. 미국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고고학 분야 편집장 크리스틴 롬니는 미국 CBS News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코로나 이후의 유럽에서 무엇을 의미하게 될 것인가를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역사 속에서 대성당의 의미는 많은 경우 재앙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진화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트르담대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위기 이후 빠르게 재건된 독일의 쾰른대성당에 비교할 수 있다.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대규모 폭격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던 쾰른대성당은 종전 이후 11년 만에 미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쾰른대성당의 재건은 단순히 독일의 재건을 넘어 유럽의 부활을 상징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롬니는 이어 “지금 우리는 노트르담대성당 재건이 영국의 EU 탈퇴와 같이 점차 국수주의적 성향을 띠는 유럽에서 쾰른의 재건과 같은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인가의 여부를 묻게 된다. 분열화되는 EU의 현 상황 속에서 노트르담대성당 복원은 프랑스의 재건을 상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유럽의 재건을 상징하는 바는 아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누구를 위하여 노트르담 종은 울릴 것인가

 

앞에서 언급한 존 던이 쓴 글을 살펴보자. “어떤 사람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17세기 던 신부가 살았던 런던에는 사람이 죽으면 성당에서 종을 치는 풍습이 있었다. 귀족들은 종소리가 들리면 하인을 통해 누가 죽었는지를 듣고 장례식 참석 여부를 판단했다. 평론가들이 말한 바로는 인류애를 중시한 박애주의자 던 신부가 이런 귀족들에게 던지는 경고 메시지는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해서 울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간은 인류에 속해 있으며 섬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지난해 유럽 대륙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영국이 EU에서 빠져나오려고 한 브렉시트(Brexit)를 고려할 때, 우리는 이제 이전과는 다른 유럽의 모습을 직시하게 된다. 파리의 심장에서 울린 노트르담대성당의 종소리가 상징해내고 싶었던 것을 파악하고 실현하는 것. 그것은 단순히 프랑스인들만의 과제는 아닐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며 또 한 번의 연대를 희망하는 프랑스의 중심에서, 훗날 노트르담대성당의 종소리가 유럽의 재건을 상징하는 경종일 수는 없을지 세계인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4월 26일 정석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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