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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이야기19: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를 만나다 - 성지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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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1-19 ㅣ No.700

[성당 이야기] (19)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를 만나다


성지 순례

 

 

초기 로마네스크 시기에 종교적 열정을 불러일으킨 것 중의 하나가 ‘성지 순례’(聖地巡禮)였습니다. 성지 순례란 자구(字句)적으로 성스러운 장소를 여행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리스도교에서 성스러운 장소란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곳을 가리킵니다. 따라서 엄격한 의미에서 성지(聖地)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활동하신 현재 이스라엘의 장소들을 말하고, 성지 순례란 그 땅을 여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교회사학자들은 그 ‘거룩한 땅’만을 성지(聖地)라 부르고, 그 외에 성인들과 관련된 장소들은 ‘거룩한 지역 혹은 터’란 의미의 성역(聖域) 혹은 성지(聖址)로 구별합니다. 이러한 성지 순례는 초기 그리스도교부터 시작되었는데, 헬레나 성녀가 예수 그리스도의 무덤으로 알려진 곳에 세운 ‘주님 무덤 성당’이 가장 중요한 성지 순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지 순례가 대부분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선 거리가 너무 멀고 마땅한 교통수단도 없어서 비용이 감당이 안 되었습니다. 또한 성지에 도착한다고 해도 이슬람교도들의 지배 하에 있는 성지를 안전하게 순례하는 것이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위험들에 대비해서 ‘무장한 성지 순례단’을 생각한 것이 십자군의 일차적 기원이 됩니다. 십자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기회에 하도록 하겠습니다.

 

예루살렘 성지 순례가 여의치 않자, 그리스도인들은 성인들의 유적지를 예루살렘의 대용물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성인들이 본받고자 했던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기에, 성인들의 삶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이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성인이 사도 성 베드로입니다. 따라서 베드로 사도의 무덤이 있는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은 초세기부터 중요한 성지 순례지가 되었습니다. 이후 로마네스크 시기에 들어서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성지가 등장했는데, 바로 사도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의 성 야고보 대성당입니다.

 

야고보 사도는 열두 사도 중의 하나로 제베대오의 아들이며,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구별하기 위해서 장(長)야고보라고도 부릅니다. 그는 갈릴래아의 어부였으며 예수님의 사랑받는 제자인 사도 요한과 형제입니다. 그는 사도행전(12,1)에 의하면 열두 제자 중에서 첫 번째로 순교하였습니다. 이후 야고보의 시신은 스페인으로 옮겨졌고, 최종적으로 8세기후반~9세기초반에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안치되었습니다. 야고보 사도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지낸 열두 사도 중의 한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도, 그곳이 순례의 중심지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지중해의 머나먼 뱃길 끝 예루살렘보다도, 알프스의 높은 산 너머 로마보다도, 지척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는 유럽인들에게 최적의 순례 성지였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이미 네 갈래의 고정적인 순례길이 생겨났고, 이 순례길들이 지나는 곳에는 크고 작은 도시들이 형성되었으며, 그곳마다 성당이 지어졌습니다. 이러한 성당들은 로마네스크의 표준형 성당들과는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순례자들이 순례지 성당에 들어갔을 때, 순례 신심을 함양하도록 성유물들을 보고 기도할 수 있는 구조로 성당을 계획했기 때문입니다. 순례지 성당들의 건축 이야기는 다음 회에 이어서 하겠습니다.

 

[2020년 1월 19일 연중 제2주일 의정부주보 7면, 강한수 가롤로 신부(민락동 성당 주임, 건축신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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