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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ㅣ복음화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6: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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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21 ㅣ No.463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6.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상)


굶주린 지구촌 형제 돌보며 지속 가능한 발전 도와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은 예수님의 말씀과 교회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 지원하는 미얀마 사람들이 환한 표정으로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1992년은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해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 교회가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전환한 원년이기 때문이다. 지난 20여 년간의 한국 교회 나눔의 역사를 살핀다. 또한, 앞으로의 과제와 비전을 사목자 및 전문가 인터뷰로 살펴본다.

 

 

한국 교회 해외 원조 사업의 시작, ‘인성회’

 

한국 교회는 1992년 10월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를 통해 나누는 교회를 선포했다. 이전에는 1975년부터 주교단 산하 기구인 ‘인성회(仁成會)’가 해외원조 창구 구실을 해왔다. 주교단은 인성회에 가난한 이들에 관한 교회 활동의 총괄 조정 임무를 부여했다. 

 

인성회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외국 원조기구의 국내 지원을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이었다. 인성회는 외국의 원조를 받아들이면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대 중반부터 작게나마 해외원조를 시작했다. 첫 대상국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는 1984년 대기근이 발생했다. 인성회는 당시로선 큰 금액인 1억 3000여만 원을 에티오피아에 지원했다. 이어 멕시코와 필리핀 지진, 콜롬비아 화산 폭발, 방글라데시 대홍수, 걸프전으로 인한 이라크 난민, LA 한인 교포 피해 지원 등 1992년까지 약 6억 원을 지원했다.

 

- 아프리카 남수단 분쟁 피해 지역에 사는 학생들이 한국 교회의 도움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제공.

 

 

한국 교회가 체계적으로 해외원조를 시작한 건 1989년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출범한 한마음한몸운동본부의 해외원조부터다. 서울대교구 사업이긴 했지만, 원조 기금의 모금과 활동, 원조 정책 명문화를 꾀했다. 심의 지침을 갖추는 등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후 여러 단체가 자발적으로 해외원조에 나섰다. 각 수도회도 아시아 등지 어려운 국가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 교회 전체 차원에서의 본격적이고 공식적인 해외원조는 1992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시작한 원조 사업이다. 당시 사회복지위는 인성회가 쌓은 노하우와 인적자원을 토대로 해외원조 사업을 능률적으로 수행했다. 2003년에는 매년 1월 마지막 주일을 ‘해외원조주일’로 제정하고 2차 헌금을 통해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의 가난한 이웃을 도왔다.

 

세계 가난한 교회와 나라의 지원 요청이 점점 증가하자 한국 교회는 효과적인 지원을 위해 2010년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Caritas Korea International, 이하 한국 카리타스)’을 설립했다. 한국 카리타스는 현재 명실상부한 한국 가톨릭교회 공식 해외원조 기구이며, 전문 법인체다. 1993~2017년의 해외원조 규모는 총 492억 3087만 4481원이며, 2010년 이후 증가 추세다.<표 참조>

 

- 대륙별 해외 원조 지원 내역(1993-2017)

 

 

한국 카리타스 총무 추성훈(대구대교구) 신부는 “한국 카리타스는 전 세계 164개국 카리타스와 협력해 해외원조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리스도의 사랑 나눔 정신에 따라 재난으로 고통받는 이웃과 생명을 구하고 통합적인 인간 발전을 통해 빈곤을 퇴치하며, 교육 사업에도 노력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발전과 평화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길’

 

일제강점기 일본의 막대한 수탈과 6ㆍ25전쟁 피해를 본 한국 교회가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자마자 더 어려운 해외 이웃을 돕는 데 팔을 걷고 나선 것은 “가난하고 고통받고 버려진 보잘것없는 이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라”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예수님의 이러한 가르침과 모범을 따라 초대 교회는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의 공동체를 이뤘다. 멀리 있는 궁핍한 이웃을 위한 운동도 펼쳤다. 사도행전에도 안티오키아 교회가 유다 지방 신자들을 돕는 내용이 나온다.

 

“그 무렵 예언자들이 예루살렘에서 안티오키아로 내려왔다. 그들 가운데 하나인 하가보스라는 이가 나서서, 장차 온 세상에 큰 기근이 들 것이라고 성령의 힘으로 예고하였다. 그 기근은 클라우디우스 황제 때에 일어났다. 그래서 제자들은 저마다 형편에 따라 유다에 사는 형제들에게 구호 헌금을 보내기로 결의하였다. 그들은 그대로 실행하여 그것을 바르나바와 사울 편에 원로들에게 보냈다.”(사도 11,27-30)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이 공의회는 모든 개인과 정부에 호소한다.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라. 먹을 것을 주지 않으면 그대가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고 하신 교부들의 말씀을 상기해 각자의 능력대로 자기 재화를 나누어 주고, 특히 개인이나 국가가 받은 바 원조로서 자조자립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그들을 도와주기 바란다”(「사목헌장」 69항)고 호소한 바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7월 22일, 이힘 기자]

 

 

도움의 빚 갚아야… 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최재선 사무국장


배고픈 시절 겪었기에 해외원조 중요성 절감

 

 

“어린 시절 미국 가톨릭 구제회(CRS)의 도움으로 배고픔을 넘겨봤기에 누구보다 해외원조의 중요성을 잘 압니다.” 

 

10일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 최재선(폴리카르포, 77) 전 사무국장은 “굶주리는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은 하느님의 손길을 전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었다.

 

1941년생인 최 전 국장은 일제강점기와 6ㆍ25전쟁을 모두 겪었다. 어린 시절 미국 가톨릭구제회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가톨릭 구호단체 지원으로 옥수수가루와 우윳가루 등을 배급받아 허기를 달랬다.

 

“한번은 성당에서 치즈를 받았는데 냄새 때문에 할머니께서 상한 줄 아시고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먹을 것을 통해 하느님 사랑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어요. 굶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입니다.”

 

서강대 1회 졸업생인 최 전 국장은 1970년 CRS에 들어가 4년여간 활약했다. 당시엔 1953년 정전 이후 한국을 돕는 전 세계 구호단체들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이어질 때였다. 그래서 그는 매일 같이 전국 수백 곳의 사업장을 다니며 현장을 답사했다. 그는 1974년 말 CRS가 철수하자 인성회와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서 30년 넘게 일했다. 한국 주교단이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의 전환을 선언하도록 제안한 당사자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잘 사는 나라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1991년 국제 카리타스 총회 때 만난 아프리카 주교님들이 한국 교회에 도움을 청하셨어요. 저는 그때 총재 박석희(안동교구장) 주교님께 ‘한국 교회가 이제 해외원조를 할 때가 됐습니다’ 하고 제안했지요.”

 

최 전 국장은 “해외원조에 나서는 것은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도움을 주신 분들께 빚을 갚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평신도 희년을 맞아 우리 신자들부터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은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7월 22일, 이힘 기자]

 

 

[1988-2018 복음의 기쁨으로] 6.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하)


지구촌 기아… 관심과 기도, 나눔으로 해결해야

 

 

전 세계 201개 나라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164개 카리타스 회원기구들의 연합체인 ‘국제 카리타스(Caritas International)’는 인류를 위한 거대한 목표 하나를 설정했다. ‘2025년까지 전 세계의 기아를 종식하는 것’이다. 소외된 이들의 배고픔의 문제 해결을 요청하면서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에게 시급함을 강조하고자 기한까지 설정해 ‘목표 의식’을 갖고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국제 카리타스와 연계해 활동하는 한국 교회의 공식 해외원조 기구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Caritas Korea International, 이사장 김운회 주교)’ 총무 추성훈 신부 인터뷰를 통해 한국 교회 해외원조의 선결 과제와 함께 비전을 듣는다. 

 

한편, 한국 교회의 또 다른 나눔의 형태인 ‘해외선교’에 대해서도 짚는다.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총무 추성훈(대구대교구) 신부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이하 한국 카리타스)’이 설립된 지 7년이 지났지만, 처음 듣는다는 신자가 여전히 많습니다.”

 

추성훈 신부는 한국 카리타스의 홍보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본당에 홍보를 나가면, 해외원조주일 때 내는 헌금이 한국 카리타스를 통해 해외로 전해진다는 것을 대부분 모르고 있습니다. 앞으로 누리집(www.caritas.or.kr) 개편과 회보, 교회 언론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설 계획입니다.”

 

추 신부는 “홍보를 통해 단순 기금 마련을 위한 후원회원 모집보다는 한국 교회 신자들이 전 세계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과 이렇게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릴 것”이라고 홍보 방향을 설명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해 연중 제33주일(2017년 11월 19일)을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제정하셨다”며 “이 날과 해외원조주일, 자선주일 등의 기회를 통해 신자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국내ㆍ외 이웃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 나눔 참여를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교회의가 2011년 설립한 한국 카리타스는 공공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공식 해외원조 기구다. 전 세계 카리타스 회원 기구 중에서 국제 카리타스 긴급구호 사업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20여 개 기구 중 하나이며, 점차 지원 규모와 기여도가 커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성장과 더불어 나눔에 대한 한국 신자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법인 설립(2011) 이후부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뿐 아니라 중동과 중남미 지역에서도 현지 카리타스와 협력하는 중장기적인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지원 국가와의 사업이 확대되고 있다.

 

제주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찬반 여론과 관련해 추 신부는 “이제 국내에서도 난민 소식이 피부에 와 닿는 시대다. 난민을 위한 국제 카리타스 캠페인에 한국 교회 신자들의 관심도 커질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제주교구와 주교회의 이주사목위원회에서 예멘 난민에 관심을 두고 지원할 계획을 하고 있다”며 “한국 교회는 국내, 국외로 나뉘어 난민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성경을 보면, 그리스도께서 기적을 행하시기 위해선 사람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사랑의 기적을 믿는 우리 신자들부터 먼저 나서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 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나눔의 또다른 이름 ‘해외선교’, 그리스도인의 의무

 

지난 2월 27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서울대교구 해외선교 사제 파견 미사가 봉헌됐다. 교구 해외선교봉사국(국장 박규흠 신부)이 주관한 이 미사에서는 김윤복ㆍ전동진ㆍ양용석 신부가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앞에 떨리는 마음으로 섰다. 

 

염 추기경은 세 사제에게 성스러운 직무의 상징인 영대를 걸어주고 “그동안 한국 교회가 이웃 교회로부터 받는 도움에 감사하면서 이제 그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라”고 격려했다. 사제들은 진지하면서도 희망찬 얼굴이었다.

 

앞서 지난해 9월엔 원주교구 김한기 신부가 아프리카 잠비아로 떠났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목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서였다. 만 64세, 수품 35년 차 사제에게는 망설임이나 두려움의 눈빛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뒤늦게 해외선교사로 떠나는 이유에 대해 김 신부는 “평온한 시골 본당 주임으로 사목하다 보니 점점 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고 ‘(사제가)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현재 김 신부는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에서 300㎞가량 떨어진 시골인 은돌라교구의 성 마티아스본당에서 열정적으로 사목하고 있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한국 신자들에게 현지 소식을 발 빠르게 전했다. 덕분에 지인과 한국 신자들의 도움을 이끌어냈고, 부임 1년도 안 돼 새 성당을 지을 수 있었다. 김 신부는 현지에서 ‘하느님의 집’과 더불어 ‘복음의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교회는 해외선교를 통해서도 이웃 교회로부터 받은 것을 나누고 있다. 이는 통계에도 명확히 드러난다. 20년 전과 비교할 때 해외선교에 나선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가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표 참조>

 

1997년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를 합쳐 총 706명이던 한국 교회의 해외선교사 수는 2007년에는 761명, 2017년에는 1063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 통계에는 평신도 선교사는 빠진 수치다. 주목할 점은 해외선교에 나선 사제 수가 크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1997년 해외선교 사제는 32명에 불과했지만, 2007년에는 131명으로 4배 넘게 늘어났고, 2017년에는 247명으로 다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울대교구 해외선교봉사국장 박규흠 신부는 “해외선교에 대한 교구 사제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서울대교구는 2008년부터 사목국 선교전례사목부, 2014년 해외선교봉사국을 설립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사제들을 파견,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교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고 하신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복음 선포의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7월 29일, 이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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