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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크루즈 성지순례기1: 이탈리아 파도바,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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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6-24 ㅣ No.1697

[가톨릭신문 주최] 가톨릭 정통 크루즈 성지순례기 (1) 마르코 성인 잠든 베니스에서 벅찬 가슴으로 한 배에 오르다

 

 

순례단을 태울 크루즈선 ‘비전(Vision of the Seas)’호가 아드리아해의 저녁 햇살을 머금은 모습으로 정박해 있다.

 

 

“보라,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가,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이!”(시편 133,1)

 

순례는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다. 우리를 제자이자 친구, 나아가 형제로 초대하신 예수님과 함께 나서는 여행이다. 교회를 ‘지상의 순례자’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님과 함께하는 여정이기에 기쁨과 즐거움만이 있는 길은 아니다. 그분이 지셨던 십자가가 새록새록 되살아나고, 그래서 순례의 여정이 끝났을 때 빛나는 십자가를 함께 지고 오신 주님의 얼굴을 마주하는 가슴 벅찬 일이다.

 

가톨릭신문이 개척해온 성지순례 길도 인류 역사 곳곳에 서린 주님의 향기를 되짚고 그분의 삶을 생생한 오늘의 현장에 되살려내고자 하는 모색이다.

 

10월 29일부터 15박 16일간 사도 바오로를 비롯한 신앙성조들의 향기가 서려있는 이탈리아 · 이스라엘 · 터키 일대와 이집트 등지에서 펼쳐진 크루즈 성지순례도 이러한 여정에 의미있는 발걸음을 더하는 일이었다.

 

성 안토니오대성당 안에 모셔진 안토니오 성인의 유해에 경배하는 순례자들.

 

 

신앙의 본향을 따라 지중해 연안을 뱃길로 순례한 순례자들은 믿음이라는 우물에 사랑이라는 두레박을 푹 담그는 체험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길어냈다.

 

40여 년 성지순례의 노하우를 지닌 가톨릭신문이 처음 시도한 이번 크루즈 성지순례에는 여든을 바라보는 구교우부터 태어난 지 두 돌도 넘지 않은 어린 아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신자들이 함께해 누구 못지않은 뜨거운 가슴을 안고 순례 여정을 걸었다.

 

그리스도의 숨결을 고스란히 가슴에 받아 안아올 수 있었던 순례의 여정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사랑은 모든 시간을 재구성하고 모든 것들을 새롭게 만든다.”

 

시작은 언제나 남모를 떨림을 전해준다. 더구나 그 시작에 ‘처음’이라는 말이 붙게 되면 떨림은 배가 된다. 사랑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에서 비롯된다. 이것저것 재지 않는 순수한 사랑이 시작의 떨림을 낳는다.

 

울었다. 순례에 오른 첫날, 벌써부터 많은 이들이 가슴으로 울고 있음이 전해져왔다.

 

해질녘 베니스항의 모습. 저 멀리 우뚝 솟은 성 마르코대성당 종탑이 보인다.

 

 

◎… 첫 출항지인 이탈리아 베니스 항구를 향하는 길에 들른 파도바(Padova). 코페르니쿠스를 비롯해 갈릴레오 갈릴레이 등 대표적인 유럽의 지성들이 활동한 곳으로 유명한 파도바는 보편교회에 안토니오(1195.8.15∼1231.6.13)라는 탁월한 성인의 발자취를 전해주고 있다. 안토니오 성인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만든 작은형제회에 입회해 36살의 젊은 나이에 죽기까지 감동적인 강론으로 수많은 이들을 하느님께로 이끌었다. 이 때문에 성인이 선종한 후 그의 혀는 오늘날까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대성당에 보관되어 많은 순례자들의 발걸음을 끌고 있다.

 

◎…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면, 베니스의 모든 길은 산마르코광장으로 통한다.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말한 산마르코광장에 서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물이 성 마르코대성당이다. 성 마르코대성당 자체가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지어질 정도로 마르코 성인과 베니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순례단이 성 마르코대성당에서 순례에 오른 후 첫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4복음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마르코 복음」을 쓴 마르코 성인은 생전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선교활동을 펼쳤으나, 828년 베니스 상인들이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베니스로 몰래 들여와 공경을 바치기 시작한 이래 베니스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성인을 상징하는 날개 달린 사자상은 지금도 세상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을 던지며 무심한 순례자들을 내려다본다.

 

성 마르코대성당에서 봉헌된 순례단의 감격스런 첫 미사. 순례단 지도를 맡은 최성우 신부(의정부교구 야당맑은연못본당 주임)는 강론을 통해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이해하는 순례 여정이 아니라 하느님 뜻과 생각대로 이해할 수 있는 순례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하느님께 맞춰가는 시간을 통해 여정을 거듭하면서 훨씬 풍요로워진 자신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크루즈 순례의 본격적인 출발지 베니스 항구, 저녁 햇살을 머금은 크루즈선 ‘비전(Vision of the Seas)’호가 순례자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순례자들은 이제 정말 한 배를 탔다.

 

베니스 성 마르코대성당과 종탑.

 

 

베니스 성 마르코대성당 앞 산마르코광장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는 순례단.

 

[가톨릭신문, 2010년 11월 28일, 서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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