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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재위 4주년 기획: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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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3-14 ㅣ No.440

[교황 재위 4주년 기획]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 어디로 가는가?


“성령 함께하는 ‘대화’와 ‘토론’이 올바른 교회 만드는 비결”

 

 

- 2015년 10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4차 정기총회 중 프란치스코 교황과 각국 주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CNS]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13일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돼 같은 달 19일 즉위했다. 지난 4년간 그는 교회에 무엇을 남겼는가? 교회를 어디로 이끌어가고 있는가? 길은 멀지만 변화의 조짐은 분명하다. 긴장과 저항이 있지만 교황은 그마저도 성령의 이끄심에 맡긴다. 교황이 추진하는 교회 개혁의 발걸음을 교황청 개혁과 통치 스타일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애당초 개혁을 위한 교황

 

제삼천년기를 시작한지 5년 만인 200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선종하고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선출된다. 그리고 2013년, 역사상 초유의 교황 사임.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40주년과 개막 50주년을 포함한 이 시기는 산업혁명과 냉전 종식을 능가하는 격변의 시기였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지배하는 세계, 환경과 생태계 파괴는 지구 시민들을 위협했다. 부의 양극화는 극을 달리고,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은 심해졌다. 세속주의와 상대주의의 파고에 밀리는 교회는 성직자 성추행 스캔들과 교황청 부패상 등으로 도덕적 권위마저 잃어갔다.

 

교회가 공의회를 통해 현대 세계와 문화에 대한 적응을 모토로 쇄신에 나섰던 것처럼,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하면서 교회는 다시 쇄신을 향한 문턱에 서 있다. 최초의 남미 출신, ‘가난한 교회’를 몸으로 실천하고 빈민들을 친구로 삼던 새 교황의 탄생은 성령의 이끄심이었다.

 

시작부터 프란치스코 교황은 쇄신과 개혁을 향해 서 있었다.

 

 

개혁에 대한 저항, 살아있는 교회 표징

 

2016년 11월 19일, 새 추기경 17명의 서임식이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됐다. 그들은 ‘거룩하고 사도로부터 내려오는 로마교회’와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에게 ‘항구하게 순명할 것’을 맹세했다.

 

그런데 서임식 며칠 전,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등 4명의 추기경들은 편지 한 장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교황과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에게 보낸 9월 19일자 편지였다. 추기경들은 이 편지에 ‘예’ 또는 ‘아니오’를 요구하는 질의를 담았다. 5개 항에 걸쳐 제기한 ‘의혹’(dubia)은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에 담은 교황의 생각을 의문시했다. 특히 이혼 후 재혼한 가톨릭 신자의 영성체 허용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교황은 직접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두고 보지만은 않았다. 서임식 전에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완고함으로써 주님의 길을 따른다고 생각하는 형제들을 위해 기도합시다. 주님께서 그들에게 당신은 자비, 친절, 겸손을 사랑하심을 일깨워주시기를 빕니다.”

 

교황은 서로 다른 의견들이 나오는 것 그 자체가 “교회가 살아있다는 표징”이라며 비난을 일축했다.

 

 

교황청 개혁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선교적이고 사목적 교회로 돌아설 것”을 촉구했다. 이어 “저 또한 교황직의 쇄신에 대하여 생각한다”(32항)면서 “교황직과 보편교회의 중앙 조직들 또한 사목 개혁의 요청에 귀 기울일 것”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지나친 중앙 집권은 교회의 생활과 그 선교 활동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이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의 통치 스타일은 권력의 분권화를 지향한다. 이는 지역교회에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과 지역교회 주교들이 모이는 주교 시노드의 쇄신으로 이어진다. 

 

교황은 즉위 즉시 ‘C9’으로 불리는 9인 추기경위원회를 구성했다. 추기경들은 회의에서 교황청 개혁 문제를 꾸준히 다뤄왔고, 주교 임명 과정과 교황 대사들의 역할, 주교시노드의 쇄신까지 폭넓은 의제를 검토했다.

 

교황은 성직자, 특히 교황청의 관료주의에 대해 극도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다. 

 

2013년 10월 1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관료들의 아첨 속에 스스로를 방치한 ‘자기 도취적’ 교황들이 너무 많았다”면서 “교황청 관료 조직이야말로 교황직 수행의 가장 나쁜 영향의 근원지”라고 지적했다.

 

그가 교황청 부서의 규모와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진행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바티칸은행의 부패 등으로 드러난 방만하고 의심스러운 재정을 감독하기 위해 재무원과 재무평의회를 설치하고, 효과적인 사회홍보 수단 활용을 위해 매체들을 통합한 홍보처를 신설했다. 평신도와 가정과 생명에 관한 교황청 부서와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교황청 부서도 신설했다. ‘C9’은 이제 법률 기구들과 성, 국무원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2015년 10월 22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알현 후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교황.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주교시노드의 강화

 

주교단의 ‘단체성’(collegiality)과 함께 거론되는 교회의 ‘공동합의성’(synodality)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통치에 있어서 열쇳말이다. 이 둘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가 집중적으로 드러나는 자리가 주교시노드다. 교황은 2015년 10월 17일, 주교시노드 창설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공동합의성’은 하느님께서 제삼천년기 교회에 원하시는 것”이고 “시노드적(synodal)인 교회는 ‘듣는 교회’로서 먼저 풀뿌리 하느님 백성에게, 최종적으로는 친교와 일치의 최고 보증자인 교황에게 귀 기울이는 역피라미드형 구조”라고 말했다.

 

교황은 가정을 주제로 연 시노드에 앞서, 풀뿌리 설문조사를 실시해 현대 가정의 현실을 들여다보는데 주력해 ‘공동합의성’의 모범을 보였다. 시노드 대의원들에게는 강력하게, ‘공개적이고 정직한 토론’을 ‘강요’했다. 심지어 교황 자신에 대한 반대 의견조차 거리낌 없이 나누고 대담하게 식별하도록 요청했다.

 

가톨릭매체 ‘글로벌 펄스’ 편집장 로버트 미켄스는 미국의 NCR(National Catholic Reporter) 2016년 3월 22일자에서 주교시노드 강화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교시노드의 권한 강화는 로마와 지역교회간, 중앙과 주변부간의 일방적 불균형을 균형 잡는 수단입니다. 시노드가 교회 통치의 핵심 요소가 된다면, 그 자체가 바로 교황직 개편입니다. 시노드의 법적 지위를 더 바꿔야 합니다. 그것은 그의 권한입니다.”

 

 

프란치스코, 청사진은 없다

 

예수회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교황의 열렬한 지지자 중 한 사람. 「라 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인 스파다로 신부는 교황에게 개혁의 ‘큰 그림’은 없다면서 “교황 자신도 어디를 향해 가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스파다로 신부는 “교황은 대화와 토론을 지켜보고 나서 결정을 한다”고 말했다.

 

호주 브리즈번대교구장 마크 콜러리지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직에 대한 ‘신화’를 탈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즉 교황은 “무엇에 관한 것이든 최고의 진리를 선언할 수 있는 신탁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깨고자 한다는 것이다. 대주교는 “교황은 스스로를 교회 전체가 주고받는 ‘거대한 대화’의 일부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교황은 성령이 이끄는 하느님 백성 전체의 대화와 토론이 교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것으로 믿는다. 백성 전체의 대화와 토론이 교회를 통치하는 진정한 ‘공동합의성’이라고 생각한다. 교황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황청의 관료주의, 사제들의 성직주의를 척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혁과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많지 않다. 고작해야 몇 개 기구를 개편하고 몇 명의 인사를 단행했을 뿐이다. 개혁 속도도 실망스러울 정도로 더디다. 하지만 교황에게 있어서 형식적인 구조와 제도의 개혁, 단순한 인사 쇄신이 성공의 관건은 아닌 듯하다. 

 

아르헨티나 예수회원으로 그레고리안대학교 윤리신학 교수로 활동 중인 움베르토 미구엘 야네즈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교황청 관리들 중에는 ‘교황 나이가 많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란치스코 교황 개혁은 무의미합니다. 하지만 교황은 진정한 개혁과 쇄신은 회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구조와 제도의 쇄신은 회개를 할 때 뒤따라옵니다. 그는 지금, 언젠가는 구체화될 개혁의 기반을 다지는 중입니다.”

 

[가톨릭신문, 2017년 3월 12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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