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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기도] 기도 배움터: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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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2-21 ㅣ No.869

[기도 배움터]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사실 친구 신부가 안식년을 가는 바람에 운이 좋게도 이 귀중한 자리를 제가 땜빵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분야의 전공자는 아니지만 하느님의 새로운 이끄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이 일을 하겠다고 말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원고 마감일인 매달 15일만 되면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기도 했는데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마지막 글을 쓰게 되었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큰 불평 없이 참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계속 저를 격려해 주신 외침 담당자 분께도 감사드리구요. 이 글도 여러분이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맺는데 작은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것은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다’는 것입니다. 루카 복음 12장 32절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들 작은 양 떼야,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 나라를 너희에게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진실만을 말씀하시지요. 절대로 듣기 좋은 빈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마음의 결정을 이리저리 바꾸고 번복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변함이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에게 이미 기꺼이 당신의 나라를 주기로 하셨습니다. 이것을 깊이 알아듣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것이 우리 안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지 않다면 우리의 신앙생활은 아주 고달프고 힘겨워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하셨고, 우리에게 아무런 조건도 내걸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당신의 나라를 기꺼이 주기로 하셨다는 것이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지 않다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어서 우리가 오히려 이것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의 기도 생활은 의무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기도해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 그런 것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정말 우리가 열심히 기도하면 하느님 나라에 갈 수 있나요? 누가 감히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 나라는 우리가 노력해서 얻어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는 것이지요. 그러면 반대로 이런 질문을 해보지요. 우리가 기도를 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기꺼이 주시기로 한 하느님 나라를 거두실까요? 하느님께서 마음을 바꾸실까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절대로 그런 일 없으니까 안심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불충실함 보다, 우리의 연약함 보다 하느님의 우리게 대한 충실함과 사랑이 더 크다는 것을, 하느님은 이런 우리도 당신의 자녀로 기꺼이 받아들이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쯤 되면 ‘기도할 필요가 없겠네요?’ 하고 묻고 싶을 것입니다. 만약에 정말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께서 나를 어떻게 하실까봐,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실까봐, 나와 우리 가족이 어떻게 될까봐 기도를 하는 것이라면, 얼른 기도를 그만하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기도는 하느님을 자꾸 이상한 분으로 만들고, 하느님과 나와의 관계도 정말 이상하게 만들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기도를 한다면 그 이유는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기꺼이 당신의 나라를 주고 싶어 하시기 때문입니다. 이런 하느님의 사랑을, 하느님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여기에 응답하기 위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이 하느님께 나의 마음을 열어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우리 편에서의 응답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요? 어머니가 가족들을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해 놓으셨는데, 식사를 하면서 아무도 맛있다고, 잘 먹었다고 말하지 않는다면, 음식을 준비한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요? 음식을 또 하고 싶을까요? 별로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아주 맛있다고, 또 해달라고 하면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요? 가족들을 위해서 더 맛있는 것을 해주려고 수고를 아끼지 않겠지요. 하느님도 마찬가지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당신의 사랑에 응답을 하면 너무 좋아하시고 우리를 위해서 더 좋은 것을 주실 것입니다. 루카 복음 12장 37절에 그런 말씀이 나옵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종이라면 주인을 깨어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하느님께는 이것이 당연하지가 않습니다. 너무도 고마워서 그를 위해 식탁을 차리고 그가 밥을 먹을 때까지 시중을 들고 계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에 응답하는 것을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이렇게 보시고 이렇게 움직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한꺼번에 다 주시지 않습니다. 점차로 하나씩 하나씩 주시고 또 주십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응답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불러일으키는 통로입니다. 이 통로를 통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성장시키시고 우리는 하느님을 닮아가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가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주님을 더 잘 알게 되고 더 깊은 친교를 나누게 되고 더 일치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기도에 관한 수업을 들을 때 받은 질문인데 마지막으로 이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어떤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 가장 가치 있는 기도일까요?

 

① 탈혼 상태에서의 신비기도

② 세 살짜리 어린 아이의 손을 모으고 예쁜 마음으로 하는 기도

③ 깊은 위로와 주님께 대한 깊은 앎을 가져다주는 기도

④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있는 힘겨운 상태에서의 기도

⑤ 그저 그런 기도

 

정답은 ①②③④⑤ 모두입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어떤 것이 가장 가치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내가 최선을 다해서 기도한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 최규화(요한 세례자) 신부는 2000년 사제 수품 후, 2009년 로마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교의 신학)를 취득 하였다. 현재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신부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외침, 2016년 1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최규화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교의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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