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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6: 구약에 나타난 기도 - 약속 · 믿음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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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7-10 ㅣ No.816

[위대한 신앙의 신비, 기도] (6) 구약에 나타난 기도 - 약속 · 믿음의 기도


외아들도 기꺼이 바치는 믿음

 

 

구약성경 창세기 12장은 하느님께서 믿음의 성조 아브라함을 부르시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불러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하고 말씀하십니다. 아브라함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고 창세기는 말합니다(12,1-4). 하느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따르며 순종한 것입니다. 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행동하기로 결정하는 마음의 귀 기울임이 기도의 본질적인 요소이며, 말은 부수적인 요소이다.”

 

여기서 아브라함의 기도의 한 가지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기도는 말보다도 “먼저 행동으로 표현”되는 기도입니다. 이렇게 행동으로 표현되는 기도는 아브라함이 주님의 말씀을 듣고 머무는 곳마다 주님을 위한 제단을 쌓는 데서도 드러납니다(창세 12,8; 13,4.8 참조). 

 

아브라함이 말로써 표현하는 첫 기도는 나중에 나옵니다. “주 하느님, 저에게 무엇을 주시렵니까? 저는 자식 없이 살아가는 몸 …당신께서 자식을 주지 않으셔서, 제 집의 종이 저를 상속하게 되었습니다”(창세 15,2-3). 이 기도는 ‘큰 민족이 되게 하겠다’(창세 12,2)고 하신 하느님의 약속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에 그 약속을 하느님께 “상기시켜 드리는 은근한 탄식”입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믿음의 조상이라고 부르는 아브라함에게서조차도 처음에는 하느님의 약속에 대해, 달리 표현하면 하느님의 성실성에 대해 과연 믿어야 하느냐 하는 ‘믿음의 시련’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이런 탄식 어린 기도에 대해 하느님께서는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질 것’이라고 거듭 약속하시고 아브라함은 그 말씀을 믿습니다(창세 15,5-6). 이 약속은 이사악의 탄생으로 실현되지요. 그런데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의 신앙을 최대한 정화시키고자 엄청난 요구를 하십니다. 당신께서 약속으로 주신 외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하신 것입니다(창세 22,2 참조). 

 

아브라함은 다시 행동으로 순종합니다. 나이 100세에 아들을 본 아브라함은 신약성경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하느님께서 죽은 사람까지 일으키실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히브 11,19). 이런 믿음으로 아브라함은 아들 이사악을 바쳤고, 그래서 마침내 믿는 이들의 아버지가 된 것입니다. 

 

믿음으로 외아들 이사악을 기꺼이 바치고자 한 아브라함은 어느 면에서는 “우리 모두를 위하여 당신의 아들을 아끼지 않고 내어 주실 성부를”, 하느님 아버지를 “닮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기도는 인간에게 하느님을 닮은 모습을 회복시켜 주며, 또한 많은 사람을 구원하시는 하느님의 강렬한 사랑에 참여하도록 해줍니다”(2573항).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하신 약속을 아브라함의 손자이자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조상인 야곱에게서 갱신하십니다. “…나는 너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하느님이며 이사악의 하느님인 주님이다.… 네 후손은 땅의 먼지처럼 많아지고… 땅의 모든 종족들이 너와 네 후손을 통하여 복을 받을 것이다…”(창세 28,10-22). 

 

이 야곱과 관련된 한 일화는 교회의 기도 전통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닙니다. 형 에사우를 속여 형에게 돌아갈 장자권과 아버지의 축복을 가로챈 야곱은 형의 복수를 피해 달아납니다. 세월이 흘러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야곱은 신비로운 어떤 분과 밤새도록 씨름을 합니다. 동이 틀 때가 되어 그분이 놓아달라고 애원했으나 야곱은 축복을 받기 전에는 놓아 주지 않겠다고 하지요. 그러자 그분은 야곱의 이름을 이스라엘로 고쳐 부르면서 복을 빌어줍니다(창세 32,25-31). 

 

이 일화를 두고 교리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교회의 영적 전승은 이 이야기를 기도의 상징으로, 곧 신앙의 싸움과 끈기의 승리로 이해해 왔다”(2573항). 끈기 있게 바치는 기도를 하느님께서 들어주신다는 것입니다.

 

[평화신문, 2016년 7월 10일,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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