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토)
(백)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이 제자가 이 일들을 기록한 사람이다. 그의 증언은 참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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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어린이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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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5-01-05 ㅣ No.783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어린이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


난 특별… 하느님이 만드셨으니



어린이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 .


별표? 똥표?

그런 건 그걸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만 몸에 붙어 있는 거란다. 넌 특별하단다. 내가 널 만들었으니

‘넌 특별하단다’는 미국 텍사스 출신, 맥스 루케이도의 그림 동화책으로 미국에서만 5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이며 2004년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장장 10년째 공연되고 있는 극단 ‘행복자’의 가족 뮤지컬이다. 이 작품은 객석 점유율 120%라는 기이한 일을 기록하며 10년째 공연되고 있다. 왜일까. 뭐가 그리 재미있다는 걸까.

스토리는 동화답게 간단하다. 극의 배경은 목수 엘리가 만든 나무사람들의 마을이다. 그들은 서로 별표와 똥표를 붙인다. 잘난 사람은 별, 못난 사람은 똥표를 붙인다. 늘 실수하고 잘 넘어지는 주인공 펀은 당연히 똥표다. 어느 날, 마을에서는 장기자랑 1등에게 ‘별표’를 주는 황금별대회가 열린다. 황금별을 갖고 싶어 하던 펀은 동시를 짓는다. 결과는 똥표만 하나 더 늘었다. 펀은 결국 엘리 목수를 찾아간다. 가서 울먹이며 따진다.

“왜 날 이렇게 만들었어요. 좀 잘나게 만드시지. 똥표를 보세요. 난 쓸모없는 녀석이에요.”

객석의 꼬마 관객들도 같이 훌쩍거린다. “누가 너에게 똥표를 붙였니, 난 쓸모없는 나무사람은 안 만든다, 넌 특별하단다.” 엘리 목수가 펄쩍 뛰며 펀 편을 들어준다. 이번엔 꼬마들과 함께 온 어른들이 운다.

“넌 소중하고 특별해. 왜냐면 내가 널 만들었으니까”

이미 아셨겠지만 엘리 목수는 하느님이다, 마지막 장면에선 아이, 어른이 하나같이 짝짝 박수친다. 똥표가 다 떨어져 해맑아진 펀은 ‘난 특별해 너도 특별해’라고 노래한다. 펀에게 똥표를 붙여줬던 별표 나무 사람들도 펀과 함께 ‘모두 특별해, 특별해’라고 노래한다. 연극은 이렇게 행복하게 끝난다.

내 삶과 내 존재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고 그것에 응답한다는 것은 우리 신앙인들이 사는 방식이고 목적이며 세상과 사람사이에서 고단하게 헤매는 우리 영혼이 깨어나 꽃필 유일한 행로 아니던가. 그러나 현존의 의식과 응답이라는 이 거창하고도 매력 있는 주제에 끌렸던 수많은 인간들이 열정적인 온 생을 그것에 바치고도 별 볼 일없이 끝나버린 경우도 많이 본다.

예술가들이 어찌 그에 뒤지랴. 수도 없이 많은, 다 섭렵할 수도 없이 다양한 예술혼들이 불같은 이 주제에 불나방으로 끌려 허무하게 스러지는 경우 또한 우리는 많이 본다. 이 그림책의 저자 역시 어쩌면 그런 걸 봤을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맥스 루케이도는 그냥 ‘난 특별해, 하느님이 날 만들었으니까’라고 결정해버린다. 말도 안 되게 단순하고 단호한 그 결정이 맘에 들어서 아이들은 이 책을 읽는 걸까. “똥표 때문에 아이가 울 때, 너의 존재만으로도 내게 넌 특별하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연출 홍경숙의 따듯한 마음이 좋아서 아이 손을 잡은 어른들이 이 공연을 보는지도 모른다.

하느님이 날 만드셨으니 난 정말로 특별하다는 순진하고도 위험한 결정을 싫어할 사람이, 온 마음과 힘을 다해 그걸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별표나 똥표는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한테만 붙어있는’ 거니까 그렇게 믿고 안 믿고는 언제나 그렇듯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 이원희(엘리사벳ㆍ연극배우 겸 작가) -
뮤지컬 ‘서울할망 정난주’ 극작가이자 배우로서 연극 ‘꽃상여’ ‘안녕 모스크바’ ‘수전노’ ‘유리동물원’ 등에 출연했다.

[가톨릭신문, 2015년 1월 4일,
이원희(엘리사벳ㆍ연극배우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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