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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계시 헌장: 계시와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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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10-20 ㅣ No.1669

[본당신부님과 함께하는 월례교육] 『계시 헌장』 : 계시와 신앙

 

 

지난 외침 8월호까지 월례교육의 주제는 ‘교회’였습니다. 특별히 ‘교회헌장’ 중심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강조하는 교회의 정체성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교회는 2천년 역사 안에서 ‘공의회(Concilium)’를 통해 발전하였고, 공의회를 통해서 발전한 교회의 역사는 곧 교회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외침 2015년 11월호 ~ 2016년 8월호 참조).

 

이번 9월호부터는 ‘교회헌장’에 이어 ‘계시헌장’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계시헌장’의 공식 명칭은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인데, 가톨릭 교회의 보편공의회가 ‘계시(啓示)’와 ‘성전(聖殿)’에 관한 교리에 대해 포괄적 입장을 밝힌 첫 번째 문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계시 교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계시”에 대한 개념 설명뿐만 아니라 계시와 성경의 영감, 성경과 전승에 대한 설명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는 계시헌장의 구성을 통해 명확히 드러납니다 : 서론(1항), 제1장 계시 그 자체(2~6항), 제2장 하느님 계시의 전달(7~10항), 제3장 성경의 영감과 해석(11~13항), 제4장 구약성경(14~16항), 제5장 신약성경(17~20항), 제6장 교회생활과 성경(21~26항).

 

 

가톨릭 교회에서 말하는 “계시”란 무엇입니까?

 

“계시(啓示)”란 어떤 감추어져 있는 신적인 존재, 즉 인간의 이성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열어 보여주시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자어 “계시(啓示)”는 ‘열 계 啓’ 와 ‘보일 시 示’의 합성어로 ‘열어서 보여주다’라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 표현은 본래 라틴어 revelare에서 유래하는데, ‘(감추어진 것이) 드러나다’ 또는 ‘열어 밝히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계시”의 의미를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연극 무대를 상상해봅시다. 연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는 휘장(장막; 베일)으로 가려져 있습니다. 이 순간 무대 뒤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지 관객들은 알 수가 없습니다. 휘장 뒤에서 공연을 위해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는 배우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연극이 시작될 시간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하느님도 휘장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분명 존재하시는 분이시며 우리를 위해 당신의 능력을 행사하고 계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때가 되었을 때 마치 연극 무대의 휘장(장막; 베일)을 젖히듯 열어서 당신 자신의 모습과 능력을 보여주십니다.

 

모든 계시의 사건은 하느님으로부터 시작합니다. 하느님은 인간의 이성을 넘어서서 존재하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먼저 자신을 드러내 보이시고 말씀을 건네시며 인류 구원에 관한 계획을 알려주십니다. 당신의 넘치는 사랑으로 마치 친구를 대하듯 인간과 사귀시며, 당신과 친교를 이루도록 인간을 초대하고 계십니다(계시헌장 2항 참조).

 

 

계시 사건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역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계시헌장 2항의 끝자락에서 구원의 “중개자이시며 동시에 모든 계시의 충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영원한 말씀이신 당신의 아드님을 이 세상에 파견하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이로써 하느님께서 당신의 내면을 알려주셨으며 인간 가운데 사시게 되었습니다(요한 1,1-18 참조).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통하여 자기 자신이 누구이신지 알려주셨기에 그분을 보는 이는 아버지를 볼 수 있습니다(요한 14,9 참조).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 자기 계시의 완성은 이스라엘 성조들과 예언자들을 통하여 준비되었습니다. 먼저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을 선택하고 부르시어 당신 백성을 모으셨습니다(창세 12,2-3 참조). 그 뒤에 모세와 예언자들을 통하여 당신 자신을 계시하시고 말씀하셨습니다(계시헌장 3항 참조).

 

 

<공적계시>와 <사적계시>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예수 그리스도의 파견과 복음선포를 통하여 완성된 하느님의 계시를 “공적(公的) 계시”라 부르는데,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영광스럽게 나타나시기 전에는(1티모 6,14; 티토 2,13 참조) 어떠한 새로운 공적 계시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계시헌장 4항, 가톨릭교회교리서 67항 참조).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른바 “사적(私的) 계시”들이 있었습니다. 특정 사람 혹은 특정 장소에서 예수님 혹은 성모님이 발현하셨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고, 교회는 조사를 통해서 일부 주장들을 교회의 권위로 인정하였습니다(예: 파티마, 루르드의 성모 발현). 이러한 사적 계시들은 그리스도의 육화 사건을 통하여 완성된 “공적 계시”와 구별됩니다. 사적 계시들은 공적 계시를 개선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저 공적 계시에 따른 삶을 더욱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7항 참조).

 

신자들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거인 그리스도의 공적 계시를 벗어나거나 수정하려고 시도하는 다른 ‘계시들’을 경계하여야 합니다. 사적 계시의 식별과 공적 인준은 교회 교도권에 속한 의무입니다. 따라서 신자들은 교회 교도권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느님 계시에 대하여 인간은 받아들이고 응답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자신을 드러내시고 당신과의 친교에로 초대하시는 것을 “계시(啓示)”라고 말할 때, 이러한 하느님의 거룩한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응답을 “신앙(信仰)”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150항 참조).

 

하느님의 자기 계시, 즉 하느님 신비의 초대에 대하여 인간 각자의 지성(知性)과 의지로 동의한다는 점에서 ‘신앙’은 인간적 행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도움과 은총”, 그리고 “성령의 내적인 도움” 없이 인간은 하느님의 계시를 온전히 수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앙’은 “성령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성령은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마음의 눈을 여시어 진리에 동의하도록 이끄시며, 이로써 믿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베푸십니다(계시헌장 5항 참조).

 

 

계시종교와 자연종교의 차이점을 설명해 주세요.

 

그리스도교가 다른 종교들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계시종교”라는 점입니다. 하느님(혹은 신적 절대자)를 종교의 출발점으로 보는 종교(예: 유대교, 이슬람교)를 ‘계시종교’라고 한다면, 인간으로부터 시작되는 종교를 일컬어 “자연종교”라고 합니다. “자연종교”는 하느님의 계시, 즉 인간을 향한 절대자의 구원 의지로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믿고 섬기는 마음을 불어 넣어주는 “계시종교”와는 달리, 인간의 이성을 통하여 알게 된 신적인 존재와 그에 따르는 의무를 이행하는 종교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힘이 센 짐승들을 믿는 ‘토테미즘(totemism)’, 자연 속의 정령(精靈), 즉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animism)’, 그리고 우주에 널리 가득 차있는 신적(神的) 존재를 믿는 ‘범신론(汎神論)’이 자연종교에 해당됩니다. 좀 더 넓게 보면 불교(佛敎)와 유교(儒敎)도 이에 속합니다.

 

[외침, 2016년 9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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