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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일본 188위 시복식 준비 과정과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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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08-11-16 ㅣ No.580

일본 188위 시복식 준비 과정과 현황


25년의 기도와 염원이 이루어낸 잔치

 

 

일본 시복시성특별위원회 관계자, 전국 15개 교구 책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확대실행위원회 모습. 확대실행위원회는 지난해 11월과 금년 5월에 개최되었다.


- 시복식실행위원회가 로고와 표어를 주제로 제작한 현수막. “목숨을 바쳐 참 생명을 산다”(왼쪽)는 뜻을 담고 있다.

 

 

오는 11월 24일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나가사키시에서 로마 교황청 주최로 ‘베드로 키베(岐部)신부와 187위 순교자 시복식’이 국내외에서 약 3만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이 모인 가운데 개최된다.

 

이번에 개최될 ‘베드로 키베 신부와 187위 순교자 시복식’(이하 시복식)은 교황대리 전 교황청 시성성 장관 호세 사라이바 마르팅스(Jose Saraiva Martins) 추기경을 비롯해 해외에서 참가하는 주교단, 사제단 및 일본 주교단과 사제단 주례로 거행된다.

 

한국에서는 이문희 대주교(전 대구대교구장)를 비롯해 박정일 주교(한국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 위원장), 강우일 주교(한국주교회의 의장), 장익 주교(춘천교구장), 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 이기헌 주교(군종교구장), 최기산 주교(인천교구장), 이형우 아빠스(덕원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서리), 시복시성특별위원회 관계자 그리고 서울대교구, 대구대교구 등에서 사제, 신도 등 모두 300명이 넘는 순례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시복식의 배경

 

이번에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시복을 승인한 ‘베드로 키베 신부와 187위순교자’는 토구가와(德川)막부에 의한 매우 심한 그리스도교 금교정책 밑에서도 신앙 자유를 지켜내고 1603년∼1639년 전국 각지에서 순교했던 일본인 신도, 수도자, 사제들이다.

 

188명 가운데 사제 4명과 수도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83명은 무사, 일반 양민, 부녀자, 전도사 등 일반 신자들이다. 가족 모두 순교한 경우라든가 이름이나 나이 조차 알 수 없는 하층민, 신체 장애 때문에 온갖 편견에 시달렸던 사람들 등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다.

 

(1) 개요

 

우선 188순교자가 복자로 인정받게 된 경위는 이러하다.

 

일본 주교회의는 1981년에 일본을 방문한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권고에 따라 188순교자의 생애에 관한 종합적인 조사사업에 착수하였으며, 그 후 15년에 걸쳐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였다. 로마 교황청 시성성은 1996년에 이 조사보고서를 토대로 시복을 위한 심사에 들어갔고 역사심사위원회, 신학심사위원회 등을 거쳐, 2007년 6월 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공식으로 시복이 승인되었다.

 

(2) 준비상황 및 경과

 

2006년 11월에 일본 주교회의는 ‘시복식 실시 요강(諡福式實施要綱)’을 확정하였다. ‘요강’에서는 시복식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되고 있다. “시복식은 순교자의 영성을 체험하는 행사이다. 그리고 이 행사를 복음선포의 기회로써 일본의 온 교회, 특히나 청년층을 활성화시키는 일도 또한 목표로 삼는다.”

 

시복식에 이르는 경위는 이 ‘요강’을 기준으로 전후 두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즉, ‘요강’이전은 188순교자 시복을 위한 운동기간이며, ‘요강’이후는 이제 가시화된 시복식을 위한 준비기간이라 할 수 있다.

 

그럼 지금부터 ‘요강’이후 즉, 시복식 개최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상황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시복식은 일본 주교회의가 주도하는 것이지만 실질적인 활동 주체로서 다음 두 기관 즉, 주교회의 산하 기관인 시복시성특별위원회, 그리고 개최지인 나가사키에 설치된 시복식실행위원회를 들 수 있다.

 

① 시복시성특별위원회 차원의 활동

 

미조베(溝部)위원장(타카마츠 교구장)을 비롯해서 각 위원들이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며 피정이나 강연회 등을 통해 188순교자나 오늘날에 있어서 순교의 의의 등에 대해서 계몽활동을 전개해왔다. 또 188순교자를 소개하는 책자 ‘베드로 키베 신부와 187위 순교자’(2007년 9월)를 간행하였고 보급에 힘쓰고 있다.

 

‘시복식실시요강’ 확정 직후인 2006년 12월에는 소책자 ‘순교자를 생각하며 함께 기도하는 주간’을 간행함으로써 각자가 스스로 순교자들의 영성을 확인하고 심화시키도록 권장하였다. 또 올해 들어 10월 5일부터 시복식 직전까지를 ‘시복식을 앞두고 함께 기도하는 7주’로 지정함으로써 각 주마다 묵상을 위한 주제를 제시하고(소책자 ‘시복식을 앞두고 함께 기도하는 7주’를 간행, 전국 본당에 무료로 배포) 시복식을 맞이하기 위해서 마음 준비를 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② 시복식실행위원회 차원의 활동

 

‘시복식실시요강’에 의하면 일본 주교회의는 ‘베드로 키베 신부와 187위 순교자 시복식’ 실행위원회(이하 실행위원회) 를 설치하고 위원장직은 나가사키대교구 교구장인 다카미 미츠아키(高見 三明) 대주교에게 의뢰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다카미 대주교를 위원장으로 ‘준비위원회’(이듬해 6월, 교황이 공식으로 재가를 내린 뒤 ‘실행위원회’로 개칭하였음)가 발족되었다(위원회는 나가사키교구 관계자, 즉 사제나 평신도로 구성되어 있음).

 

위원회는 현재까지 13회에 걸쳐 열렸는데, 그 중 2개 회의는 일본 국내 모든 교구에서 시복식 담당 책임자가 참석한 ‘확대위원회’였다(일본에는 나가사카교구를 포함해서 16개 교구가 있음). 이것은 이번 시복식을 일본 교회 전체가 하나가 되어 개최하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먼저, 시복을 상징하는 ‘초상화’ 제작에 대해서 소개하겠다.

 

‘실행위원회’는 산하에 초상화 선정을 위한 부회를 두고 가톨릭 화가들에게서 제출받은 데생을 심사하여 그 결과 선정된 화가가 정식으로 초상화 제작에 착수하였다. 지금 현재 초상화는 완성되었으며, 시복식 당일 참가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식장에 그 확대판을 걸어놓을 예정이다.

 

초상화에 이어 실행위원회는 로고와 표어를 결정하기 위해 작품을 공모하였다. 그 결과 일본 전국에서 많은 후보작들이 들어왔는데, 초상화 경우와 마찬가지로 선정 부회를 통해 각각 로고 1개, 표어 3개를 선정하였다.

 

그리고 선정된 로고와 표어를 사용해서 현수막을 제작하여 성당이나 가톨릭 관련 시설을 대상으로 판매중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시복식을 통해서 청년층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시복식실시요강’ 취지에 호응해서 청년들은 독자적으로 청년시복준비회를 설립하여 전국의 청년네트워크를 통해 전국 순회미사, 주제곡 제작, 순교자에 관한 연구 등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시복식을 개최하는 날이 다가오고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준비작업이 더욱 구체화되고 또 세분화되고 있다. 의사, 간호사, 대학생이 자원봉사로 나서 의료진을 조직하였다. 전례부문에서는 대규모 성가대를 편성하여(성인과 학생 1000명으로 구성) 연습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나가사키교구 소속 일반 신자를 중심으로 작업반이 조직되어(약 2000명) 시복식장 개설 작업이나 시복식 당일에 접수, 안내, 경비 등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시복식 전날에는 전야제(Vigilia)가 실시된다. 나가사키 시내에 있는 지정된 네 군데 성당에서 기도회나 미사가 계획되어 있으며 시복식을 위해 나가사키를 방문할 순례자를 맞이할 것이다.

 

 

맺음말

 

순교자들은 그리스도를 충실히 따라 자신의 목숨으로써 무한한 하느님의 사랑을 증명하였다. 따라서 그들의 삶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우리가 인간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문제들에 직면하고 고민하면 할수록 그들은 우리 곁에 다가온다. 이것은 순교자들의 삶이 시공을 넘어 보편적임을 증명하는 것이며, 그들의 존재가 우리에게는 희망 그 자체임을 의미한다. 시복식이란 순교자들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을 초대하고 베푸는 희망의 잔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복식에 참가할 한국 순례단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번에 시복될 복자들 곁에 함께 모여 기쁨을 나눕시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순교자’가 시복되고 함께 기념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합니다.

 

 

■ 필자 약력

 

일본 나가사키대교구 교구청 복음화추진부 비서, 시복식실행위원회 사무국 ▲ 일본 상지대학교 외국어대학 영어학과 졸업 ▲ 서강대 문과대학 사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대학원 한국사학과 석사과정 수료 ▲ 주한 일본대사관 전문조사원 ▲ 나가사키대교구 교구청 ▲ 시복식 실행위원회 사무국

 

 

■ 연표로 본 시복식까지의 과정

 

▶ 1981년 2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일본 방문. 일본교회가 시복운동에 착수하기를 바라는 뜻을 밝힘.

 

▶ 1984년 2월 일본 주교회의가 시복조사 개시를 선언. 시복조사위원회 발족(시복시성특별위원회의 전신).

 

▶ 1990년 6월 일본 주교회의가 정식 명칭을 ‘베드로 岐部(키베)신부와 187위 순교자 시복식’으로 결정.

 

▶ 1996년 188순교자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교황청에 제출.

 

▶ 2003년 시복신청서(Positio)를 작성. 2004년 12월 시복신청서(Positio)가 역사심사위원회(시성성)를 통과. 그 후 2006년에 신학심사위원회(시성성)를 통과.

 

▶ 2006년 11월 일본 주교회의가 ‘시복식실시요강(諡福式實施要綱)’을 확정. 시복식준비위원회 발족(위원장 다카미 나가사키대교구 대주교). 12월 시복시성특별위원회가 소책자‘순교자를 생각하며 함께 기도하는 주간’을 간행.

 

▶ 2007년 2월 추기경회의에서188순교자의 시복을 승인. 6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88순교자의 시복을 정식으로 승인. 시복식실행위원회 발족(위원장 다카미 나가사키대교구 대주교). 9월 일본주교회의가 시복식의 날짜(2008년 11월 24일)와 장소(나가사키)를 발표. 12월 시복식 식장이 나가사키縣營野球場으로 결정.

 

▶ 2008년 10월∼현재 ‘시복식을 앞두고 함께 기도하는 7주’를 실시 중.

 

[가톨릭신문, 2008년 11월 16일, 미야자키 요시노부(宮崎 善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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