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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앙 선조를 움직인 한 권의 책: 조선시대 고해성사 전 묵상 지침서, 성찰기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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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19 ㅣ No.1021

[신앙 선조를 움직인 한 권의 책] 조선시대 고해성사 전 묵상 지침서, 《성찰기략(省察記略)》

 

 

조선에서 선교하던 다블뤼 주교가 펴낸 고해성사 길잡이

 

조선시대 교리서들은 중국을 통해 전래된 것이 많으나, 《성찰기략(省察記略)》은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전교하던 프랑스 신부에 의해 편찬된 책이다. 이 책은 1864년에 간행된 한국 천주교회 초기 교리서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이자 조선교구 제5대 교구장을 지낸 다블뤼(A. Daveluy, 1818~1866년) 주교가 고해성사 준비를 위한 성찰서로 저술한 책이다. 1864년 서울의 성서 인쇄소에서 제4대 교구장 베르뇌(S.F. Berneux) 주교의 감준을 받아 목판본으로 초간되었다. 이어 1882년에는 나가사키(長崎)에서, 그리고 1890년에는 서울에서 활판으로 다시 간행되었다. 《성찰기략》은 인쇄본 외에도 필사본 형태로 신자들 사이에 널리 보급되었다.

 

 

박해의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책

 

《성찰기략》은 신자들이 신심을 다지고, 올바른 고해성사를 통해 구원의 은혜를 받아 모범적인 사회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성찰의 방법과 기준, 그리고 자세를 제시한 책이다. 동시에 모든 신자들이 박해의 어려움 속에서도 일상에서 충실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고자 하였다.

 

고해성사는 죄인의 죄를 그냥 사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죄를 탁덕(鐸德, 신부를 지칭하는 옛말. 원뜻은 ‘덕[德]을 행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사람’이다.)에게 낱낱이 고한 뒤에 사함을 받는 성사이다. 이때 죄는 밖으로 드러난 죄만 고해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범한 죄까지 고해해야 하는 것이다. 《성찰기략》은 제대로 된 고해성사가 무엇인지 알려줄 뿐 아니라, 고해를 준비할 때마다 읽어 보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도록 성서를 바탕으로 쓰인 한국 천주교회 초기의 교리서이다.

 

 

구성과 내용

 

《성찰기략》은 서문과 본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문 형식의 글에서 저자는 많은 교우들의 잘못된 고해 준비와 성찰로 인해 진정한 고해성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이의 개선을 위해서 이 책을 저술했다고 밝히고 있다. 동시에 고해성사, 죄, 성찰의 태도와 방법 등에 대해서도 간단히 서술하고 있다. 본문에서는 천주 십계와 성교사규(聖敎四規, 천주교 신자가 지켜야 할 네 가지 법규), 칠죄종(七罪宗)에 근거하여 각종 죄목들을 제시하고 일상에서 이에 위반된 여러 형태의 잘못된 행실들을 나열한 뒤, 이 책을 읽는 신자들도 그릇된 행실을 하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양심 성찰을 하도록 돕는다.

 

천주 십계의 제1계에서는 천주께 대한 절대적 신뢰를 저버리거나 기도를 소홀히 하는 행위를 경계하며, 배교 행위나 조상 제사를 비롯한 각종 미신 행위들을 반성하도록 유도하였다. 제2계에서는 하느님께 대한 맹세에 대해 설명하고, 그 외에 함부로 맹세하는 행위를 모두 경계하고 있다. 제3계에서는 주일과 첨례날(미사를 드리는 날)을 충실히 지키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4계에서는 부모와 자식, 부부, 형제간의 관계에 대한 여러 사항들을 점검하고, 국가와 백성, 주인과 종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찰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당시 정부 당국자들이 천주교를 무부무군(無父無君, 아버지도 임금도 없다는 뜻)이라고 비난하던 것에 대한 대응으로써 특히 강조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백성들이 국가의 정당한 법을 따라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신앙의 자유가 인정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아래 올바른 국가와 신자의 관계를 제시하고자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제5계에서는 말과 행위로 인해 남을 해치는 경우를 경계함과 아울러 생명을 존중하고 낙태를 금지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6계와 제9계에서는 사람의 마음과 몸을 더럽히는 문제, 즉 사음 · 음란 · 간음 및 남녀 간의 윤리 등에 대해 엄격히 밝히고 있다. 제7계와 제8계, 그리고 마지막 제10계에서는 남을 속이거나 남의 재물이나 물건을 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맺음말

 

《성찰기략》은 신자들에게 고해 전 준비로서 양심 성찰을 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주고자 했다. 고해에 임하기 전에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을 것을 촉구하여 이를 통해 새로운 윤리 규범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평등성을 전제로 한 사회관과 새로운 인간관은 사회적 불평등을 당연시하고, 신분 질서를 굳건히 지키고자 했던 당시 지배층의 사상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박해 시대 신앙선조들을 굳건히 지탱해 준 독실한 믿음뿐 아니라, 시대에 매몰되지 않고 오늘날까지 변치 않는 하느님 말씀의 진면목을 확인하게 된다.

 

 

참고 문헌

• 달레(Ch. Dallet), 최석우·안응렬 역주, 《한국천주교회사》, 분도출판사, 1980.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2010.

• 《한국가톨릭대사전》, 한국교회사연구소, 1985.

• 《성찰기략(省察記略)》

 

[평신도, 2018년 겨울(계간 62호), 정리 이귀련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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