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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ㅣ기타

성화와 한의학: 기(氣) 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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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0-25 ㅣ No.510

[성화와 한의학] 기(氣) 체조

 

 

먼저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요한 세례자의 죽음을 간추려 보자.

 

헤로데 생일 잔칫날,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가 춤을 춘다. 흐뭇해진 헤로데는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6,23) 주겠다며 굳게 맹세한다. 살로메는 자기 어머니 뜻에 따라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6,25) 하고 청한다. 헤로데가 요한의 목을 베어 쟁반에 담아 살로메에게 주자, 살로메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준다.

 

 

살로메와 요한 세례자

 

이 내용을 주제로 한 그림 가운데 가장 특이한 것으로 다음 두 작품을 꼽고 싶다.

 

먼저,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모로의 ‘환영: 살로메의 춤’이란 그림이다. 눈부신 후광으로 감싸인 요한의 잘린 목이 바닥이 흥건해지도록 많은 피를 흘리며 공중에 떠 있다. 살로메가 팔을 뻗어 이를 가리키면서 춤춘다. 몽환적이며 이국적인 신비로움에 빠져들게 하는 그림이다.

 

두 번째 그림은 독일 화가 로비스 코린트의 ‘살로메’다. 화면에 여러 사람이 있다. 피 묻은 칼을 든 사내, 머리 잘린 시체의 두 다리를 쥐고 있는 사내, 공작의 날개로 보이는 부채를 든 무표정한 얼굴의 시녀, 그 오른편에 야릇한 미소를 짓는 한 사람, 그리고 무릎 꿇고 요한의 머리가 담긴 검푸른 쟁반을 두 손으로 머리에 인 사내가 보인다.

 

이들 한가운데에 살로메가 있다. 머리에는 꽃 장식을, 이마에는 구슬띠를 하고, 드러낸 유방 위로 진주 목걸이가 늘어져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살로메는 반지를 잔뜩 낀 손을 펼쳐 엄지와 검지로 쟁반 위 얼굴의 눈꺼풀을 젖혀 요한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화려하면서도 괴기하고, 요염하면서도 냉혹함이 함께 서린, 전율이 이는 그림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와 마리아 유잉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오페라 ‘살로메’에는 잘 알려진 몇 개의 아리아가 있다. 성경과는 달리 이 오페라에서는 살로메가 요하난(요한 세례자)을 사랑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 사랑을 요하난이 받아 주지 않자 살로메는 안타까워한다. 그녀의 심정을 슈트라우스는 아리아 ‘저는 당신의 육체를 사랑하게 되었어요’에 담았다.

 

요하난! 당신 몸이 탐나

요하난! 당신 몸은 마치

꺾이지 않은 순수한 백합같이 하얘

……

당신 몸을 만져 보게 해 줘!

 

잘 알려진 또 다른 아리아는 목이 잘린 요한의 머리를 안고 그 입술에 키스하면서 부르는 “아, 당신은 내게 키스해 주지 않았지요!”이다.

 

아! 넌 네 입술에 키스를 못하게 했지 

요하난! 난 이제 키스할 거야!

과일을 깨물 듯이 네 입술을 깨물어 주지 

그래, 난 이제 키스할 거야

당신 입술에 말이야, 요하난

 

살로메의 이런 괴기함이 전율을 자아내는 가운데, 달빛은 무대 위를 교교히 비추고 음악은 불협화음으로 치닫는다. 헤로데의 명령을 받은 경비병들이 내리치는 방패의 쿵쾅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살로메가 그들의 방패에 맞아 죽으면서 오페라의 막이 내린다.

 

이 오페라에서 인상적인 것 세 가지를 꼽으면 첫째, 살로메가 요한에게 키스하면서 부르는 노래다. “피 맛인가? 아니야! 아마 사랑의 맛일 거야. 다들 사랑은 가슴 아픈 맛을 지녔다고 하잖아.” 두 번째는 살로메가 노래하는 “사랑의 비밀은 죽음의 비밀보다도 신비하잖아.”이다. 세 번째는 오보에의 관능적인 선율에 맞춰 추는 살로메의 ‘일곱 베일의 춤’이다.

 

특히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배역을 모두 소화해내는 천재적 성악가 마리아 유잉이 이 오페라에서 일곱 베일을 하나씩 벗다가 마침내 알몸으로 열연한 장면은 충격을 줄 만큼 인상적이다.

 

 

일곱 가지 기의 계율

 

오페라 살로메의 주요 부분을 ‘일곱 베일의 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한의학의 주요 부분은 ‘일곱 기의 계율’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한의학은 기의 순환과 기의 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동의보감」에서 “사람이 기 속에서 사는 것은 물고기가 물속에서 사는 것과 같다. 물이 흐리면 물고기가 여위고, 기가 흐리면 사람이 병든다.”고 하였다. 그래서 일곱 계율을 지켜야 한다. “말을 적게 하면서 속에 있는 기운을 보양할 것, 성생활을 조절하면서 정기(精氣)를 보양할 것, 기름기 없는 음식을 먹어 혈기(血氣)를 보양할 것, 침을 삼켜서 오장(五臟)의 기운을 보양할 것, 성을 내지 않고 간기(肝氣)를 보양할 것, 맛있는 음식으로 위기(胃氣)를 보양할 것, 사색과 걱정을 적게 하여 심기(心氣)를 보양할 것” 등이다.

 

의학 서적뿐 아니라 장자나 퇴계 이황도 기의 원활한 순환을 위한 기 체조를 다양하게 기록한 바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쉬운 방법 하나를 소개한다.

 

“무릎을 꿇고 앉아 심기를 안정시킨 뒤, 기가 하부의 발에 이르게 한 뒤 마음속으로 기가 마치 물이 흐르는 듯이 전신의 각 부위로 퍼지게 한 다음에 천천히 몸을 펴고 손을 펴서 양쪽 옆구리에 가까이 놓고, 마치 손바닥에서 끊임없이 기가 출입하는 것처럼 한다.”

 

독일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는 목 잘린 요한이 눈을 미처 감지 못한 채 입을 반쯤 벌린 그림을 그렸다. 기가 죽어 없어진 ‘커대버’(Cadaver, 시신) 같은 그림이다. 하지만 영국의 삽화가 오브리 비어즐리는 잘려 나간 요한의 목에서 떨어져 바닥에 고인 핏방울을 피어오르는 수선화의 모습으로 그렸다. 성인은 죽었어도 기가 살아 곧 다가올 우주의 큰 뜻을 예언하는 듯하다.

 

피 흘려 주님을 드높이며 증언했던 요한 세례자처럼, 우리도 이 땅에서 주님의 위엄을 끝없이 찬미하며 외칠 수 있도록 기를 잃지 말아야겠다.

 

* 신재용 프란치스코 - 한의사. 해성한의원 원장으로, 의료 봉사 단체 ‘동의난달’ 이사장도 맡고 있다. 문화방송 라디오 ‘라디오 동의보감’을 5년 동안 진행하였고, 「TV 동의보감」, 「알기 쉬운 한의학」, 「성경과 의학의 만남」 등 한의학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을 여러 권 냈다.

 

[경향잡지, 2018년 10월호, 신재용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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