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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차 산업 혁명과 그리스도인: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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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23 ㅣ No.1506

[4차 산업 혁명과 그리스도인]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


세상을 바꾸는 힘과 미래 사회

 

 

2013년 인공 지능과 인간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허’(Her)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스마트폰 안에 내장된 인공 지능 ‘사만다’는 일종의 운영 체제로서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과 함께한다. 사만다는 그 남자의 일에 함께 기뻐하고 걱정하고 위로하며 심지어 질투도 한다. 아내와 별거하고 공허하게 살아 가던 그 남자도 사만다를 더는 인공 지능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렇게 둘은 서로 교감하고 점차 삶의 반려자가 되어 간다.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이란

 

아직 이 영화에서처럼은 아니어도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이 있다. ‘모바일’의 사전적 정의는 ‘움직일 수 있는’이란 뜻으로, 오늘날 스마트폰과 소형 컴퓨터인 태블릿 피시(tablet PC)처럼 이동 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을 의미한다. 쉽게 스마트폰으로 이해하면 된다.

 

줄여서 ‘아이오티’(IoT)라고 표기하는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물건이나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으로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사물과 사물,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여 정보를 소통할 수 있게 만들며, 이러한 정보의 교환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는 제공받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운전자 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 자동차의 핵심 시스템이 사물 인터넷을 통해 작동한다. 자동차는 내장된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주변의 정보를 받고 실시간으로 이를 분석한다. 주변에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신호등의 색은 어떠한지를 자동차가 알아차린다. 이제 자동차는 주변의 사물과 연결되어 정보의 교환을 통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변화해 가는 세상

 

미국의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발행하는 잡지의 최근 호에 ‘2018년에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10대 혁신 기술’에 관한 내용이 실렸다. 이 가운데 첨단 감지기로 움직이는 ‘감각하는 도시’(Sensing City)가 소개되었다. 참고로 이 대학은 ‘사물 인터넷’이란 말을 세상에 처음 내놓은 곳이기도 하다.

 

다국적 기업 ‘구글’은 캐나다 토론토시와 공동으로 21세기형 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이 도시에는 아주 성능 좋은 통신망이 설치되고, 이곳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과 연결된다고 한다.

 

이를 통해 도시의 모든 건물에서 나오는 오염 물질과 소음, 건물 온도와 같은 환경과 관련한 데이터가 수집된다. 건물뿐 아니라 도시의 모든 이동 수단과 주거 시설, 상업 시설 등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통제하고 물 소비량을 관리한다. 실시간으로 도시에 있는 건물들의 환경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리로 폐기물 발생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영화에서나 보았던 것이 우리 앞에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일종의 인공 지능이 탑재된 기계가 필수품이 되었다. 조만간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사회가 될 것이다.

 

현재 직업의 절반 이상이 30년 안에 사라지고, 또 다른 종류의 일들이 새롭게 등장할 세상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떤 특징을 드러내고, 지금의 기술이 사회에 따라 어느 정도 구체화되고 현실화될지, 그 변화의 시기와 모습에 관해 논자들 사이에서 담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이라는 핵심 기술과 장치로 사물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거나 보조하고, 이로 말미암아 사람과 사물 간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한 그 사물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그 사물이 어디까지 진화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지금이다.

 

 

변화해 가는 사람 

 

이러한 고민 가운데 문득 궁금해졌다. 백세 시대에 출산율도 점차 낮아진다고 하는데, 이러한 사람과 기술의 변화 사이는 어떠한 관련이 있는 걸까? 먼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인구가 집중된 서울의 모습을 살펴본다.

 

서울의 인구를 예측한 연구에 따르면, 2040년 서울의 인구는 현재의 천만 명에서 줄어 대략 960만 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구 규모는 1980년대 초반과 유사하지만, 문제는 경제 활동과 노동력 제공이 가능한 ‘생산 가능 인구’가 해마다 30만 명씩 줄어든다는 점이다.

 

20여 년 뒤 서울의 50세 장년층을 생각해 본다. 미래 서울에서 그는 장년이 아닌 청년이라 불릴 수도 있다. 2040년이면 중간에 자리한 사람들의 나이인 중위 연령이 52세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 전체 인구의 960만 명 가운데 278만 명이 65세 이상으로 예측된다. 2010년 9.6%에 불과했던 고령화 비율은 2040년 30.4%까지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앞으로는 혼자 또는 두 명이 사는 가구가 대부분일 것이다. 인구 구조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혼자사는 사람의 비율이 30% 가까이 된다. 더욱이 2인 이하의 가구가 20년 이내에 68%나 된다고 하니 놀라운 변화이다.

 

 

미래 세상의 장밋빛 변화들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기술의 변화와 맞물려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 부각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이렇게 등장한 집단들의 경제 사회적 특성과 가치 변화 등을 반영한 생활 양식의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이 바꾸는 사회 속에서 오늘날과는 다른 인구 집단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예상되는 생활 양식의 변화를 상상해본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지금보다 더 스마트해질 것이다. 이것을 ‘지능화된 사회’라고 부른다. 기술을 인간 중심으로 재편하는 다양한 시도들을 목격할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자율 자동차는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스스로 움직이면서 공간 이동성과 공간 활용성을 최대화할 것이다.

 

사람들이 자동차를 소유하거나 작동하지 않으면서도 기본적인 이동 권리를 자유로이 누릴 수 있다.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공간도 더는 필요 없으니 도시공원으로 바뀔 것이다.

 

장애가 있거나 연로하여 혼자서는 집을 나설 수 없던 사람들도 자율 자동차를 통해 그토록 가고 싶던 곳을 혼자서도 갈 수 있다. 자동차를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유 자동차로 어디든 갈 수 있다. 일터로 나가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 사회이다. 이렇듯 기술 발전은 인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

 

 

함께 누릴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렇듯 윤택해진 삶의 혜택을 누구나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는가?’하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모바일과 사물 인터넷이 만들어 줄, 풍요로운 삶과 다양성이 공존하고 모두 편리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유토피아와 같은 사회가 곧 오리라 기대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마음에는 또 다른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최근 필자가 수행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은 더욱 스마트한 미래 사회에서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사회 격차와 불공정이 여전히 지속되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 자체는 모바일과 인공 지능 등의 기술 발전을 이루어도 고용 없는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에 가진 이와 가지지 못한 이의 격차가 오늘날보다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최근의 기술 발전을 포함한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혁신의 변화는 참으로 놀랍다. 우리는 공상 과학영화의 현실화를 경험하면서도 인간의 경이로운 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우리가 만들어 갈 세상의 긍정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앞에 펼쳐질 사회는 ‘사회적 구성’이라는 특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 아닌 이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뜻이다. 기술의 편의를 함께 나누는 것은 기술 발전이라기보다 사회 구성원의 가치와 생각에 달려 있다.

 

스마트한 사회의 다양성은 인간의 자기 이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직업구조가 그러하고 삶의 양식이 그러하다. 사람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가 형성될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 공동체로서의 관계 맺기에 대한 폭넓은 성찰적 사고가 요구된다. 우리가 스마트한 사회를 준비하면서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변미리 - 서울연구원 미래연구센터 센터장. 서울시립대 겸임 교수이며, 한국사회학회와 미래학회에서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도시의 문화와 구조를 분석하며, 미래 사회의 발전 전략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공저로 「서울사회학」, 「서울의 인문학」, 「도시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경향잡지, 2018년 4월호, 변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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