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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이스라엘 성지: 나자렛의 주님 탄생 예고 대성당 - 예수님의 잉태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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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09 ㅣ No.1751

[예수님 생애를 따라가는 이스라엘 성지] 나자렛의 주님 탄생 예고 대성당


예수님의 잉태 예고

 

 

이스라엘, 우리 신앙의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생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곳이다. 거룩한 땅(Holy Land), 성지(聖地). 기쁜 소식이 울려 퍼진 그 역사의 현장을 사진과 함께 순례하는 ‘예수님 생애를 따라가는 이스라엘 성지’ 연재를 시작한다.

 

 

현대 과학 세계에서는 인류의 역사를 진화의 역사라고 부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의 역사는 구원의 역사입니다. 진화의 출발을 빅뱅이라고 한다면, 구원의 출발은 하느님의 창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화의 정점에 인간이 자리하고 있다면 구원의 정점에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주님이요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가 있습니다. 믿지 않는 이들에게 예수는 좋은 일을 하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사형수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믿는 이들에게 예수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분, 곧 “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전지전능한 신, 창조주인 하느님이 피조물인 사람이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를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신비, 특별히 ‘강생의 신비’라고 부릅니다. 이 강생의 신비가 시작된 역사적 장소가 바로 나자렛입니다. 그 신비를 전하는 성경 말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섯째 달에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루카 1,26-27)

 

 

‘강생의 신비’가 시작된 역사적 장소 나자렛

 

나자렛. 이스라엘 북부 갈릴래아 호수에서 남서쪽으로 약 25km쯤 떨어진 나자렛은 이스라엘 최대 곡창지대인 이즈르엘 평야와 호수를 낀 갈릴래아 지방의 경계에 있는 도시입니다. 나자렛에서 시작된 산악 지형은 동쪽으로 한동안 이어지다가 호수 가까이에서 급격하게 낮아집니다. 오늘날에는 이스라엘 북부에서 가장 큰 도시로, 아랍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해서 “이스라엘의 아랍인 수도”라고도 불립니다. 인구는 7만5000명이 넘고 대부분이 아랍인입니다. 그들 가운데 무슬림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그리스도인이 3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나자렛은 예수님 당시에는 보잘것없는 고을이었습니다. 나자렛에서 5km 정도 떨어진 곳에 기원 후 18년까지 북부 갈릴래아 지방의 수도였던 세포리스가 있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아주 벽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당시 유다인들에게는 이름 없는 촌락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예수님의 제자가 된 필립보가 예수님의 또 다른 제자가 된 나타나엘에게 “우리는 예언자를 만났소. 나자렛 사람 예수라는 분이시오.” 하고 말하자 나타나엘이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 사실이 이를 잘 보여 줍니다(요한 1,45-46 참조).

 

이 산골 마을의 처녀 마리아에게 천사가 찾아온 것은 아들을 낳으리라는 전갈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마리아는 약혼한 남자 요셉이 있었지만 아직 혼인을 하지 않은 처녀였습니다. 처녀의 몸으로 아기를 낳는다는 천사의 말에 마리아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반문하지요. 그러자 천사는 “성령께서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또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불릴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고는 아기를 못 낳는다고 하는 사촌 엘리사벳이 아기를 가진 지 여섯 달이 됐다는 소식도 전합니다. 그러자 마리아는 이렇게 대답하지요. “주님의 종이오니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38 참조)

 

- 주님 탄생 예고 기념 대성당 위층 장면(좌). 주님 탄생 예고 동굴 제대가 보이는 대성당 아래층 전경(우).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위대한 신비가 이루어진 것은 정확히 이 응답, “말씀하신 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는 마리아의 응답에 있었습니다. 라틴어로 ‘피앗(Fiat)’이라고 하는 이 응답으로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셨습니다. 또 마리아는 구세주의 모친이 되시고 하느님의 모친이 되셨습니다. 처녀가 아이를 가진 것이 드러나면 돌팔매질을 당해 죽어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마리아는 ‘예.’ 하고 응답한 것입니다.

 

 

대성당 아래층 왼쪽 중앙에 주님 탄생 예고 동굴 있어

 

이 응답으로 산골 마을 나자렛은 오늘날 세계적인 성지가 되었습니다. 아랍인들이 주로 사는 나자렛 저지대의 중심지에는 주님 탄생 예고 기념 대성당이 우뚝 서 있습니다. 원래 5세기쯤에 지어진 기념 성당의 터 위에 지어져 1969년에 완공된 대성당은 2층 구조로 돼 있는데 아래층 왼쪽 중앙에는 옛 성당의 기둥들과 함께 주님 탄생 예고 동굴이 있습니다. 동굴 제대 정면에는 라틴어로 “말씀이 이곳에서 살(사람)이 되셨다(VERBUM CARO HIC FACTUM EST)”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지요. 성당 위층과 성당 마당의 벽면에는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이 자기 나라의 고유한 양식을 반영한 성모자상을 모자이크로 표현해 놓았습니다. 서울대 교수를 지낸 고 이남규(1931~1993) 화백이 작업한 우리나라의 한복 입은 성모자 모자이크화도 ‘평화의 모후여 하례하나이다.’라는 글씨와 함께 마당 벽면에 걸려 있습니다.

 

- 주님 탄생 예고 기념 대성당 아래층 동굴 제대. 제대 정면에 '말씀이 이곳에서 살이 되셨다'라는 라틴어가 새겨져 있다.

 

 

2층 성당을 통해 밖으로 나오면 고고학적 탐사를 통해 발굴된 여러 동굴과 곡식 저장소, 기름과 포도즙을 짜는 확 같은 유적이 유리 칸막이 아래에 보입니다. 마당 한쪽에는 천사가 마리아에 전갈하는 모습을 표현한 청동상이 말없이 순례객을 반깁니다. 반대편 성당 마당 벽면의 성모자 모자이크화들이 있는 끝으로 가면 복자 바오로 6세 교황(재위 1963~1978)이 1964년 역사적인 예루살렘 방문 기간에 정교회 총대주교 아테나고라스 1세와 만나는 모습을 표현한 조각상도 볼 수 있습니다.

 

주님 탄생 예고 대성당에서 북쪽으로 400m쯤 떨어진 곳에는 큰 길 바로 옆에 마리아의 샘이 있습니다. 마리아가 이 샘에서 물을 깃곤 했다는 샘입니다. 어쩌면 아들 예수도 데리고 말입니다. 마리아의 샘에는 18세기에 세워진 정교회 성당이 있습니다. 정교회에서는 이곳을 주님 탄생 예고 기념 성당으로 여기고 있지요.

 

나자렛을 순례할 때는 주님 탄생 예고 기념 대성당을 반드시 방문하게 됩니다. 아름다운 성당의 안팎을 감상하면서 동굴 제대 앞에서 기도하는 것을 빼놓지 말았으면 합니다. 2000여 년 전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면서, 이와 함께 강생의 신비가 오늘 내 안에서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가 우리의 삶을 통해서, 말과 행동으로 그리스도를 모시고 그리스도를 드러내고 그리스도를 전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8년 1월호, 이창훈 알퐁소(가톨릭평화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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