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혼인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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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03 ㅣ No.995

[월례교육] <사랑의 기쁨> 혼인의 사랑

 

 

「외침」 3월호는 「사랑의 기쁨」 제4장을 중심으로 ‘혼인의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루어보겠다. ‘혼인과 성’은 부부 사랑과 일치를 맺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 왜냐하면 혼인 성사의 은총은 무엇보다도 먼저 부부의 사랑을 완전케 하기 위한 것으로써 사랑의 성애적 차원에서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89항, 150항 참조).

 

 

혼인과 성

 

혼인을 한다는 것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정신적 육체적인 모든 면에서 결합함을 뜻한다. 하느님의 선물인 성(性)은 종족번식을 주목적으로 하는 동물과는 달리,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부부에게는 자녀 출산의 목적과 사랑의 방법으로써 언제나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되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께서는 몸의 신학에 관한 가르침에서 육체는 “풍요와 출산의 원천”일 뿐만 아니라 “사랑을 표현하는 능력”을 지니는 것임을 전하며, 바로 그 사랑으로 인간은 선물이 됨을 강조하신다(151항 참조).

 

 

1. 부부의 사랑과 성

 

혼인은 사랑의 성사이기에 부부행위인 성(性)의 결합에 하느님이 함께하신다. 성사로 거룩해지는 성적 결합은 부부가 은총의 삶으로 성장하는 길이 되며, 이는 곧 ‘혼인의 신비’이다. 부부의 육체적 결합의 의미와 가치는 합의의 말로 표현되며, 이러한 말로 부부는 서로 받아들이고 내어주며 평생 동안 삶을 함께하게 된다(74항 참조). 따라서 혼인을 통한 남녀 간의 합의와 육체적 결합은 부부가 한 몸이 되게 하시는 하느님 활동의 도구가 된다(75항 참조). 서로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부부의 성행위는 결코 순전히 생물학적인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가장 깊은 존재와 관련된다. 성은 남자와 여자가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사랑의 일부일 경우에 진정한 가치가 있겠다.

 

 

2. 부부 갈등과 성

 

부부 성관계는 서로 다른 점들을 둘로 함께 묶어 주는 매개가 될 수도 있지만 둘 사이에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곧, 성은 부부의 사랑을 묶어 주는 좋은 선물이지만 성생활이 혼인생활의 혼란을 야기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먼저, 강렬한 성적 욕망은 나이가 들면 감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만족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생긴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내의 질병, 피로 또는 임신 그리고 남편의 사정으로 아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까지도 성적인 권리의 침해로 느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서로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혹은 상대방이 그럴 능력이 없다고 느낄 때 부정의 늪에 빠질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

 

두 번째로, 성의 거부와 강요에 따른 부부 갈등의 유발이다. 이 시대의 성은 종종 비인간화되고 건전하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만족감을 주는 한, 종종 다른 이의 육체를 이용의 대상으로 여기고, 매력이 사라지면 거부해 버린다. 이러한 잘못된 성의 왜곡은 부부관계로까지 이어지게 되어 심각한 부부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153항 참조).

 

성행위는 부부가 서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준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행위이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이를 거절해서는 안 된다. 성경에서도 진정한 부부사랑, 일치를 구현하기 위해 서로 상대방의 요구를 물리치지 말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성은 부부가 서로 상의하여야 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바오로 사도는 “합의한 경우”(1코린 7,5)에는 성관계를 얼마동안 미룰 수 있음을 전한다(154항 참조).

 

또한 성을 강요하는 것 역시 배우자의 자유의지와 형편을 무시하는 것이기에 성의 원래 성격인 일치나 사랑의 성향과 어긋나는 거절이나 강요는 오히려 분열을 조장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곧, 이 말은 평상시 부부사이의 사랑의 표현을 아끼지 말아야 함을 의미한다. 사랑의 표현 방법으로는 성행위 외에 포옹, 키스, 애무, 손짓, 눈웃음, 눈빛, 표정, 음성 등이 있는데, 자녀들 앞에서 자연스럽게 정다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원만한 인격 형성과 부부 사랑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3. 자녀 출산과 성

 

생명과 사랑의 내밀한 부부 공동체를 맺기 위한 혼인은 부부애와 자녀 출산을 주목적으로 삼는다. 부부의 성행위는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협력하는 행위이며 동시에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행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은 하느님의 선물만(성관계) 취하고 자녀에 대한 의무는 되도록 줄이기 위해 인공적인 방법으로 자녀를 적게 낳으려고 하거나 아예 갖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육체적 불임으로 출산이 불가능한 부부들도 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인께서는 「가정 공동체」에서 “출산이 불가능한 경우에라도, 그 이유 때문에 부부생활의 가치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육체적 불임은 사실 부부에게는 인간의 생명을 위한 다른 중요한 봉사의 기회, 예를 들면 입양, 각종 교육활동, 다른 가정, 가난한 자나 불구자들에 대한 봉사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14항)고 언급하신다. 따라서 불임 자체는 혼인 무효 사유가 아니지만 자녀 출산의 거부를 전제로 혼인을 한 경우 혼인 무효 사유가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생명의 지성소, 곧 생명이 잉태되고 보호받는 자리인 가정에서 생명이 거부되고 파괴된다면 이는 참담한 모순일 것이다(83항 참조).

 

결국, 부부의 육체적인 결합이라는 의미에서의 성은 그 자체로 하느님의 좋은 선물이며, 그 선물의 목적에 맞갖게 부부의 깊은 사랑을 드러내고 자녀 출산을 통해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동참하는 도구로 성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4. 사랑의 변모(끊임없는 사랑의 일치)

 

수명 연장으로 100세 인생이라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에 따라 혼인한 부부의 평생 동반자로서의 삶도 늘어난 셈이다.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첫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처음의 결심을 늘 되풀이하여 새롭게 선택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자신의 배우자에게 더 이상 강렬한 성적 욕망으로 끌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서로에게 속해 있으며,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역사의 모든 것을 함께하는 ‘동반자’임을 인식하며 기뻐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혼인한 부부의 육체적인 모습은 변하겠지만 사랑의 매력은 사라진다고 볼 수는 없다. 부부는 상대방의 육체만이 아니라 고유한 개성을 포함한 그 사람 전체를 사랑해야 한다. 비록 다른 이들이 그 개성의 아름다움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배우자는 사랑의 본능으로 그 아름다움을 늘 알아볼 수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사랑의 유대는 지속된다. 혼인유대는 새로운 양식을 찾아내고 이 유대를 보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날마다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성령께 청원하고 탄원하며 성령의 초자연적인 힘을 찾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은 불가능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164항 참조).

 

[외침, 2017년 2월호(수원교구 복음화국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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