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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올바른 이해2: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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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6-03-02 ㅣ No.754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올바른 이해 2

 

공동의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파리 기후협약 회의의 폐막을 지켜보며

 

지난해 12월 12일, 예정보다 하루 늦은 날에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가 최종 합의문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이 합의문에서는, 지구 온도의 상승을 새 기후 변화의 체제에 대한 장기 목표로, 지구 평균 온도의 산업화 이전 대비 상승 폭을 2℃보다 훨씬 작게 제한하며 1.5℃를 넘지 않기로 했다.

 

합의문에 구체적인 온도가 제시될 만큼 지구 온난화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1℃ 상승한 수준이지만,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두면 2100년에 4℃가량 상승하고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 등이 모두 수중 도시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사실 이상기온 현상과 기후 변화는 지난해 성탄의 기온을 생각해 보면 곧바로 실감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의 극심한 가뭄이 농민의 마음을 바짝 태웠고, 미국 뉴욕은 23℃의 성탄 전야를 경험했으며, 우리나라도 예년에 비해 많이 포근한 가운데 성탄을 지냈다.

 

2020년부터 발효될 이번 협약에서는 195개국 모두가 감축 의무를 지며, 선진국이 개도국에게 해마다 1천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것이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회의적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구를 구할 최선의 기회’이며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는 인류와 모든 생명체의 존폐가 걸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임이 분명하다.

 

 

회칙 1장의 전개 구조

 

이번 글에서 살펴볼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회칙 「찬미받으소서」의 제1장은 파리 기후협약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환경 파괴의 실상을 주로 다루는 제1장의 도입 부분에서 회칙은 이렇게 밝히며 시작한다. “오늘날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과학적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그러한 결과가 우리 마음 깊이 다가오게 하고, 이에 따른 윤리적 영적 여정을 위한 구체적 기초를 마련해 주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15항).

 

이 1장은 이어지는 장들의 논의 전개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다. 곧, 오염과 기후 · 식수 · 생물의 다양성을 중심으로 생태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1-3장),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구조적이며 생활윤리적인 면에서 개략적인 반성의 틀을 놓고 있다(4-7장).

 

 

생태 파괴의 현실(I-III)

 

1장에서 다루는 생태 파괴의 실상 진단은 오염과 기후 변화, 식수 문제, 그리고 생물 다양성의 감소이다. 회칙은 이러한 파괴의 근본 원인에 소비 중심적 생활방식과 즉각적인 이익에만 눈이 먼 기술과 금융에 휘둘리는 정치가 있다고 연결시킨다. 또한 파괴의 피해가 무엇보다도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된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다.

 

오염과 기후 변화를 다루면서 회칙은 관계의 비밀을 알지 못하는 기술과 생산과 소비문화의 변화를 연결한다. 회칙에 따르면, 오염은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더 가난한 이들의 건강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현실은 자연 생태계의 순환과정을 깊이 인식하지 않는 ‘버리는 문화’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된다.

 

이에 맞서 재생 불가능한 자원 사용을 최소화하고 소비를 절제하며 효율을 극대화하는 가운데, 재사용과 재활용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한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칙이 ‘한정적인 효과’로 말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치관의 대대적인 전환과 사회와 경제 구조의 변화가 병행되지 않는 한, 현재의 파국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오염과 기후 변화

 

기후를 ‘모든 이의, 모든 이를 위한 공공재’로 규정하는 회칙에서 기상이변 현상은 조심스럽게 온난화와 연결된다. 이는 현재의 기상이변을 지구 온도의 주기적인 변화설이나 지구 자체의 활동(화산, 궤도와 축의 변화 등)과 관련시켜서 해석하는 과학자들의 주장을 고려한 것으로 짐작된다.

 

회칙은 이어서 온난화를 악화시키는 근원을 온실가스로 규정하고, 화석연료의 사용과 열대림의 파괴를 구체적인 원인으로 제시하는 가운데 생산과 소비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구체적으로 에너지와 원료를 적게 사용하는 생산수단에 대한 투자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한 건물의 건축과 개조 등이 보편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먼워치 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후 변화의 대응 지수를 평가했을 때 한국이 58개국 중에서 54위로 나타났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 9천만 톤으로 세계 7위를 기록하고 있다. 석탄 수입을 보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으며, 이렇게 수입하는 석탄의 많은 부분이 화력발전소에 들어가고 있다.

 

여기에 산업체에 대한 전기료 지원정책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의 생산 방식은 저효율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가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7% 감소 이행을 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대로 이행되어도 지구의 온도는 3-4℃ 상승할 것이라며 더욱 강화된 에너지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현실이다.

 

 

물의 문제

 

한편, 세계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된 우리나라에서도 물 부족은 곧 경험하게 될 심각한 문제이다. 회칙에 따르면 물 문제는 교육과 문화의 문제이다(31항). 이와 관련하여 회칙은 물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이며, 다른 인권을 행사하는 전제 조건이라고 천명한다. 이는 물을 시장논리에 지배되는 상품으로 유입시키는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며, 물을 마실 수 없는 가난한 이들의 생명권을 고려한 주장이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생태학자들이 주장했지만, 지구가 경험하고 있는 생물 멸종의 속도는, 세계자연보호연맹(IUCN)에 따르면, 공룡의 멸종 시기인 6500만 년 전 이후 가장 빠른 속도에 해당한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200년이면 양서류의 41%, 조류의 13%, 포유류의 25%가 멸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 과학자는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물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지적하는 생물 멸종의 주범은 서식지 파괴와 기후 변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와 관련이 있다.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해안가 주변의 주요 동식물 서식지가 사라지며 멸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칙에 따르면, 생물종들은 중요한 미래 자원이며, 다양성은 환경 문제의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진 점에서 그 가치가 있다. 그러나 사라지는 생물종들을 위한 인간의 개입에 대해서 회칙의 입장은 환경 전문가들과 차별성을 지닌다. 회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간의 개입이 종종 기업의 이익과 소비주의를 위한 것이기에, 그 결과는 지구를 더 빈곤하고 추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때문이다.

 

회칙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앞을 멀리 내다보고 쉽고 빠른 금전적 이익만을 얻으려 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특히, 경작을 위해 열대림을 불태우거나, 단일 작물의 재배를 위한 처녀림 파괴 문제를 강력히 비난한다. 해양 생태계와 관련해서는 특정 어류의 남획과 산호초의 멸종을 경고하면서, 사랑과 존경으로 모든 피조물을 대하고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종을 가족처럼 보살피자고 촉구한다.

 

 

삶의 질 저하와 사회 붕괴, 세계적 불평등

 

회칙은 생태 파괴가 사회를 파괴시키며 그 원인과 결과의 영향의 측면에서 세계적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한다.

 

먼저, 회칙은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앞서 지적했던 개발, 생산, 소비의 방식이 도시 집중에 따른 지나친 에너지와 물 낭비로 이어진다고 언급한다. 이어서 사회적 화합과 통합이 와해되는 현실을 최근 두 세기 동안의 급작스러운 발전이 보여준 병폐로 진단한다. 또한 자기 성찰과 대화, 참된 만남을 통한 지혜가 결여되어 가는 삶의 방식도 문제로 지적한다. 이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우울하고 외로운 감정들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관심을 기울일 것도 요청한다.

 

회칙은 1장의 마지막 부분을 이렇게 ‘세계적 불평등’에 할애하면서, 환경과 사회의 파괴가 미치는 영향이 지구상의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집중되는 점을 분명히 짚고 있다. 동시에, 원인 제공의 입장에서 남반구와 북반구 간의 상업적 불균형이 식량과 자원의 소비 불균형을 초래하며, 북반구에 거점을 두는 다국적 기업들의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사업진행 과정에서 남반구의 수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점을 자세히 지적한다.

 

 

윤리와 삶의 방식이 변해야

 

파리 기후협약이 약소국들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강대국들의 지원금 지급을 의결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 문제는 회칙이 정확히 분석하고 제안하듯, 생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삶의 기반인 사회, 정치, 경제 구조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인간의 내면적 성찰, 곧 윤리와 삶의 방식이 변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한 것이다. 이런 지평에서 회칙은 그리스도교의 신앙과 윤리가 어떻게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이어지는 부분들에서 자세하고 꼼꼼하게 전개한다.

 

* 유흥식 라자로 주교 - 대전교구장, 현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16년 2월호, 유흥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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