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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세대 연구자 모임 샬롬회: 그리스도의 평화를 찾는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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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1-19 ㅣ No.145

[친교와 나눔의 공동체] 미래 세대 연구자 모임 ‘샬롬회’


그리스도의 평화를 찾는 젊은이들

 

 

‘평화’란 무엇일까? 한반도 평화가 여전히 물꼬를 트지 못하는 현실에서 세계 평화는 우리에게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듯싶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의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듯,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평화가 무엇인지를 세상과 연결해서 바라보는 넓은 안목이 우리 신앙인들에게 더욱 필요해 보인다.

 

2020년 새해를 앞두고 그 평화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청년들의 모임인 ‘샬롬회’를 찾았다. 저녁 6시가 막 지났음에도 이미 어둑해진 겨울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청년문화공간JU 동교동’으로 한 명 한 명 모여들기 시작했다. 청년들의 손에는 저녁을 함께 나누려는 듯 아직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샌드위치와 음료수 등이 들려 있었다.

 

 

샬롬회가 걸어온 길

 

‘샬롬회’는 의정부교구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이하 가동평연)가 2017년부터 운영해 온 평신도 청년들의 연구 모임이다. ‘샬롬’은 히브리어로 ‘평화’, ‘안녕’을 의미한다. 교구 사목 평의회 위원이자 평신도 신학자인 주원준 박사가 프로듀서로서 다달이 이 모임에 함께하고 있으며, 현재 신학, 문학, 의학, 북한학, 언론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일하는 20여 명의 청년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의정부교구 가동평연에서 미래 세대의 평신도 전문가들을 양성하고자 마련했지만, 회원 대상은 의정부교구로 한정하지 않는다. 더욱이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그리스도를 알고자 하는 청년에게도 샬롬회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책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는 40세 미만의 젊은이들은 누구나 환영한단다.

 

샬롬회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서평회이다. 갈수록 식별과 진리 탐구가 요구되는 시대에, 세상의 현안을 읽고 이를 그리스도의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것이다. 회원들은 다달이 책 한 권을 선별해 서평을 준비하여 회원들과 공유한다. 가동평연은 서평을 준비하는 이에게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러한 교회의 지원은 금액 이상으로 이들에게 격려가 되어 준다.

 

서평회에서 다룬 주제 가운데 새롭게 제기된 내용을 심화하여 지금껏 두 차례 심포지엄을 열었다. 청년들의 지적 신앙이 행동으로 옮겨져 세상에 전해진 뜻깊은 순간이다. 올해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한일 관계’라는 주제로 세 번째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이 밖에도 회원들은 그동안 국제 심포지엄과 교회 학술 행사 등에서 통역과 번역 등 자신의 전문 지식을 살려 교회 일을 돕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들은 교회의 자산으로 쌓여 교회 공동체의 매력을 더해 가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샬롬회를 통해 거듭난 청년 일꾼들은 각자 자신의 본당에서도, 또 삶에서도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고 있다. 본당이 청년들의 활동 공간이 되어 주지 못하고, 세상에서도 청년들의 뜻을 모을 자리가 많지 않은 현실 속에서 이들의 모임이, 그리스도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이 반갑다.

 

올해부터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젊은 감각으로 폭넓은 주제와 다양한 사람들의 새로운 목소리를 듣고자 ‘샬롬 살롱’을 선보일 예정이란다. 회원들은 이 ‘샬롬 살롱’이 세상의 젊은이들에게 다가가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날 샬롬회에서는

 

바쁜 연말임에도 이날 7명의 젊은이가 학업과 직장 일을 마치고 서둘러 와 자리에 함께했다. 기도로 시작한 모임은 김세진 시몬(32세, 인천교구) 씨의 진행으로 먼저 교계 언론 매체의 최근 기사를 각자 선별하여 그 기사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광주가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와 광주인권평화재단이 함께 마련한 학술 발표 ‘여성의 천성’을 시작으로, 최근 일본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 메시지, 미국 교회에서 있었던 바이든 미국 전 부통령이 영성체를 거부당한 사건, 김대건 신부의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 선정, 교회의 공동합의성 등의 기사가 다루어졌다.

 

이어진 서평 발표 시간. 이날도 두 명이 서평을 준비해 왔다. 김혜인 사피엔시아(27세, 의정부교구)씨는 「혐오사회」(카롤린 엠케, 다산책방)를, 김창영 토마스 아퀴나스(35세, 대전교구)씨는 「종교와 군대, ‘군종, 황금어장 신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강인철, 현실문화)를 바탕으로 발표했다.

 

“최근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남성을 불법 진압하며 그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요, 표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배제되고 멸시당하는 것이 어떤 것일지 표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혐오의 극악한 현실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혐오는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것입니다. 저자는 이 폭력에 맞서려면 일상적, 사회 제도적 차원에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맞서야 함을 강조합니다”(김혜인).

 

“먼저 제 의문은 군종 장교들의 신분이 ‘꼭 장교일 필요가 있는지?’였어요. 이들이 군대의 명령과 교회의 교리가 충돌할 경우 어떤 입장에 서야 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또 군에서 세례받고 제대한 뒤 사회로 나온 이들을 교회가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 또 이들이 얼마나 신앙생활을 이어 가는지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군대 내에도 예언자적 소명이 열려 있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합니다”(김창영).

 

서평 발표 뒤 다른 이들도 각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놓으며 자연스럽게 토론 형식으로 이어졌다. 휴전 상태인 한반도의 현실과 군 경험이 없는 여성 회원들 때문인지 군종에 대한 발언이 다소 길어졌다.

 

이날 모임에서 거론된 주제는 참 다양했다. 샬롬회에서 지금까지 다룬 주제와 새로운 해석이 어느 정도인지 말해 주듯 가동평연 한쪽 벽면에는 지난 2년 동안 다달이 서평회를 이어 오며 젊은 연구자들이 제출한 서평과 도서들이 가득하다.

 

 

그리스도의 젊음이 우리를 가르칩니다

 

미사에 참여하는 청년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 청년들에게 교회는 어떤 곳일까? 이들은 교회를 어떻게 생각하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에서 ‘교회의 매력’을 언급하며, 젊음의 자신감에 주님의 권능이 더해지면 어떤 일이 가능한지 알려 준다.

 

“많은 젊은이들에게 하느님과 종교와 교회라는 말들이 공허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모습이 매력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제시된다면 그들의 감수성은 일깨워질 것입니다”(39항).

 

자신이 지닌 전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세상에서 활약하는 젊은이들에게 교회가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격려하며, 교회 일에 그들이 발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부터가 교회 쇄신의 첫걸음이 아닐까. 2년 가까이 평신도 젊은이들이 교회에 활기를 더하며 활동하고 있는 의정부교구 가동평연의 샬롬회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의 매력 있는 모델이라 생각된다.

 

“어렸을 때, 2020년쯤이면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우주도 나들이 가듯 다녀올 수 있으며, 세상에는 근심 걱정이 없을 것만 같았어요. 그렇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새해에도 그렇게 녹록지 않아 보여요. 한국 사회도, 더 나아가 세계도 양극단이 각자의 사고에 갇혀 서로를 증오하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서로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새해이길 희망하며, 교회가 그 중심이 되어 사회의 약자를 더욱더 돌보았으면 좋겠어요”(김세진).

 

희망찬 새해가 밝아 오고 있다. 그렇지만 김세진 씨의 말처럼 2020년 한 해에도 우리 사회에서 여러 모습으로 평화를 해치는 많은 도전과 마주할 것이다. 그래서 그리스도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샬롬회 평신도 젊은이들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사랑하는 젊은이 여러분,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모습만 바라보며 계속 달려가십시오. 고통받는 우리 형제자매들 안에서 알아 뵙는 바로 그분께 이끌려 달려 나가십시오. 교회는 여러분의 추진력, 여러분의 통찰력, 여러분의 신앙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곳에 여러분이 먼저 도착하면 거기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를 기다려 주십시오”(「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 299항).

 

문의 : ☎031)941-6238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경향잡지, 2020년 1월호, 글 · 사진 김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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