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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앙 선조를 움직인 한 권의 책: 진도자증(眞道自證) - 참된 진리는 스스로 증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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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19 ㅣ No.1022

[신앙 선조를 움직인 한 권의 책] 『진도자증(眞道自證)』 - 참된 진리는 스스로 증명된다

 

 

『진도자증』은 프랑스 출신 예수회 선교사 샤바낙(Emeric Langlois de Chavagnac, 沙守信, 1670~1717년) 신부의 저술이다. 샤바낙 신부는 1685년에 예수회에 입회하였고, 1701년에 중국에 건너가 사목하다가 1717년에 지금의 중국 강서성(江西省) 파양현(鄱陽縣)에 있는 요주(饒州)에서 선종했다. 그가 죽은 지 일 년 후인 1718년 같은 예수회 선교사인 에르비외(J.-P. Hervieu, 赫蒼壁, 1671~1746년)가 스스로 저술한 「정진도자증(訂眞道自證)」을 보태어 북경에서 4권 2책으로 출판하였다. 「정진도자증」에는 『진도자증』을 간행하게 된 동기와 의의, 그리고 말미에 “강희 58년 기해 삼월 1718년 서양 예수회 수사 혁창벽 찬”이라고 본인의 이름을 밝혀 두었다. 이후 1794년에는 북경 교구장 구베아(A. de Guvea, 湯士選, 1751~1808년) 주교의 감준을 받아 출판되었으며, 상해 토산만(土産灣)에서 1858년, 1868년, 1887년, 1917년, 1927년까지 지속하여 간행되었다.

 

 

구성

 

책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천주교의 교리를 체계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한 교리서이다. 천주의 존재, 강생구속(降生救贖), 삼위일체(三位一體), 상선벌악(償善罰惡) 등 천주교의 4대 교리를 비롯하여 구세사, 그리스도론, 마리아론, 종말론(終末論) 및 신앙생활 등 천주교의 모든 가르침이 총망라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잘 정리되어 있다. 주요 목차를 살펴보면, 제1장 권수(卷首, 머리말)는 4개의 소주제로, 제2장 성리(性理, 본성의 이치)는 4개의 소주제로, 제3장 사도(事道, 도리를 섬김)는 6개의 소주제로, 제4장 박의인거(駁疑引據, 증거를 끌어들여 의심을 물리침)는 4개의 소주제, 제5장 교(敎, 천주교의 가르침)는 6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이여, 운무를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듯이 이치를 꿰뚫기 바란다.”

 

제1장 머리말에는 저자가 책을 쓴 이유가 실려있다. 샤바낙 신부는 ‘덕은 단단한 돌을 저절로 감동시키며, 도는 저절로 드러나 견고한 마음을 감복시킨다.’라고 하면서 ‘독자들이 운무를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보듯이 이치를 꿰뚫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또한 입과 귀의 공명을 바라지 말며, 마음을 비우고 진리를 만나기를 소망했다.

 

제2장에서는 본성의 이치를 두 가지로 정한 후 조물주와 피조물을 정의하고 있다. 특히 죄인을 규정함에, ‘천주님의 현재 은혜를 잊고 자신만을 위하며 세상 즐거움에 연연하여 천국의 상을 잃어버린 사람’이라고도 하였다.

 

제3장 신분사정(神分邪正) 항목에서는 천사들이 선한 천사와 악한 마귀로 나누어진 연유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인류(人類) 상·하(上·下)의 항목을 통해서 인간의 창조, 원조의 범죄, 세상의 타락, 구세주의 등장, 성교(聖敎)의 봉행(奉行), 예수의 강생, 공생활, 십자가 수난, 부활, 승천 등 구세주 일대기를 통한 가르침과 권고 등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교회의 핵심 가르침을 ‘참된 주님과 원죄와 예수님을 참되게 아는’ 세 가지로 정리했다.

 

제4장은 ‘증거를 조목조목 끌어들여 의문을 풀어준다’는 제목처럼 예수가 비천하고 가난하게 출생하여 죄를 지은 인간을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대속(代贖)한 사실, 하느님은 모든 덕(德)을 골고루 갖추고 계시다는 점, 천주교가 참된 도리임을 증명하는 내용 등을 설명하고 있다.

 

제5장에서는 천주교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정리해 준다. ‘교리의 핵심과 주요 교리, 참 행복 여덟 가지, 가르침을 이해하지 못할 때 발만 구르지 말고 더욱 크게 공부하기’ 그리고 병이 깊어지면 약으로도 고치기 어려운 것처럼, ‘천주교를 신앙으로 사는 것’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선의 지식인들 『진도자증』을 읽다

 

연구자들에 따라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이 조선에 유입된 시기를 대체로 1784년 전후로 본다. 1784년 북당에서 세례를 받은 이승훈(李承薰)이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홍정하(洪正河), 안정복(安鼎福), 이기경(李基慶) 등은 책을 읽고 비평을 남겼다. 또한 여러 기록으로 볼 때, 이승훈, 정약용(丁若鏞), 김건순(金健淳), 이합규(李鴿逵), 정인혁(鄭仁赫), 최필공(崔必恭), 홍익만(洪翼萬) 등도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

 

『벽위편』을 편찬하여 척사(斥邪)에 앞장섰던 이기경은 “이승훈이 밤중에 휴대하기 간편한 수진본(袖珍本) 『진도자증』 3권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그리고 노비 출신 이합규는 신유박해 순교자인데 주문모 신부가 세운 명도회 가운데 아현에 살던 황사영이 주도하던 육회(六會)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그도 『삼본문답』, 『성교일과』, 『진도자증』을 손씨의 어머니에게 빌려 읽었다고 했다.

 

최필공도 이 책을 다른 교리서와 함께 빌려 읽었는데, ‘『진도자증』을 책 만드는 종이와 맞바꾸었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그리고 복자 홍익만은 1801년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안산과 여주로 피신했다가 포졸들에 체포되어 포도청과 형조에서 형벌을 받았다. 신문 과정에 홍익만은 “…사호를 이승훈에게 받았는데 안당(安堂, 안토니오)이라 하였고, 영세하는 법식도 받았습니다. 갑인년(1794년) 경에는 『진도자증』이라는 책을 이승훈에게서 빌려 보았는데, 그 뜻이 심오했으므로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빠졌습니다.”라고 하였다.

 

다산 정약용도 이벽에게 천주교 교리를 듣고 그의 열정적인 논리와 강직한 태도에 호기심을 느껴 천주교 교리서를 몇 권 빌려다 읽었는데, 그중에 『진도자증』이 있었다고 했다.

 

한편 홍정하와 안정복은 『진도자증』을 읽고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글을 남겼다. 먼저 홍정하는 유교 지식인의 입장에서 천주교 교리를 비판하는 「진도자증증의」를 남겼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천주교는 참된 도리가 아니다. 서양 선교사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9만 리나 되는 먼바다를 건너와 거짓된 도를 전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하지만 그 도가 참되지 못한 점이 바로 거기 있다. 그들은 나라를 떠났으니 임금을 버린 것이요, 부모와 이별하였으니 어버이를 버린 것이요, 형제와 이별하였으니 동기를 버린 것이요, 장가를 들지 않았으니 부부를 버린 것이요, 후손이 없으니 자녀와 가문의 성을 버린 것이다.”라고 비판하였다.

 

『천학문답』을 지은 안정복은 “상제(上帝)가 친히 강생하였다고 하며, 또 감히 못 박혀 죽었다고 하였으나 죽지 않았으니 그 어리석고 몽매한 무지가 존엄을 모독함이 심하다.”며 윤리적인 면에서 비판하였다. 이처럼 『진도자증』을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 남아 있다는 것은 반대로 이 책을 가까이 두고 깊게 공부한 사람이 많았다는 반증이 된다. 초기 교회 신자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교리서를 가까이 두고 읽었다. 그 결과 정약종처럼 한글 교리서 『주교요지』를 저술할 수 있었으며, 모진 박해 속에서도 단단하게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평신도, 2019년 봄(계간 63호), 정리 송란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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