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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배움터를 찾아: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 생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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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2-21 ㅣ No.1451

[배움터를 찾아] 청주교구 새생명지원센터 생명학


인간 존엄성의 시작과 끝 ‘생명’을 수호하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저희와 온 세상에 자비를 베푸소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저희가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게 하소서.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저희가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게 하소서”(생명 운동 기도문).

 

생명은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내려 주신 가장 큰 은총이다. 교회는 생명의 태동으로부터 시작하여 인간의 삶 전체를 아우르며 한결같은 생명의 가치를 역설한다.

 

하지만 인공 피임이나 낙태, 안락사와 같은 ‘모호한 생명의 경계’의 문제에 직면할 때, 무지한 인간들은 생명의 가치에 반하는 길로 들어서도록 쉽게 유혹받는다. 한국 교회는 이 시대에 만연한 ‘죽음의 문화’에 대해 경고하며 늘 ‘생명의 복음’을 선포해 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인권 주일(10일), 자선 주일(17일), 예수 · 마리아 · 요셉의 성가정 축일(31일)과 가정 성화 주간이 있다. 크게 보아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날이 많다.

 

지난 11월 8일, 청주지구 생명학교 7기생들의 강의가 있는 청주교구청 대강의실. 인적 없는 늦가을 밤의 교구청은 어두웠지만, 학생들을 기다리는 강의실에는 불빛이 환했다. 수업 시간이 가까워지자 저마다의 일터에서 일과를 마친 이들 하나둘씩 들어와 자리를 채웠다. 지난 2월 시작한 강의가 오늘로써 끝난다. 이날 강의는, 생명학교의 문을 열었으며 청주교구 가정사목국장과 새생명지원센터장이었던 이준연 요한 신부가 맡았다.

 

 

생명을 위한 움직임

 

청주교구의 생명 운동은 2002년부터 시작된 ‘생명의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명의 밤’은 교회의 생명 운동이 지역사회 시민들에게 공감대를 얻고 함께 생명 문화에 동참하기를 바라는 청주교구의 대표적인 생명 문화 행사이다.

 

여러 교구에서 생명 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가장 먼저 생명학교를 열어 생명 운동에 앞장선 청주교구의 생명학교는 ‘생명의 밤’을 더욱 심화하고자, 평신도가 주체가 되는 교육의 장을 모색하는 고민의 산물이다.

 

“우리 신자들에게, 하나의 현상을 그리스도인의 시각으로 바르게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교회도 시대의 특성을 무시한 채 무작정 ‘그것은 잘못되었다.’고 외치며 대중의 반감을 사기보다는, 소중한 생명을 더욱더 지혜롭게 수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청주교구 가정사목국장으로 새생명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효준 라우렌시오 신부의 말이다.

 

생명학교는 청주교구 가정사목국의 ‘새생명지원센터’에서 주관한다. 청주교구는 2011년 지자체의 지원으로 새생명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생명 관련 사목들을 통합하여 전문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생명 운동을 더욱 효율적으로 펴고자 ‘기도, 교육, 홍보, 참여’라는 부문별 사업방향을 수립하였고, 이 가운데 ‘지역 사회의 생명 교육’을 목적으로 생명학교가 문을 연 것이다.

 

2011년 청주지구 1기를 시작으로 2012년에는 충주·음성 지역으로 확대되었고, 현재는 청주지구에서 7기, 충주 · 음성 지구에서 6기의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신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남부지구에도 생명학교를 신설할 예정이다.

 

“생명학교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 사회에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자!’입니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낙태를 반대하는 생명 운동을 전개해 왔죠. 하지만, 세상에는 낙태 문제뿐 아니라 성의 상품화와 쾌락주의, 자살과 안락사와 같은 ‘죽음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어요.”

 

정 신부는 급변하는 세상에 생명의 문화를 확산하려면 교회가 더욱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다.

 

“낙태 반대의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교회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 사회에 퍼져가는 죽음의 문화를 직시하고 의식적으로 생명을 선택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당위성이 생겼어요. 교회의 가르침인 ‘생명의 복음’을 배우고, 평신도로서 세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생명 운동을 장려하려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생명학교의 목적이자 궁극적인 설립 취지입니다.”

 

 

생명학교의 꿈

 

생명학교는 1년 과정으로 전체 26강좌를 운영하며, 상반기에는 이론 수업, 하반기에는 실천 중심의 학습으로 진행된다.

 

강의의 시작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생명의 복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생명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고 그리스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생명 교육의 기초를 다지는 시간이다.

 

생명학교는 단순히 이론을 가르치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대의 현안을 읽고 이해하며 복음을 전파하는 사명을 어떻게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토론하며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다. 또한, 충북 음성의 꽃동네를 방문해 이웃에게 직접 다가가는 생명 현장 학습도 마련되어 있다.

 

수강생들은 방학 때에도 「생명의 복음」을 읽으며 다음 학기를 준비한다. 2학기에는 ‘현시대의 문화 읽기’와 ‘미디어 분별 교육’ 등 전문적인 강의가 이어진다. 그 뒤 주제에 따라 전문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그룹 토의가 진행된다. 이때 다루는 주제는 낙태, 배아 복제, 자살, 안락사, 죽음의 문화 등으로, 생명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이다.

 

졸업 이후에도 수료생들이 함께하는 심화 과정은 주로 연수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동안 받았던 수업과 달리 ‘내 딸이 혼외정사로 임신을 했다면?’, ‘내 부모가 병원에서 오래도록 힘들게 연명하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과 같은 더욱 현실적이고도 심도 있는 주제로 토론하게 된다.

 

“교육의 목표는 수료생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생명 수호 운동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생명 지킴이’를 양성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죠.” 정 신부는 생명 교육은 결국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명학교 수강생의 주 연령층은 40-60대로,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이다. 그래서 정 신부는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최우선적인 교육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 교육 가운데 하나로 성교육을 빼놓을 수 있겠습니까? 이제껏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대부분 ‘어떻게 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이는 잘못된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올바른 성교육을 통해 성의 신비와 생명을 소중함을 배워야 합니다.”

 

청소년 교육을 위해 새생명지원센터에서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생명 교재 제작에 힘쓰고 있다. 첫영성체를 앞둔 어린이를 위한 생명 교재를 마련하였고, 견진성사를 앞둔 중고생 대상의 교재 제작도 인천교구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해서는 대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진행하는 ‘청년생명아카데미’ 과정도 준비하고 있다.

 

 

생명 지킴이, 생명 네트워크

 

청주교구 생명 운동은 새생명지원센터가 맡고 있다. 새생명지원센터는 생명과 관련한 모든 사업이 앞으로 효과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와 각 교구의 생명윤리위원회, 그리고 지자체는 물론 생명학교를 수료한 생명 지킴이들과도 연대하여 ‘생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 가운데 생명학교를 수료한 이들이 주체가 되어 만든 ‘새생명봉사단’은 대표적인 생명 운동 단체이다. 새생명봉사단은 ‘미혼모 어머니 학교 지원’과 ‘미혼모 가정을 위한 일일 찻집’, ‘생명을 지키는 70인의 행복 나눔 콘서트’ 등 각종 행사의 봉사와 후원을 통해서 미혼모를 돕고 있다.

 

또한 해마다 열리는 ‘생명 대행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생명 대행진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대표적인 생명 운동 중의 하나로 주로 낙태 반대운동을 펼치는데, 올해 한국 교회는 대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자 생명을 위한 문화 행사와 더불어 생명 수호 미사도 함께 봉헌하였다.

 

“생명학교를 다니기 전에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서 인식하지 못했어요. 배운 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싶어 새생명봉사단에 참여하고 있어요. 생명학교를 통해 왜 교회에서 생명 운동을 벌여야 하는지 깨달았죠. 혼자서가 아니라 동문들과 함께 봉사하고, 센터와도 연대해서 활동할 수 있으니 힘이 납니다.” 생명학교 3기 수료생 박창규 씨(52세, 내수본당)는 단원으로서의 소감을 전했다.

 

새생명지원센터에서는 생명학교 수료생 중에서 교사 출신들을 중심으로 ‘생명교육 강사협의회’를 마련하여 각 본당으로 찾아가는 맞춤형 생명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부모들을 위한 성교육, 본당 신자들을 위한 생명 특강과 사순 · 대림 시기 특강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정년퇴직하고 환경대학원을 다니는데 생명과 환경이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생명학교를 찾게 되었죠. 수료 뒤 생명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7기로 강의를 듣고 있는 김형근 마티아 씨(61세, 내덕동주교좌성당)의 말이다.

 

강명자 리타 씨(40, 용암동본당)도 청소년기를 보내는 자녀들이 생명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생명의 문화를 전파하고자

 

“생명의 가치를 알리는 소중한 일이니만큼 더욱 많은 이에게 이를 전하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새해에는 신자들만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도 생명학교의 문이 활짝 열릴 수 있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합니다.”

 

정 신부는 생명의 가치를 전파하고자 쉼 없이 달려온 생명학교가 다양한 모습으로 퍼져 나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가정사목도 중요하지만 할 일이 너무 많기에, ‘생명’만 전담하는 사제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수료를 앞둔 학생들에게 하고 싶다는 정 신부의 말로 맺는다. “평신도로서 주체가 되어 생명 운동을 펼쳐 나갈 여러분에게서 교회의 희망을 봅니다. 생명 운동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웃에 대한 우리의 작은 관심과 선행 하나하나가 모여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문의 : ☎ 1577-3053 새생명지원센터 www.cjnewlife.kr

 

[경향잡지, 2017년 12월호, 글 김진배 기자, 사진 제공 새생명지원센터 생명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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