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신흥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10-03 ㅣ No.1036

[한국 신흥종교의 이해] 신흥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동학이 등장한 이후, 한국의 신흥종교는 주로 사회에서 억눌리거나 소외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그동안 신흥종교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육수준이 낮거나, 경제적으로 빈곤하거나,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질병이나 장애가 있거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심한 상처를 받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종교학자들은 신흥종교를 ‘민중종교운동’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흥종교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도 신흥종교 참여자의 상당수는 하류계층에 속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도 대거 참여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는 신흥종교를 민중종교로 규정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신흥종교에 참여하는 새로운 유형으로는 우선 중산층 부녀자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신흥종교 입교자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들에게서는 대부분 가정생활에 충실했던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들과 면담해보면, 이들의 상당수는 결혼 이후 남편의 사회적 성공을 위해 헌신적으로 내조하였고, 자녀 교육에도 열심히 뒷바라지하였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지금까지의 삶은 헛된 것이었다고 호소한다. 이들은 남편의 사업이 번창할수록, 직장에서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남편은 직장생활에만 몰두하면서 가정이나 부인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불평한다. 그리고 자녀들도 어렸을 때는 자신을 잘 따랐지만 성장함에 따라 자신과의 대화를 기피하고 반항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면서 희생해왔는데, 이제는 남편도 자식도 자기를 제대로 대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이들 중의 상당수는 그로 인해 심한 고독감과 좌절감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울증을 겪었다고 말한다. 이러한 증상은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신흥종교의 강한 집단결속력과 열광적인 집회분위기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도피처로 기능할 수 있다. 신흥종교는 대부분 규모가 작다. 또한 신흥종교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교육과 수련 그리고 봉사와 전도활동으로 보낸다. 따라서 신자들 간에는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강한 결속력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신흥종교의 예배는 기성종교보다 열광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이러한 신흥종교의 성격이 상실감이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에게 삶의 활력을 넣어주는 기능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이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신흥종교에는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의 참여도 활발하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이르러 나타는 것은 아니다. 통일교,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증산도, 천기누설 구통도가(天氣漏泄 九統道家), 모르몬교(예수 그리스도 후기성도 교회) 등 몇몇 신흥종교들은 초기부터 주로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최근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신흥종교에 관심 갖는 청년 늘어

 

교회 안팎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신천지와 하나님의 교회를 비롯하여 신흥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참여가 최근에 더욱 증가하는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고 하여 젊은이들이 기성종교를 외면하고 신흥종교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니다. 많은 종교학자들은 종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시기는 사춘기라고 설명한다. 그 까닭은 인성이 형성되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도 커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으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할 때 종교에 대한 관심도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대부분의 한국 청소년들은 주위로부터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압력을 받고 있으며, 그에 따라 자신의 관심과 역량을 거의 모두 대학입시에 투입하고 있다. 그러다가 대학에 진학하게 되면, 삶에 대한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하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루어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게 된다.

 

최근 신흥종교들이 대학생 선교에 주력하고 있고, 대학가에서 신흥종교의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신흥종교에 대한 젊은이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이유는 그들의 불투명한 미래와도 관련이 있다. 요즈음의 젊은 세대들은 ‘3포 세대’ 또는 ‘5포 세대’ 등으로 불릴 정도로 취업과 결혼 그리고 주택 마련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갖고 있다.

 

이러한 젊은이들의 불안감은 모순과 부조리로 가득 찬 지금의 세상이 곧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신흥종교의 주장에 말려들 가능성을 높인다. 신흥종교의 교리는 대체로 단적이고 분명하며 감정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훈련과 기초가 결여된 상태에서 신흥종교와 접촉하게 되면 그들의 주장에 쉽게 빨려들 수 있다.

 

여기에 덧붙여, 신흥종교의 철저하고도 집단적이며 강도 높은 교육과 훈련은 소속감을 높이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도록 작용한다. 이러한 점은 실의에 빠졌거나 좌절하던 젊은이들이 신흥종교에 입교한 이후 학업이나 가정을 포기하면서 전도활동에 몰입하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신흥종교에는 성스러움에 목말라하거나 새로운 세상이 속히 오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참여한다. 세상이 부패하고 어두울수록 사람들은 성스러움에 목말라한다. 이들은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고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갈망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지금을 ‘악하고 낡은 세상’으로 규정하면서 새 세상이 곧 올 것을 약속하는 신흥종교의 주장에 매혹하기 쉽다. 극단적인 이기주의자나 야심가들이 신흥종교에 참여하는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신흥종교의 신자 공급처는 기성종교

 

그러나 주목할 것은 어떠한 처지에 있든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교를 택할 때 처음부터 신흥종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남들로부터 ‘사이비 종교’, ‘사교’, ‘이단’, 유사종교 등으로 불리는 신흥종교를 자신의 첫 번째 종교로 선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종교를 찾을 때는 대부분 기성종교를 먼저 선택한다. 그러나 기성종교에서 자신의 종교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다고 느낄 때 이들은 다른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의 입교 권유에 따르는 경향을 나타낸다. 특히 기성종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기성종교에서 소외나 상처를 받는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높아진다.

 

신흥종교를 찾는 사람들은 신앙심이 없거나 약한 사람들이 아니다. 신앙심이 없거나 약한 사람들은 다른 종교의 권유에 쉽게 말려들지 않는다. 신흥종교를 찾는 사람들은 오히려 종교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나름대로 기성종교에 적극 참여하고 활동하던 사람들이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던 사람이 신흥종교로 개종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신흥종교에 입교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여러 종교를 거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흥종교는 여러 종교를 거친 다음에 도달하는 마지막 정류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신흥종교의 신자 공급처는 기성종교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신흥종교의 발흥에 대해 기성종교의 책임 또한 적지 않음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기성종교가 종교다움을 유지하고 신자들에게 올바른 신앙을 심어준다면, 자신이 믿던 종교를 버리고 남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신흥종교로 개종하는 사례는 크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10월호, 노길명 요한 세례자(고려대학교 명예교수)]



938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