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7일 (금)
(백)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 내 양들을 돌보아라.

사목신학ㅣ사회사목

[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뮤지컬 화랑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1-10 ㅣ No.764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뮤지컬 ‘화랑’


소년에서 남자 되기



- 뮤지컬 ‘화랑’


지금 우리는 하루에 수 천 개의 공연들이 생겨나고 그 수만큼 막을 내리는 ‘문화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이 오래된 비유가 여전히 새로운 이 시대, 홍수에 역류하는 현대 문화의 총아는 단연 뮤지컬이다. 제작비 60~70억을 예사로 쏟아 붓는 외제 대형 뮤지컬이 그 맨 앞자리를 지키고 있는지는 벌써 오래전이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으로 외면당하던 창작 뮤지컬의 목소리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춤과 노래 연기라는 서로 다른 장르가 어우러져 빚어내는 독특한 화학작용이 마련해 준 공연예술계의 왕좌에 뮤지컬이 언제까지 군림할지는 모른다. 하지만 효도선물은 뮤지컬 티켓이고 우리 아이들 꿈의 8할이 뮤지컬 배우이며 한류를 타고 창작 뮤지컬로 세계를 재패할 꿈에 부풀어 있는 제작자들도 많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뮤지컬이 대세 중의 대세다.

<화랑>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300회의 공연 횟수를 기록하고 있는 성공적인 창작 뮤지컬이다. 출신도 성격도 기량도 제각각인 다섯 명의 ‘꽃처럼 아름다운’ 17살 화랑 지망생들이 ‘비재’라는 합숙 훈련을 거쳐 화랑이 되는 ‘성장 스토리’ 이다. 그들이 정식 화랑이 됐는지 관객은 모른다. 뮤지컬 화랑이 굳이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일등만 빛이 나는’ 모난 우리풍토에 대한 반기이며 ‘성장 자체가 성공’이라는 역설이다.

‘서라벌 슈퍼스타’라는 같은 꿈을 꾸는 서로 다른 이 다섯 소년들의 내적 성장통, 내적 성숙이 이 작품의 주제이다. 기싸움과 치기어린 경쟁을 일삼던 소년에서 “괜찮아 다 지나가는 거야”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보듬는 진정한 남자로 익어가는 그 길에 관객들은 열광한다. 화랑만큼이나 꽃처럼 아름다운 우리의 젊은이들은 객석에서 환호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 순간 극장 안은 밖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이타심과 배려와 사랑으로 뜨겁게 달구어지며 “뮤지컬은 21세기의 살아남을 예술”임을 내다본 최무열 제작자의 표현대로 ‘화려하게 포장된 건강한 내용이 이 땅의 청소년에게 긍정의 힘을 주는’ 사랑의 공동체가 된다.

외제 대형 뮤지컬의 공연계 점령 현상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것이 많다. 창작 뮤지컬이 어떻게 하면 보다 제 몫을 할 수 있을지 그 문제 또한 생각해 볼 것이 많다.

‘직접적인 선교를 살짝 우회’ 하든지 혹은 ‘아주 직접적으로 선교’ 하든지 크리스차니즘을 극 안에 풀어 넣기에 뮤지컬보다 더 적합한 것이 없다. 이미 성공사례도 많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다. 사실 ‘예수님’만한 대형 흥행스타가 어디 있는가, 성경 말씀 자체가, 성경의 주인공들이, 성경의 사건들이 할리우드에서는 벌써부터 대박도 내고 스타도 냈다. 아직도 예수님과 성경은 주요 돈벌이가 된다. 관객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누구인가, 교회가 돌봐야 할 하느님의 백성들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교회의 모든 것이 오히려 극장 안서 더 복음적일 수 있다는 것이.

뮤지컬에 대한 편견 대신 그 대중적 힘이 가진 파급 효과에 대해 우리 교회의 힘 있는 분들이 고려해 볼 때이다. 거룩한 연극, 성극도 이제 뮤지컬의 옷을 한번 입혀 보면 어떨까. 성극을 만드는 일에도 보는 일에도 관심을 돌리고 문화사업의 주요 콘텐츠 목록에 성극 뮤지컬이라는 자리 하나가 마련되고도 이제는 남을 때이다.
 
* 이원희(엘리사벳ㆍ연극배우 겸 작가) -
지컬 ‘서울할망 정난주’ 극작가이자 배우로서 연극 ‘꽃상여’ ‘안녕 모스크바’ ‘수전노’ ‘유리동물원’ 등에 출연했다.

[가톨릭신문, 2014년 11월 9일, 
이원희(엘리사벳ㆍ연극배우 겸 작가)]



1,503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