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나를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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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4 ㅣ No.349

[레지오 영성] "나를 따르라"



나자렛 고을에서 마리아와 요셉과 함께 30년을 사신 예수께서는 드디어 당신의 구원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이스라엘의 변방인 갈릴레아에서 시작하십니다. 이곳에서 하느님 나라 선포를 시작으로 첫 제자들을 부르시고(마태 4,17-19), 많은 설교와 빵의 기적 등을 행하셨습니다. 갈릴레아 호수는 예수님 공생활의 주 무대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면서 처음으로 하신 설교의 주제는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이 다스리는 시대가 왔으니 마음을 고쳐먹고 주님께로 머리를 돌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우리식대로 세상을 살아갑니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회개의 삶이 더욱 절실하게 요청됩니다. 머리를 예수님께로 돌리고 구원의 기쁜소식을 선포하신 주님의 복음적인 삶을 살지 않는 한 회개의 삶을 산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구원사업에 우리를 동역자로 모으셔

예수께서는 당신 구원사업을 수행하는데 결코 당신 혼자서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하고자 하시면 돌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을 만드실 수 있는 전능하신 분이 복음을 선포하시기 위해 우리의 입을, 가난하고 소외 받는 이웃에게로 다가가시기 위해 우리의 발을 필요로 하셨습니다. 인간적인 방법을 총동원하셨습니다.

먼저 당신과 함께 일할 동역자들을 모으셨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나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먼저 당신 제자들을 부르신 것입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19) 어부들은 곧장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고기잡이하던 그들에게 그물은 곧 생명줄이었습니다. 그들은 자기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배와 그물을 모두 미련 없이 버리고 예수님의 부르심에 아버지를 버려두고 조건 없이 따라나섰습니다.


제자들이 자기들의 전 재산이나 다를 바 없는 배와 그물을 버리고 부모를 모시고 살던 사람이 부모를 떠나 살게 되었다는 것은 예수님의 구원의 복된 말씀을 듣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그 분을 따라나서서 그 분의 제자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주님을 따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이제 당신의 제자들을 통해 우리 모두를 불러 모으십니다. 교회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나를 따르라.” 복음적인 삶을 살도록 우리를 부르시고 또한 당신 구원을 위한 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우리를 파견하십니다. 선교라는 말도 파견이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3가지 직책, 예언직과 사제직 그리고 왕직을 맡겨주셨습니다.

① 예언직(預言職)

복음전파, 먼저 가정에서 비롯됩니다. 우리의 성화된(선교활동) 생활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부부간에 신의와 존경과 사랑을 함께 나누는데서 전교는 가능합니다. 그리고 레지오의 정신은 자신의 성화를 통한 복음적인 삶을 사는데 있기에 단원들은 끊임없이 성화되기 위해 힘써야 전교가 가능합니다.

② 사제직(司祭職)

우리는 그리스도의 대리권 받은 사제는 아니나 넓은 의미로 보편적 사제직을 수행하는 사제입니다. 사제는 그리스도처럼 내 삶을 제사의 제물로 바치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제사는 성사생활에 참여하고 전례생활에 참여하여 내 자신의 삶의 제물을 바로 자신의 생각과 행위, 노동과 희생, 심지어는 고통과 슬픔까지도 십자가상에서 바치신 그리스도 제물과 합쳐 바칠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보편적인 사제직무를 수행하는 사제가 될 수 있습니다.

③ 왕직(王職)

진정한 봉사직은 우리 어머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이 봉사적이고 희생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랑이 진정한 왕직입니다. 왕직은 힘으로써 다스리는 직무가 아니라 어머니와 같은 희생과 사랑으로 다스리는 직무입니다. 왕직은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낮추어 죽기까지 아버지께 순종한 정신을 따를 때 가능합니다.


진정한 회개의 삶이 더욱 아쉬워

오늘날 레지오의 모습은 이런 직무의 영성과는 동떨어진 친목위주로만 변질되어 가고 있습니다. 친목이라는 미명하에 때로는 단원들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아무개의 허물을 들추어내고 그래서 결국은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레지오의 목적은 자신들의 성화에 있는데 미사에 나오지 않으면서 회합에만 나오는 일은 어처구니없기까지 합니다. 알맹이가 빠진 속빈 강정처럼 성화된 모습도 온데간데없고 그 결과인 활동마저도 없으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 모두는 복음적인 삶을 살도록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복음적인 삶은 바로 예언직, 사제직, 왕직을 실천하는 일입니다. 나를 따르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 나는 도대체 무엇을 바치고 있는가? 주님을 따르기 위해 무엇을 버리고 있는가? 진정한 회개의 삶이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회개하라. 하늘나라가 다가왔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4년 4월호, 한기호 세례자 요한(신부, 전주교구 익산 영등소라성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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