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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교황 즉위 10주년: 프란치스코와 함께, 교회는 어디로 향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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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3-13 ㅣ No.691

[교황 즉위 10주년 특집] 프란치스코와 함께, 교회는 어디로 향하는가? (상)


더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 향해 하느님 자비의 손길 내밀어

 

 

- 가난한 이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 2월 1일 콩고 킨샤사의 교황대사관에서 내전으로 고통받는 원주민을 축복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2023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세 마리아 베르골료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유례없는 교황 사임 후 콘클라베가 시작된 지 이틀만인 2013년 3월 13일 새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그러했듯이 가톨릭교회에 ‘더는 미룰 수 없는 쇄신’을 촉구하고 스스로 실천해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끄는 가톨릭교회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성찰해본다.

 

 

하느님 백성 한가운데 머물기를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수행에 있어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사목자로서의 면모다. 2013년 3월 13일, 어둑해진 성 베드로 광장에는 새 교황의 첫 모습을 지켜보려는 수많은 인파로 가득했다. 휘장이 걷히고 새 교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을 상징하는 아무런 특별한 상징 없이 흰색 수단을 입은 교황은 이탈리아인들의 친근한 저녁 인사인 ‘보나 세라’(Bouna sera)로 친근함을 표시했다.

 

곧 이어 그는 온 세상에 축복을 내리기 전에 스스로 먼저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기에, 고개를 숙이고 하느님의 백성들에게 기도를 청했다. 그리고 자신을 ‘하느님의 자비가 필요한 사람’이고 ‘세례받은 이들 중 한 명’으로 소개했다. 이로써 교황이기에 앞서 하느님 백성으로서 신앙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교황궁을 마다하고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한 선택을 두고, 가난하게 살기를 원한 것이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나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교황궁 자체가 그리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숙소는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떨어진 곳이다. 결국 그는 사람들 사이에서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사목자이기를 원했다.

 

 

판단하지 않고 위로하고 치유하기를

 

교황이 된지 얼마 안 된 7월 22일, 교황은 첫 해외사목방문지인 브라질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동성애자 사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말했다. “누군가 동성애자인데, 그가 주님을 찾고 선의를 가졌다면, 제가 그를 어떻게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꾸준하게 그를 비난하는 이들은 교황이 교회의 가르침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에게서 판단과 단죄보다는 위로와 격려, 치유를 건네려는 사목자의 모습을 발견한다.

 

판단과 단죄보다는 하느님 백성의 고통에 공감하고 치유하기를 원한 교황은 두 차례에 걸쳐 가정을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를 소집했다. 2014년 제3차 임시총회와 2015년 제14차 정기총회를 통해 교황은 가정과 관련된 긴급한 사안들을 다루도록 했다. 시노드에서는 피임, 동성애, 이혼 후 재혼자의 영성체 허용 문제 등 민감한 현안들을 다뤘다. 그리고 후속문헌으로 교황권고 「사랑의 기쁨」이 반포됐다.

 

교황의 고뇌는 깊었지만 적어도 사목적인 차원에서 그의 뜻은 분명하고 단호했다. 교황은 2015년 10월 4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가정을 주제로 한 두 번째 시노드를 개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교회가 “유행이나 여론에 따라 변화될 수 없는” 진리를 선포할 의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황은 동시에 하느님의 자비를 바탕으로 현대 가정의 실제 삶과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실수와 죄악은 단죄돼야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은 이해받고 사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가정의 잘못을 단죄하기보다는, 고통을 겪고 있는 가정들을 위해서 교회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대답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5년 12월 8일 자비의 희년 개막예식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聖門)을 열고 있다. CNS 자료사진.

 

 

자비의 하느님과 가난한 이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선출 2주년을 기념하는 2015년 3월 13일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고 한 달 뒤인 4월 11일 희년 선포 칙서 「자비의 얼굴」(Misericordiae Vultus)을 반포했다. 당시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살바토레 피지켈라 대주교는 교황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이 자비의 특별 희년의 본질과 교황의 모든 사목적 계획을 담고 있으며 칙서 「자비의 얼굴」은 이를 더 구체화한다고 말했다. 희년의 근본적인 취지는 교회가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얼굴이 돼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당연히 교회의 사목적 쇄신을 요청한다.

 

20세기는 인류사적 비극의 시대였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인종 학살과 집단 살육이 자행됐다. 21세기 초엽에 목도한 미국 뉴욕의 무역센터 빌딩 테러, 이후 세계는 테러와 대테러 전쟁, 불의와 기아와 폭력, 수백만 명의 난민들, 생태계 파괴와 자연재해, 심화되는 양극화 등 비극적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비의 얼굴」은 이러한 비극들을 우려하며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해 걱정한다.

 

“오늘날 이 세상에는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너무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외침이 부유한 이들의 무관심에 파묻혀 들리지 않게 되어 더 이상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은 너무도 많은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눈을 뜨고 세상의 비참함을, 존엄을 박탈당한 우리 형제자매들의 상처를 보도록 합시다….”(「자비의 얼굴」 15항)

 

그래서 교황은 가난한 이들, 교회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항상 찾아 나선다. ‘야전병원’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활동을 꿰뚫는 이상적인 사목자, 연대와 형제애에 바탕을 둔 교회의 모습이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복음적 사랑의 크기만큼 교황은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불의에 신랄하다. 불의한 현실과 세력에 대한 그의 분노는 고상한 이념이나 추상적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랜 사목 활동과 삶의 체험 속에서 몸소 체득한 자비의 신념이다. 이미 고국 아르헨티나의 빈민가에서, 그리고 전 세계의 빈곤지역에서 보고 듣고 체험한 극도의 빈곤으로부터 그는 불의한 세계에 대해 분노했다.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그의 신랄한 비판은 경제학 이론이 아니라, 빈곤의 고통에 대한 체험에서 나온 인간적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사목자다. 이 대륙은 자비의 신학을 품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풍부하게 받아들였고, 이른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끊임없이 던진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분투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사목 활동을 형성하고 있다.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통치하는 교황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는 세계교회라는 본당의 주임 사제이며, 실제로 그의 모든 교황직 수행은 자신에게 맡겨진 하느님 백성을 돌보고 치유하는 사목자의 면모를 띠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3년 3월 12일, 박영호 기자]

 

 

[교황 즉위 10주년 특집] 프란치스코와 함께, 교회는 어디로 향하는가? (중)


공의회 정신 구현하고자 교회에 ‘시노달리타스’ 일깨우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프랑스 노숙인 지원 단체 ‘라자르’의 회원·노숙인과 함께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기도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개혁을 예수 그리스도께 충실한 끊임없는 자기 쇄신에 열린 것으로 제시합니다.”(「복음의 기쁨」26항)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나그넷길에 있는 교회는 그 자체로서 또 인간적인 지상 제도로서 언제나 필요한 이 개혁을 끊임없이 계속하도록 그리스도께 부름받고 있다”(「일치 교령」 6항)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선언을 인용하면서 더는 미룰 수 없는 ‘교회 쇄신’을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쇄신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이하 공의회)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교황은 어떻게 교회 안에 공의회 정신을 구현해 나가고 있을까.

 

 

하느님 백성의 교회: 「교회헌장」의 교회론

 

교황은 재임 초기부터 이전 교황과는 다른 행보들을 보여 왔다. 교황궁이 아니라 교황청을 방문하는 손님용 숙소인 성녀 마르타의 집에 거주하고 있다. 스스로 ‘로마의 주교’라 칭하며 세계교회 최고 지도자로서 통치하려 하기보다 다른 주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하고자 했다. 또 교황청 각 부서와 교회의 여러 직무에 평신도들, 특히 여성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교회 내 책임과 권한을 함께했다.

 

이런 교황의 행보는 ‘교회는 하느님 백성’이라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교회헌장」의 교회론을 바탕으로 한다. 「교회헌장」은 교회가 위계적인 조직이 아니라 ‘하느님 백성’이라고 정의했다.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는 공통된 품위와 활동에서는 참으로 모두 평등하다”(「교회헌장」 32항)는 것이다.

 

교황이 남아메리카 출신이라는 점도 교황이 「교회헌장」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당시 회의록을 살피면 「교회헌장」 작성에 남아메리카 주교들의 기여가 컸던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비교적으로 물질적 안정과 평화를 누린 유럽 지역에 비해 이주민의 후손으로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남아메리카교회는 가난한 이들에 관한 성찰이 깊었다. 교황은 로마의 교구장으로서 지역의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고, 세계 여러 나라를 사목방문을 할 때도 그 지역의 소외된 이들을 만났다.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교황은 교황직을 위에서 통치하는 지도자의 자리가 아니라, 함께 참여하도록 사람들을 움직이고 영감을 주는 협력자, 봉사자의 직분으로 바꿔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교황이 강조하는 교회는 하느님 백성의 교회상을 구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복음적 교회가 되는 것을 지향하고 이끈다는 점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심은 씨앗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싹틔우고 자라나게 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의 질문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세상의 소리를 듣다: 「사목헌장」의 방법론

 

교황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경청한다는 점이다. 교황은 교회의 가르침이나 제안을 꺼내기 전에 먼저 세상이, 각 사회가,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섬세하게 살핀다.

 

이런 경향은 교황이 10년에 걸쳐 발표해온 「복음의 기쁨」, 「사랑의 기쁨」 등의 권고와 「찬미받으소서」와 「모든 형제들」 등의 회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문헌들은 모두 도입부에서 세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현실과 위기가 닥쳤는지를 바라보고 있다. 교황은 그러고 나서야 그런 현상들을 통해서 발견해낸 진리, 즉 교회의 가르침과 그에 따른 제언을 제시한다. 교황은 사목을 귀납적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귀납적 방법론은 공의회 「사목헌장」의 방법론이다. ‘헌장’은 교회의 기본적 구조와 본질, 사명을 다루는 문헌으로 공의회 문헌 중에서도 가장 높은 권위를 지닌 문서다. 따라서 교리에서 시작해 삶으로 이동하는 ‘연역적 방법’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사목헌장」은 「교회헌장」이나 「계시헌장」과 달리 구체적 실재 이해에서 신앙교리를 제안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사목헌장」은 10항까지 현대 세계의 구체적인 상황을 다루고, 각 장에서도 역시 귀납적 방법으로 전개한다.

 

최현순 교수(데레사·서강대학교 전인대학원)는 “교회가 공의회 이전에는 ‘우리는 진리를 믿고 있으니 우리말을 믿어’라고 말했다면, 「사목헌장」에서는 ‘여러분이 어떤 상황인지 이렇게 듣고 이해했으니 우리가 생각한 답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교회를 이끌어가는 방법론 자체가 공의회가 지향했던 방법론으로 이전 교황님들과 분명한 차별점이 보인다”면서 “교황님이 사목 현장 안에서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소외되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해오신 것은 공의회의 영향이 굉장히 컸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 2021년 10월 10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개막미사에서 강론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공의회적 교회론과 방법론의 결정체, 시노달리타스

 

교황의 「교회헌장」의 교회론과 「사목헌장」의 방법론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세계주교시노드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제정된 회의로, 보편교회를 위한 안건들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고자 교황과 세계주교단이 모여 논의하는 자리다.

 

교황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에 모든 ‘하느님 백성’이 참여하길 요청했고,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길을 찾아가는 귀납적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

 

경동현 박사(안드레아·우리신학연구소 연구실장)는 “프란치스코 교황 이후 가장 의미있는 변화로 세계주교시노드의 설립 취지를 복원하려는 부단한 관심과 노력을 꼽고 싶다”면서 “교황이 꿈꾸는 복음화된 교회의 모습으로 ‘시노달리타스를 지속하고 활성화하는 교회’에 가장 근접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의 주제가 ‘시노달리타스’라는 점은 공의회가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을 더욱 구체적으로 현실화하는 작업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는 ‘함께’(syn) ‘길’(hodos)을 걷는다는 그리스어에서 온 말이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의 구성원들이 각자 동등한 품위와 활동 안에서 서로 경청하며 성령이 이끄는 길을 찾아간다는 공의회 정신이 담겨있다.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 소장 최영균(시몬) 신부는 “시노달리타스는 공의회의 교회관을 보다 구체적으로 현실화하자는 취지를 갖는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든 사목은 시노달리타스로 수렴된다”고 전했다. [가톨릭신문, 2023년 3월 19일, 이승훈 기자]

 

 

[교황 즉위 10주년] 프란치스코와 함께, 교회는 어디로 향하는가? (하)


가난한 이들의 가난한 교회 촉구… 쇄신된 교회로 한걸음 내딛어

 

 

-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나아가서 그들의 고통을 치유해 주는 ‘야전병원’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사진은 2021년 12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리스 난민캠프를 방문해 이주민들로부터 쪽지를 받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CNS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31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선종하자 많은 이들이 교회 안에 거센 파열음이 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로 시작된 보수와 진보의 긴장과 갈등이 표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선종 직후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개인비서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의 인터뷰가 언론에 공개됐다. 그는 회고록에서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긴장 관계였다고 주장했다.

 

전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도 같은 달 발간한 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이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1월 11일 선종한 호주의 조지 펠 추기경은 익명의 메모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통치 방식이 두 전임 교황과 일치하지 않는, ‘재난’에 해당한다고 적은 사실이 밝혀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5일 콩고와 남수단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일부 성직자들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선종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는 비윤리적인 것이며, 이들은 “교회가 아니라 당파에 속한 이들”이라고 반박했다.

 

 

10년 재위, 끈질긴 보수의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 10년 동안 보수 진영의 비판과 저항은 지속됐다. 물론 이는 선정적 보도들처럼 정치적 암투에 속하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보수적 입장과 개혁의 바람은 긴장과 갈등의 모습을 띠고 있다.

 

저항은 주로 영어권 지역에서 두드러진다. 교황의 열렬한 수호자들이었던 이들이 현직 교황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 로마 특파원 크리스토퍼 램은 “그들은 훈계하는 교회, 현대성의 피신처, 비판하고 평가하며 진보적 안건들을 반대하는 요새로서의 교회를 원한다”고 말했다.

 

보수주의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 동반’이 동성애, 낙태, 혼인의 불가해소성 등에 대한 교리를 명확히 하지 않음으로써 ‘혼란’을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를 ‘야전병원’으로 제시한다. 그 안에서 성체는 완전해진 자들의 포상이 아니라, 병자의 치료약으로 이해된다.

 

 

보수, 상대주의로부터 교회 수호

 

애당초 저항은 남아메리카 출신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면서부터, 교황의 상징물들을 걸치지 않고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나서서 소박한 저녁 인사와 기도의 청원을 하던 순간부터 예정됐다. 첫 사목방문지로 람페두사 섬을 선택하고, 주님 만찬 미사 때 이슬람교도와 여성들을 포함한 12명 수감자들의 발을 씻고, 언론들과 격의 없는 인터뷰들을 하면서 저항은 본격화됐다.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캐서린 케이브니 교수는 “보수파들은 두 전임 교황의 교황직 수행의 핵심을 상대주의를 거슬러 진리를 선포하는 것으로 여긴다”며 따라서 교회는 자기 입장을 고수하고, 규율을 수호하며, 세상과는 다른 공동체로 남는 것이 주요한 관심사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는 이것이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복음의 기쁨」은 사목적 동반의 전망, 고삐 풀린 자본주의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을 비롯해 사회 정의 문제를 담았다. 적지 않은 이들이 교황을 극단적인 자유주의자라거나 심지어 마르크스주의자로 지목했다.

 

저항은 더 노골화됐다. 2014년과 2015년 가정을 주제로 세계주교시노드가 열렸다. 성 소수자 가정,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 문제 등 첨예한 윤리적 문제들이 논의됐다. 미국의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과 호주 조지 펠 추기경 등은 논의 자체를 불편해했고 이혼 후 재혼한 신자에 대한 영성체 금지를 주장했다.

 

 

사목적 동반과 현대성에 대한 두려움

 

2016년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은 이혼 후 재혼 신자의 영성체 허용 가능성을 부분적으로 열었다. 파장이 일었다. 버크 추기경 등 4명의 추기경이 5개 질문을 담은 문서를 발표했다. 교황은 답을 주지 않았다.

 

영국 언론인 오스틴 이버리는 2019년 자신의 저서 「상처 입은 치유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회 회심을 위한 투쟁」에서 “「사랑의 기쁨」은 이혼 후 재혼자들에 대한 사목적 동반의 길을 모색했다”며 “혼인의 불가해소성을 훼손하지 않았지만 보수파들은 현대성에 대한 굴복의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교황은 참된 가톨리시즘으로 가장한 보수적 이념의 실체를 드러냄으로써 보수파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이후 보수파는 교황청과 중국과의 관계나 이슬람 세계와의 화해 움직임 등 모든 사안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미국 주재 교황청 대사를 지낸 카를로 비가노 대주교는 2018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교황청 고위 관리들과 미국의 가톨릭 지도자들이 전 워싱턴 대교구장 시어도어 맥캐릭의 성추행과 관련된 제재를 무효화했다며 교황의 사임을 요구했다. 주장의 근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참여한 주교들 중 누구도 철회 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

 

 

공의회 정신과 시노달리타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교황은 처음부터 세례의 우선적 의미를 강조했다. 성직주의의 폐해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비판은 세례의 우선적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평신도-성직자의 견고한 이분법적 사고로부터 벗어나 교회의 공적 직무에 대한 보다 포괄적인 이해를 제시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에 대한 표상인,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 공동체는 스스로 가난한 이들의 가난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촉구다. 울타리 안에 갇혀, 높은 곳에서 단죄하는 교회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변방으로 나아가서 그들의 고통과 질병을 치유해 주어야 한다는 복음적이고 선교적 교회의 표상이다.

 

시노달리타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과 쇄신에서 가장 자주 중요하게 반복되는 주제다. 이미 가정을 주제로 한 두 차례의 세계주교시노드와 아마존 세계주교시노드에서 부분적으로 엿볼 수 있었던 시노달리타스의 실현 노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가장 집중적으로 드러날 것이다.

 

 

참된 교회 개혁을 위한 문을 열다

 

지난 10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조치들은 획기적인 것은 아니다. 교회 안의 보수파들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진보주의자들 역시 지난 10년의 개혁 성과들에 충분히 만족하지 않는 듯하다. 교회가 경직된 율법주의, 관습과 전통에 메인 완고한 보수주의의 울타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되듯이, 민주주의적 원리에만 지배되는 자유주의적 단체로 이해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황은 시노드는 의회가 아니라고 수없이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온전히 개혁된 교회, 복음과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가르침에 바탕을 둔 교회 공동체를 향한 쇄신 여정의 문을 지난 10년 동안 열고 있다. 비록 아직 그 문이 활짝 열려 있지 않다고 해도, 적어도 걸쇠를 젖히고 문고리를 돌려, 제삼천년기 쇄신된 교회의 문으로 한걸음 내딛고 있다. [가톨릭신문, 2023년 3월 26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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