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일)
(백) 부활 제5주일 내 안에 머무르고 나도 그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전례ㅣ교회음악

음악칼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생상스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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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2-12-26 ㅣ No.3152

[음악칼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생상스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Oratorio de Noël)>

 

 

성탄대축일의 음악은 매우 특별하게 여겨지는 만큼 음악 선택에 더 신중을 기하게 되지만, 제목이 가리키는 바,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제일 먼저 바흐의 곡을 떠올리게 되나, 그와는 또 다르게 다정한 선율로 다가와 우리를 미소 짓게 하는 작품이 있으니, <동물의 사육제>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곡가 까미유 생상스(Camille Saint-Saëns, 1835-1921)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Oratorio de Noël) 작품번호(op.) 12>입니다.

 

생상스는 어린 시절 피아노 신동이었고, 작품도 클래식음악의 전 장르에 빠짐없이 두루 있을 정도로 풍부해서 ‘프랑스의 모차르트’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가 피아노, 오르간, 작곡 등 음악가로서만이 아니라, 철학, 천문학, 고고학, 수학 분야의 학자였고, 유려하고 명쾌한 필체의 문필가였으며, 프랑스 고전, 라틴어에도 능통했던 다방면의 천재였다는 점입니다. 그런 생상스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작곡한 것은 스물 세 살인 1858년, 성 마들렌 교회(La Madeleine)의 오르간 연주자로 취임하고 나서였습니다. 생상스가 얼마나 뛰어난 오르가니스트였는지는, 이곳에서 그의 오르간 연주를 본 리스트가 보낸 최고의 찬사와 특이하게 오르간이 관현악과 함께 편성된 그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을 통해서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생상스의 오르간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활약하며 이 곡에 개성을 더하죠.

 

생상스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다섯 명의 독창자(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와 합창단, 현악 오케스트라, 오르간, 하프의 비교적 간소한 구성입니다. 흔히 종교적 오라토리오에서 느낄 법한 장엄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사랑스러운 느낌으로 다정하게 다가오죠. 소박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생각하면, 이런 음악적 접근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주 시간도 35분~40분 정도로, 2시간 반이 넘는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와 비교하면 아주 가뿐한 길이죠. 가사는 라틴어 성경에서 가져왔습니다. 천사가 목자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리는 루카 복음서 2장 8절~14절 말씀을 시작으로, 성탄과 관련된 성경 말씀을 요한복음, 이사야서, 시편 등에서 인용했습니다. 총 열 곡으로 구성됐는데, ‘J. S. 바흐 스타일’이라고 명기된 첫 곡 ‘전주곡(prelude)’은 목자들이 예수님 탄생 소식을 처음 전해 듣는 풍경을 묘사한 듯, 목가적인 분위기입니다. 마치 이제 막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시작되려는 연극의 서막처럼 느껴지죠. 그러고 나서 이어지는 아홉 곡은 독창, 중창, 합창 등 여러 형태로, 곡에 따라 프랑스적인 우아함, 소박한 민요풍, 또는 옛 성가풍으로 예수님 탄생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바로크 스타일의 음악을 만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고전주의적 경향을, 또 낭만파 음악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그것은 생상스가 바흐와 헨델에게 영향을 받았고, 어릴 때부터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연주했으며, 자신은 낭만주의 시대의 끝자락에 살고 있었기에 당연한 결과겠지요. 또 생상스의 음악적 성향이 20세기 초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성보다는 전통에 기반한 보수성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사랑스런 생상스 음악을 들으며, 기쁜 마음으로 주님을 찬미합니다.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

 

[2022년 12월 25일(가해) 주님 성탄 대축일 서울주보 8면, 임주빈 모니카(KBS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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