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월)
(백) 부활 제7주간 월요일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사목신학ㅣ사회사목

[가정사목] 가정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 폐막

스크랩 인쇄

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25 ㅣ No.759

[세계주교시노드] ‘가정’ 주제로 한 세계주교시노드 임시총회 폐막


혼인 교육 강화는 공감, 동성애 · 재혼자 문제는 다음 기약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 참가자들이 18일 교황청 바오로 6세홀에서 가정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시노드 교부들은 이날 최종 보고서를 통해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 가르침을 재확인하며, 어려움을 겪는 가정을 위한 사목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CNS]


[외신종합] 가정을 주제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가 5~19일 보름간의 일정을 마무리 짓고, 2015년 10월 ‘교회와 현대 세계 안에서 가정의 소명과 사명’이라는 주제로 열릴 세계주교시노드 제14차 정기총회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가정 문제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인 시노드 참가자들은 이번 시노드 논의 결과들이 내년에 있을 정기총회에서 풍성한 열매를 거두기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했다. 시노드 교부들이 투표를 통해 시노드 논의 내용을 채택한 임시총회 최종 보고서는 각 지역 교회에 보내져 내년 정기총회를 위한 예비 문서(의제 개요)로 활용될 예정이다.


최종 보고서, 어떻게 작성됐고 무슨 내용이 담겼나

최종보고서는 총 3부, 62개 항으로 이뤄졌다. 서론(1~4항), 제1부 가정의 상황과 도전(6~11항), 제2부 가정의 복음(12~28항), 제3부 사목방안(29~61항), 결론(62항)으로 구성됐다.


이혼한 재혼자 영성체 문제는 부결

각 문항은 시노드 교부 183명의 찬반투표를 거쳐 2/3 이상의 찬성표를 얻은 내용이다. 이 투표를 통해 13일 발표된 토론 보고서(중간 보고서)에는 포함됐던 동성애자 관련 문항, 이혼한 재혼자의 영성체 허용 관련 문항은 부결됐다. 토론 보고서는 처음 일주일간 논의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동성애자를 받아들이는 문제를 숙고하고 혼인무효소송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가톨릭교회가 동성애와 이혼 등 그동안 금기시해왔던 교회 가르침에 변화를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은 빠졌다. 최종 보고서는 혼인의 불가해소성과 단일성 등 교회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르침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가정의 중요성과 교회와 사회에서 지니는 가정의 의미를 강조하는 교회 전통 가르침에 따른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시노드 폐막 기자회견에서 “최종 보고서에서 제외된 조항은 주교들의 전반적인 합의를 얻지 못한 것일 뿐 이 문제가 앞으로의 논의에서 제외된 것은 아니라며 임시총회에서 다뤄진 모든 안건이 언제든지 논의될 수 있고, 논의해야 할 사안임”을 시사했다.


내년 정기총회 위한 토론 자료로

외신들은 “시노드 임시총회 최종 보고서는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 다음 정기총회를 위한 토론 자료”라면서 “최종 보고서는 열린 결말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종 보고서 투표에서는 혼인의 성사적 의미를 알리고 혼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항이 시노드 교부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시노드 교부들은 가정이 당면한 현실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를 위해 교회가 위기의 가정과 함께하며 이들을 위한 사목적 대안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에도 크게 공감했다.

재혼한 신자들의 영성체 허용 문제는 의견이 갈려 최종 보고서엔 포함되지 못했지만, 절반이 넘는 주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동성애 관련 문항도 역시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었다.

시노드 참가자들은 “일부 문항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면서 “그동안 금기로 여겨졌던 문제들이 공개석상에서 논의된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혼인무효소송 절차 간소화 내용 포함

최종 보고서에는 혼인무효소송 절차 간소화를 발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문항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또한 이혼과 재혼의 아픔을 겪은 이들을 위해 사목적 배려를 촉구하면서 혼인과 관련된 논의의 문을 열어 뒀다.

최종 보고서는 동성결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동성애자를 차별하지 않고 존중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원조를 대가로 동성혼을 지지하도록 요구하는 일부 국제기구의 행태를 비난했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박수정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노드 무엇이 달랐나


일방적 발표에서 자유로운 토론으로



이번 주교시노드 임시총회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으로 소집한 주교시노드다. 정기총회를 앞두고 이를 준비하는 성격의 임시총회가 소집된 것은 주교시노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가정 문제를 다루겠다는 교황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노드가 끝나면 주교들은 논의 결과물을 담은 ‘건의안’을 발표하고, 교황은 이 건의안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르침을 담은 사도적 권고를 발표한다. 그러나 이번 시노드는 사목 현황을 파악하고 가정 문제를 진단하는 임시총회라 건의안이 아닌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종 보고서엔 교회 가르침은 물론 앞으로 더 논의가 필요한 사안들을 담았다.

시노드 임시총회에선 프란치스코 교황 특유의 개혁적 행보가 뚜렷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노드의 개방성과 투명성이다. 교황은 그동안 비공개로 진행하고 정리된 결과만 발표했던 이전 시노드와는 달리 임시총회 논의 전 과정을 언론에 공개했다. 시노드 기간에 매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간에 발표된 토론 보고서도 완성 즉시 기자들에게 배포하며 시노드 논의 범위를 바티칸에서 세상으로 확대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시노드 내용이 발표될 때마다 온라인에서도 신자들의 토론이 활발히 벌어졌다. 

백미는 최종 보고서 투표 공개다. 교황은 최종보고서에 어느 문항이 채택됐고, 채택된 문항엔 얼마나 많은 주교들이 찬성했는지 그 수치를 모두 공개했다. 자연스럽게 최종보고서에 채택되지 않은 문항이 어떤 것인지도 알려졌다.

언론들은 “시노드 최종 보고서 투표 결과가 공개되면서 오히려 채택되지 않은 문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덩달아 교회에 사목적 배려를 요구하는 신자들의 요청이 거세졌다”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조용하면서도 현명하게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교황은 시노드 회의 첫날 참가자들에게 “솔직하고 용기 있게 말하고 겸손하게 들을 것”을 신신당부했다.

이를 계기로 참가자들은 교회 가르침에는 반대되지만 이혼하고 재혼한 이들의 영성체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었다. 동성애 문제가 논의 주제로 공개석상에 오를 수 있던 것도 이 같은 분위기가 한몫했다. 참가자들에겐 매일 저녁 1시간가량 자유 토론 시간이 주어졌다. 이전까지 시노드는 딱딱한 분위기에서 지정된 발표자가 발언할 뿐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또 교회 가르침에 반대되는 주장은 거론되지 못했고, 교회 가르침에 따른 예상된 결과가 도출되곤 했다.

이와 더불어 임시총회는 교회 가르침에 맞게 현실을 이끄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을 검토한 뒤 교회 가르침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지 고민하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는 예수회 출신인 교황이 오랜 시간을 두고 토론하고 대화하며 해결 방한을 모색하는 예수회 의사 결정 방식을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박수정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참가한 강우일 주교 기자회견


가정문제 논의,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



한국 대표로 세계주교시노드 임시총회에 참가하고 온 강우일 주교는 임시총회가 끝났지만 가정 문제 논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남정률 기자


“최종 보고서에는 세계 각 지역 가정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가톨릭교회가 어떻게 끌어안을지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교종(교황)께선 주교들에게 최종 보고서를 가지고 지역 교회로 돌아가 내년 시노드 정기총회가 개최될 때까지 관련 내용을 충분히 성찰하고 숙고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가정을 주제로 5~19일 바티칸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에 참가한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는 20일 서울 중곡동 주교회의 사무처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임시총회는 폐막했지만 가정문제 논의는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이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동성애ㆍ이혼한 재혼자 영성체 허용 문제 제외된 것 아냐

13일 발표된 토론보고서에는 언급됐지만, 최종보고서에선 빠진 동성애 문제와 이혼한 재혼자의 영성체 허용 문제에 관해서 강 주교는 “이 문제들이 논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것은 아니다”면서 “교종께선 최종보고서에 채택되지 못한 문항도 논의를 이어가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최종 보고서 투표 과정에서 교회가 동성애자들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혼한 재혼자의 영성체를 허용해야 한다는 문항 모두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2/3 이상의 찬성표를 얻지 못해 최종 보고서엔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교종은 최종 보고서엔 내용이 없어도 시노드 과정에서 논의된 모든 내용을 내년 시노드를 위한 자료로 삼기를 요청하셨습니다.”


사목적 방안 더 논의 필요

강 주교는 “재혼한 신자들의 영성체 허용 문항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주교들이 이에 반대한다기보다, 재혼자들을 위한 사목적 방안 마련에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 모여 그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목적 대안 없이 이를 허용하면 교회가 혼인에 대해 지켜온 가르침을 허무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강 주교는 이어 동성애 관련 문항도 비슷한 취지에서 부결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동성애자도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 식구로 받아들여야

“동성애적 성향은 타고나는 것으로 그 자체만으로 교회가 뭐라 할 수 없습니다. 동성애자라고 해서 무조건 차별하거나 단죄해선 안 됩니다. 동성애자도 하느님 백성으로서 교회 식구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합니다. 또한 동성 결합은 교회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입니다.”

강 주교는 “일부 언론에선 토론 보고서(중간 보고서)에 동성애자를 ‘환영한다’는 표현이 나왔다고 썼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동성애자를 교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도 재혼 가정 사목적 돌봄 필요

강 주교는 한국교회에서는 물론 아시아교회에서도 최초로 시노드 최종 보고서 작성단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작성단 명단 발표를 듣고는 제 이름이 있어 잘못 들었나 싶었다”면서 “저도 제가 왜 들어 있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노드 중에 혼인에 담긴 부르심의 의미를 강조하며, 혼인을 법으로만 다루기보다 하느님 부르심으로 알아듣고 사목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면서 “그 후 교종이 저를 보자마자 ‘발표를 아주 잘 들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주교는 한국교회에도 재혼 가정을 위한 사목적 돌봄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시노드 기간에 한국 사회를 생각하며 마음에 떠올랐던 것이 재혼 가정의 교회 신앙생활 참여 문제였다”면서 “이미 재혼한 시간이 길고, 아이들까지 성장했다면 교회는 자비의 시선, 연민의 시선을 바탕으로 이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합적인 혼인 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극단화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가 가정 문제 원인

“현대에 와서 가정과 혼인이 왜 문제인지를 살펴보면 극대화된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에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현대인들은 자기의 뜻과 욕구를 삶의 최고 기준으로 삼고 이에 어긋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결국 이것이 부부 관계를 파괴하고 무너뜨립니다. 따라서 현대 신자들에게 신앙의 눈으로 본 혼인과 성, 가정의 의미를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합니다.”

어떤 발언이라도 거리낌 없이 말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시노드가 진행됐다고 전한 강 주교는 “교종 역시 스스럼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시노드 참가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고 나서야 교황이 입장했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의 시작 10분 전에 미리 와서 주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강 주교는 “교종께선 주교들이 가만히 있지 말고, 힘겹게 살아가는 하느님 백성을 찾아가 무엇에 아파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나설 것을 거듭 당부하셨다”고 말했다. [평화신문, 2014년 10월 26일, 박수정 기자]



1,695 0

추천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