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
(홍) 성 필립보와 성 야고보 사도 축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다는 말이냐?

예화ㅣ우화

[가족] 마음에 뿌린 꽃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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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련 [jimi] 쪽지 캡슐

1999-06-12 ㅣ No.7

[1999년 6월호 좋은느낌, 좋은만남]

 

마음에 뿌린 꽃씨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5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었다. 남편은 괜찮다고 했지만 4년째로 접어들자 나는 서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시부모님들의 권유로 병원에도 가 보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급기야 나는 직장도 그만두고 시댁에서 보내온 한약을 달여먹으며 1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친정에서도 걱정이 되는지 달마다 확인전화를 했고 그때마다 별별 이상한 약과 음식을 들고와 나를 곤혼스럽게 만들었다. 나중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임신에 '임' 자만 들어도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그러던 어느날 시어머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아가야, 내가 기석이 앞으로 물건 하나 보냈으니 받고 나서 전화해라." 전화를 끊고 나도 모르게 입술을 꼭 깨물었다. '분명 또 한약이겠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불안하게 방안을 서성이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당신 뭐하고 있었어?"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들어서는 남편이 너무나 미웠다. "이번엔 또 뭐야, 당신 어머님 참 정성도 대단하시네" 비꼬듯 말을 던지고 남편 손에 든 가방을 확 낚아챘다. 순간, 손이 휘청거렸다.

 

  "어? 이게 뭐야" 가방속에 내가 상상했던 보약 대신 흙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응, 짐에 갔더니 어머님이 꽃씨를 주더라구. 당신 주라고 하길래 오던 길에 저쪽 공원에서 흙 좀 퍼 왔지" 나는 얼른 시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다. "아가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 꽃씨를 심어서 잘 키워봐라 뭐든 정성을 기울이다 보면 마음에 여유도 생길 거야" 나는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져 아무 말도 못했다. 정말 그 정성 때문일까. 그해, 꽃씨에서 새싹이 돋아날 무렵 우리는 부모님들께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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