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
(백) 부활 제4주간 토요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영성ㅣ기도ㅣ신앙

[신앙] 금쪽같은 내 신앙33: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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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1-17 ㅣ No.2006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 신앙] (33) 새로운 시작


죄를 없애시는 주님 앞에 매일 새롭게

 

 

어떤 자매님께서 이렇게 기도하셨다고 한다. “주여, 사흘마다 오소서!” 결심이 늘 ‘작심삼일’로 끝나기에, 사흘마다 오셔서 마음을 잡아달라는 간청이었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새해를 시작하며 가졌던 새로운 마음과 다짐들,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점검해 보면 어떨까.

 

중국 은나라 시조인 탕왕은 대야에 ‘구일신(苟日新) 일일신(日日新) 우일신(又日新)’ 곧 “진실로 하루가 새로워지려면,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날로 새롭게 하라”는 문구를 새겨 넣어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매일 새로워질 것인가? 새로워지는 것은 연말연시의 기분이나 분위기 혹은 한순간의 마음이나 의지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내가 새로워지지 않는데, 내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데 어떻게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겠는가.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시작이 오직 주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고백한다. 우리가 새해를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주님께서 선물로 주셨기 때문이며, 오늘을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주님의 은총 덕분이다. 주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우리가 어떻게 우리 삶을 한순간이라도 늘일 수 있겠는가. 올 한해를, 나날을, 매 순간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매 순간을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새로 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새로운 시작도 불가능할 것이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요한 3,3) 위로부터 태어남은 과거의 나, 죄로 물든 나의 죽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죄를 뉘우치는 회개요 죄를 씻는 용서다.

 

요한 세례자가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하기 위해 행한 것이 바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마르 1,4)였다. 요한은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예수님께서 자기 쪽으로 오시는 것을 보고 외쳤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우리는 종종 잊는다. 성탄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죄로 물든 인류의 구원이라는 것을 말이다. 성탄은 하느님께서 죄로 물든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죄로 가득한 이 세상에 몸소 오셨다는 놀랍고도 기쁜 소식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그분께서는 죄를 없애시려고 나타나셨던 것입니다.”(1요한 3,5)

 

죄 많은 인간이 죄의 참모습, 죄의 심각성을 알 수 있는 것은 주님의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 앞에서다. 영광 속에 계셔야 할 분께서 연약한 아기의 모습으로 누추한 마구간에 태어나신 것은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인해서다. 죄 없으신 분께서 고통과 죽음을 마다치 않으신 것도 같은 사랑으로 인해서다. 아기 예수님의 순수하고 가난한 미소에서, 십자가 위 주님의 상처 입은 얼굴에서 우리의 죄를 발견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스럽게 대해주고 우리와 하나 되고자 하신 분께서 겪으신 모욕과 상처에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신 주님의 가난에서, 우리의 죄가 어떤 것인지 깨닫는다. 죄는 그 사랑에 대한 외면이고, 신뢰를 저버림이며, 선을 악으로 갚음이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죄인인 우리 자신을 돌아보자. 우리가 얼마나 죄의 사슬에 묶여 있는지, 그 안에서 얼마나 서로를 옭아매고 상처를 주는지 의식하자. 우리가 죄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유일한 길은, 우리를 향한 주님의 깊은 사랑에 마음의 문을 열고 용서를 청하는 것이다. 그 사랑만이 구원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께서 우리 삶의 주인이 되실 수 있도록 자신을 비워드리자.

 

※ ‘금쪽같은 내신앙’ 코너를 통해 신앙 관련 상담 및 고민을 문의하실 분들은 메일(pbcpeace12@gmail.com)로 내용 보내주시면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월 14일,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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