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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유사종교와 가톨릭 신앙: 요한묵시록은 미래 종말을 예언한 감추어진 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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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3-05 ㅣ No.1284

[유사종교와 가톨릭 신앙] 요한묵시록은 미래 종말을 예언한 감추어진 책인가?

 

 

요한묵시록(개신교는 요한계시록)은 신약성경의 마지막 책이면서 동시에 신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다양한 환시, 표징, 상징, 숫자들이 하나로 모아져서 종합적으로 펼쳐져, 성경적 지식 없이 읽고 해석하기에는 난해한 책이다. 그러다 보니 신앙생활을 오래 한 사람도 이 요한묵시록을 읽을 때는 낯설고, 당혹감을 느끼고, 무엇인가 감추어진 비밀이 있는 책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사이비 종교집단들은 하나같이 이 요한묵시록을 자신들이 풀었고, 자기 교회에서만 완성되는 지상의 천년왕국을 주장한다. 이들은 ‘요한묵시록은 2천 년 전에 쓰여졌지만 오늘날을 미리 예언하고 감추어둔 계시(啓示)의 책’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 ‘계시’(감추어진 것을 열어 보여준다)라는 단어의 뜻을 자의적으로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을 감추어 두고서 특정 사람에게 미리 알려주는 예언’으로 해석한다. 즉, 아무도 모르게 감추어둔 예언된 내용을 오늘날 이 땅에 있는 자기 교회 교주가 구원자, 메시아, 재림예수, 약속의 목자, 보혜사(보호자) 성령이 되어 그 비밀을 풀고, 천년 왕국을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 사이비 종교집단이 주장하듯 요한묵시록은 먼 미래의 어느 종말 시대를 미리 예언해 놓은 감추어진 책인가? 그렇지 않다.

 

성경은 ‘시대와 지역과 문화와 공간과 사람을 뛰어넘어서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진리의 책이고, 온갖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 인내와 희망을 주며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주는 하느님의 살아있는 말씀’이다.

 

이러한 성경은 신구약 모두 다 미래적인 ‘예언’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성경의 ‘예언’이란 하느님 ‘예언’의 말씀이 선포될 때 그 말씀을 듣는 사람이 살아가는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그리고 잘못은 회개하며 살아가라.’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현재의 삶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읽고 있는 당사자가 자신의 현재 생활을 하느님 안에서 바라보고, 회개하며, 온갖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하느님이 주시는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갖고 살아가도록 격려하고 위로하는 미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 ‘계시’와 ‘예언’의 참 의미를 왜곡하고 요한묵시록을 ‘현재와 동떨어진 미래 종말을 예언하고 감추어둔 책’으로만 보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요한묵시록은 오늘날 특정 교회 사람 외에는 지난 2천 년 동안 아무런 의미가 없는 책이 되어 버린다. 요한묵시록도 다른 성경처럼 성경의 참 의미를 담고서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하느님의 살아 있는 말씀이고 책이다.

 

요한묵시록은 95년경 로마(바빌론이라고 표현)의 극심한 박해를 받고 있는 교회, 곧 그리스도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기 위하여 쓰인 서신서다. 저자인 요한은 신구약 성경에 나오는 묵시문학적인 요소(환시, 상징, 표징, 숫자)들을 통해서 당시 박해 속에 있는 신앙인에게는 하느님의 구원을, 또 반대로 박해자들(로마 황제와 추종자들=7머리 열 뿔,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 용으로 표현)에게는 하느님의 심판이 앞으로(미래) 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희망을 가지고 곧 오실 주님(재림)을 기다리며 로마(바빌론)의 박해와 고난을 잘 견디어 내라고 위로하고 희망을 주고자 이 책을 쓴다.

 

요한은 당시 교회,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구약성경을 통해서 환시, 상징, 표징, 숫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것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오늘날 우리는 이 의미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마치 요한묵시록이 감추어진 비밀 예언서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신구약 성경 전체에서 등장하는 이 묵시문학적인 환시와 상징, 표징, 숫자의 의미를 이해하며 요한묵시록을 읽는다면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두에게 ‘하느님의 살아있는 말씀’이 될 것이다.

 

[2019년 3월 3일 연중 제8주일 전주주보 3면, 이금재 마르코 신부(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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