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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복음화: 일본교회의 삼중대화 노력 (1) 다종교 사회 속 일본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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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10 ㅣ No.512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 일본교회의 삼중대화 노력 (1) 다종교 사회 속 일본 가톨릭


일본 그리스도인은 소수자… 종교간 협력으로 복음화 실천

 

 

가톨릭신문 창간 100주년 기획 ‘아시아 복음화, 미래교회의 희망’은 일찍이 그리스도교가 전래하고 수많은 수도회와 선교사들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찾았지만, 여전히 전체 인구 대비 0.34%(2016년 일본주교회의 교회 현황 통계 기준)의 그리스도인들이 믿음의 소수자로 살아가는 땅, 일본을 찾았다. 이번 기획에서는 아시아 복음화를 위한 삼중대화 논의에 맞춰 다른 종교와 공존해 온 일본교회의 역사, 낯선 이들과 더불어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을 살펴본다. 더불어 소외당하고 가난한 이들과 더욱 적극적인 연대를 꿈꾸는 노력을 통해 진정한 복음화란 무엇인가 끊임없이 모색하며 희망을 향해 걷는 일본교회의 새로운 모습을 소개한다.

 

- 일본 여러 종교들이 참가한 평화 네트워크는 ‘평화 헌법’이라 불리는 일본 헌법 제9조 무력화 반대를 위한 연대 투쟁에 나섰다. 올해 10월 6일 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함께 한 평화 네트워크. 일본 예수회 사회사목센터 제공.

 

 

타종교인들과 기도하며 정체성 더 깊이 확인”“일본인들은 태어날 때는 신사(神社)를 찾고, 결혼할 때는 교회를 찾고, 죽은 후에는 절로 간다”는 말이 있다. 일본 고유의 민족 신앙인 신도(神道)와 6세기 무렵 백제에서 전래한 불교는 일본인의 민간 생활 속에 뿌리 깊게 자리한다. 일본 사회에 그리스도교 신앙이 널리 전파되지 못한 이유를 신도와 불교가 융합돼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자리잡은 일본인의 종교관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일본의 다른 종교들과 어떻게 공존하고 대화하고 있을까? 다종교 사회를 살아 온 일본 가톨릭교회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일본 가톨릭 영성의 역사와 특수성을 알아보고자 일본 예수회가 운영하는 조치대학교를 방문했다. 예수회 전 일본관구장이자 현재는 일본 예수회 사회사목센터 센터장을 지내는 카지야마 요시오 신부와 일본 예수회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이자 조치대학교 교양학부에서 비교종교학을 강의하는 티에리 로보암 신부를 만날 수 있었다.

 

 

‘소수자’로서 일본교회의 정체성

 

일본교회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정체성은 그리스도인은 ‘소수자’(minority)라는 것이다. 2016년 일본 주교회의가 발표한 교회 현황 통계에 따르면 3개 대교구를 포함한 16개 교구 전국 가톨릭 신자 수는 43만여 명에 불과해 전체 인구 1억2800만 명 대비 0.34%에 그친다. 

 

인구의 11%, 개신교, 불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종교,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는 어느 종교보다 앞선다는 한국교회의 자부심과 비교할 때 일본 신자들이 공유하는 소수자로서의 정체성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여전히 남는 의문은, ‘왜 일본에서 그리스도인은 소수자로 남게 됐을까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 이유로 박해의 역사와 종교적 전통을 꼽는다. 

 

1549년 예수회 선교사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가 가고시마에 상륙하며 일본 그리스도교의 역사도 함께 시작했다. 이승훈(베드로)이 세례를 받았던 1784년을 기준으로 우리 교회보다 235년 앞선 시작이었다. 신앙이 전래한 시기와 방법은 달랐지만, 한국과 일본 사회가 닮아 있듯, 한국과 일본교회 또한 여러 공통점을 갖는다. 역사적으로는 모진 박해가 있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제국주의와 국가주의 세력과 타협해야 했던 아픈 과거도 같다.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후에는 물질문명과 세속주의의 거센 도전을 받아 왔다. 한국 또한 무속신앙과 유교, 불교가 문화적 전통과 깊게 결부됐다는 점에서 일본과 유사하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1970년대 이후 급속한 성장을 이뤄낸 데 비해 일본교회는 본격적인 박해가 시작됐던 1600년경 신자 수로 추정되는 40만 명에서 그 숫자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고 인구대비로 보면 오히려 줄어든 것이 된다.

 

카지야마 요시오 신부

 

 

다종교·다초점 사회를 살아가는 일본 그리스도인

 

카지야마 요시오 신부는 “일본 사회는 다(多)초점 사회”라고 설명한다. “그리스도교는 일본 사회에 공존하는 여러 초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신도와 불교의 영향력이 크지만, 그것은 문화적 영향력에 가깝습니다. 물질주의, 소비주의 문화도 큰 힘을 갖고 있고 여전히 사회주의 사상도 일정한 비중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초점은 항상 긴장 관계를 유발합니다.” 

 

그리스·로마 문명이라는 공통된 바탕 위에 그리스도교가 하나의 초점으로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지야마 신부는 “유일한 초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그리스도교 정신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한발 더 나아가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주류(majority) 신앙이 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사람이 다 교회에 가야만 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물론 일본에도 이런 생각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가 지배계급의 종교, 주류가 되면 가난한 사람,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예언자들의 활동은 제한되고 맙니다.” 이어 카지야마 신부는 유일한 초점, 다수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에 더 충실하기 위해 교육과 지원을 통해 여러 사회사목 운동을 전개하는 일본 가톨릭교회의 활동에 대해 들려줬다.

 

- 티에리 로보암 신부.

 

 

종교 간 협력 통한 그리스도교 정신 실천 

 

프랑스 출신으로 30년 전 일본으로 온 로보암 신부는 예수회 신부로는 최초로 일본 불교대학에서 학위 과정을 밟았다. 조치대학교 교수로 근무하는 지금도 방학이면 몇 개월을 절에 들어가 보낸다. ‘진정한 복음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은 로보암 신부도 카지야마 신부와 같다. 

 

“어떤 사람들은 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 복음화의 참뜻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나와 다른 이들과 어떻게 잘 어울려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그리스도교 정신이라고 믿습니다. 스님들과 어울려 살고, 함께 기도하면서 저는 하느님을 더 가까이에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깊이 확인합니다.”

 

로보암 신부는 일본 예수회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신도와 불교를 포함하는 종교간 대화위원회의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종교간대화위원회의 활동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더욱 활발해졌다. 2011년의 재난은 일본 사회 전체를 뒤흔든 충격이었고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치유와 영적 위로가 절실했다. 사고 현장의 피해자들과 사회 전반의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자 뜻을 모은 종교 지도자들은 이후에도 여러 자연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협력한다.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각자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나 사회가 일본인들이 겪는 고통을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있고, 고통받는 사람들 옆에 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것은 모든 종교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각입니다.” 

 

로보암 신부는 “왜 일본에는 그리스도인이 적습니까?”라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신도에 있는지, 불교에 있는지는 ‘복음화’나 ‘그리스도교 정신’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다초점, 다종교 사회를 살아가는 일본 그리스도인들의 고민은 어떻게 다수가 될 것인지가 아니라, 소수로서 어떻게 더 그리스도교 정신에 충실할 것인가 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톨릭신문, 2018년 12월 9일, 일본 정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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