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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그륀 신부의 계절 편지: 당신은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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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7-29 ㅣ No.1229

[그륀 신부의 계절 편지] 당신은 축복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하신 말씀 중 가장 아름다운 말씀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이 약속입니다. “너는 복이 될 것이다”(창세 12,2). 성경의 이 말씀을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축복이 될 것입니다.” 혹은 간단하게 “당신은 축복입니다”. 우리는 때로 누군가에게 “당신은 나의 축복입니다”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기를 고대하고 계십니다. “나는 축복이다.” 저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이 약속을 반복해 되뇌어 보라는 과제를 주곤 합니다. 그러면 그들은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하지요. “저는 축복이 아니에요. 약점도 너무 많고, 다른 사람들에게 짐만 돼요.” 그러나 하느님은 자신의 약점에 고착된 부정적인 자기상(自己像)에서 자유로워지기를 원하십니다. 그렇다고 자신이 축복이라고 자랑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의 잘못과 허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겸손하게 표현해야 합니다. 우리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 축복이 될 수 있음은 감사할 일이지 자랑거리가 아닙니다.

 

성경에 나오는 아브라함 이야기는 다른 이들에게 축복이 되는 조건을 말해 줍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에게 토지와 겨레, 그리고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고 명하십니다. 초기 수도승들은 이 세 가지 떠남을 다음과 같이 이해했습니다. 첫째, 당신을 의존하게 만드는 모든 것에서 떠나십시오. 당신을 옥죄는 오래된 관습, 자유로 이끌지 않고 당신을 규제하는 관계에서 떠나십시오. 하느님께서 당신에게 부여하려던 형상으로, 당신만의 모습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온전히 나 자신일 때 당신은 다른 이를 위한 축복이 됩니다. 둘째, 과거의 감정에서 떠나십시오. 상처와 실망에서 비롯된 감정에서 떠나십시오. 또한 옛날에는 모든 것이 좋았다는 과거를 미화하는 도취된 감정에서 떠나십시오. 과거에서 떠나 현재로 가십시오. 온전히 현재에 머무십시오. 현재에 있을 때 당신은 다른 이를 위한 축복이 됩니다. 셋째, 모든 겉치레에서 떠나십시오. 소유, 명성, 인정, 성공 같은 세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가치에서 떠나십시오. 돈이나 사람들의 인정에 의존하지 마십시오. 내적 자유로 들어가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다른 이를 위한 축복이 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축복임을 보증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다른 이를 위한 축복이 되길 요구하십니다.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자신을 ‘축복받은 이’(Benedicti)라고 여깁니다. 그러나 축복받는다는 것은 다른 이에게 축복이 되라는 소명이기도 합니다. 저는 아침마다 저만의 경건한 의식을 치릅니다. 축복을 청하는 손을 들어 하느님의 은총이 나의 손을 통해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 내게 소중한 사람에게 흘러 들어간다고 상상하는 것입니다. 이 축복 의식을 제가 지도하는 피정에 참석한 이들과 함께 연습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도 이 축복 의식을 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똑바로 서서 손을 높이 듭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여러분의 가족, 자녀, 배우자, 부모님에게 흘러들고, 그 한 명 한 명을 보호의 망토처럼 감싸고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고는 하느님의 축복이 당신을 통해 그들이 해야 할 일에 흘러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자신감 넘치고 평온한 마음으로 일터로 가고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을 대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이렇게 요청하십니다.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여라”(루카 6,28). 이는 너무 지나친 요구 같습니다. 여러분에게 상처를 주고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여러분은 하느님의 축복이 그 사람에게 흘러들게 합니다. 어떤 부인에게 이 의식을 권하자 처음에는 거부했습니다. 축복 의식에 익숙해지자 그분은 축복을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에서 보호해 주는 방패로 느꼈습니다. 그분은 축복 속에서 희생자 역할을 그만두었습니다. 여러분도 이를 경험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이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리는 종종 희생자 역할에 숨습니다. 그 상처가 얼마나 끔찍했는지 호소합니다. 상처받은 이는 축복 속에서 다시 일어 서고 생기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그 사람에게 전할 무언가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 사람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게 해 줍니다. 그는 더 이상 우리에게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합니다. 은총은 다른 사람에게도 선을 향한 갈망을 인식하게 해 주는 눈을 열어 줍니다. 베네딕도 성인은 수도규칙에서 거듭해서 말합니다. “타인에게서, 거친 외관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때도, 영혼 심연에 있는 그리스도를 봅니다.”

 

아침 축복 의식을 통해 색다른 하루를 경험하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축복받은 사람에게 가고, 축복받은 공간으로, 축복받은 시간으로 가게 됩니다. 모든 것이 당신을 반대하고 있는 것 같은, 오늘 회의가 유난히 힘들 것 같은 불길한 상상에서 자유로워집니다. 여러분이 경험할 모든 것에, 여러분이 만날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감싸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하루를 시작하십시오. 오늘 하루도 여러분 모두에게 축복받은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계간지 분도, 2017년 가을호(Vol. 39), 글 안셀름 그륀 신부(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번역 김혜진 글라라(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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