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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교회건축을 말한다12: 성당건축 설계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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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2-06-17 ㅣ No.124

[교회건축을 말한다 12] 제3화 - 교회 건축 실무, 성당건축 설계과정

건축가와 성당 건축 방향에 대한 공유가 완성도 높여


- 대전교구 청양성당. 건축 당시 김용덕 주임신부는 김영섭 건축가에게 '들어가보고 싶은 성당, 그분이 계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성당'이라는 명료한 방향을 제시했다. 건축가는 옹벽 위에 다윗의 별이라는 개념으로 지붕 형상을 만들고, 그 아래 천장이 있는 조그만 성당을 만들어 상징성 높으면서도 아담한 내부를 가진 성당을 세웠다.
 

성당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건축가 선정'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가는 한 사람을 지명하거나 여러 명을 초청한 다음 간단한 안을 제출받아 심사를 통해 선정하기도 한다. 건축가를 선택할 때 그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을 답사한 후 결정하는 것도 좋다. 일단 건축가를 선정하고 나면 사제와 건축위원회는 건축가가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본당에서는 충실히 기획한 설계 요구사항을 잘 정리해 전달하고 세부적 기능들을 설명해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설계의 첫 단계는 대지가 갖고 있는 자연적ㆍ인문적ㆍ지리적ㆍ법적 요소들을 분석해 밑그림을 구상하는 것이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사제는 건축가에게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성당건축의 방향을 정해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당을 건립하게 된 배경, 본당 특성, 대지 사용현황, 본당이 추구하는 성당 등을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건축가가 계획의 방향을 잡는 데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 막연히 '아름답고 소박하고 경제적이며 편리하고 쾌적한 성당'을 요청하는 것은 건축가에게 자극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면 '성당 그 자체가 신앙을 증거하고 전교할 수 있는 장소' 혹은 '자연을 통해 주님을 느낄 수 있는 성당' 혹은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단순한 재료를 사용한 소박한 성당' 등이다.

성당건축의 외형에는 건축철학이 담기게 된다. 즉 성당건축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상황을 그대로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현 시대 우리의 문화수준, 우리가 사용 가능한 재료와 공법, 설계와 시공수준, 투입된 공사비가 그대로 투영되는 거울인 셈이다. 1970년대 이후 건립되는 성당 수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성당건축은 양적 팽창에 비해 질적으로는 발전이 더디었다. 너무나 비슷한 형태의 성당들, 즉 삼각지붕에 종탑형태를 갖춘 고전건축의 유사형태가 우리 머릿속에 고정관념처럼 자리 잡게 됐다. 수작업으로 벽돌과 돌을 쌓아 지은 고전건축을 기계화된 콘크리트 현대건축으로 재현하려고 하니 어설프게 고전건축을 모사하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현재의 시대상을 나타낼 수 없을 뿐 아니라 성당건축을 통해 새로운 건축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성당건축은 좀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1960,70년대 성당들은 부지가 넓은 반면 주차장이 좁아 성당과 사제관 등이 수평적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점점 부지가 협소해지고 필요한 성당 규모는 커지면서 다양한 수직적 구성의 성당들이 건립됐다.

2000년 이후 신도시에는 전통적 수직구성의 틀을 깨는 성당들이 출현한다. 1층에 만남의 방과 사무실, 2ㆍ3층에 성당, 4ㆍ5층에 교리실, 6ㆍ7층에 사제관과 수녀원을 배치해 고밀도로 대지를 이용했다. 부지가 협소해 원하는 성당 면적이 안 나올 경우 지하로 성당을 계획하기도 한다. 분당 성마태오성당은 지하1ㆍ2층에 성당, 1층에 옥외주차장 및 사무실, 2층에 강당, 3층에 교리실을 배치했다. 방배4동성당은 지하에는 주차장, 1층에 사무실과 만남의 방, 2층에 강당, 3층에는 교리실, 4ㆍ5층에 성당을 배치했고, 2ㆍ3ㆍ4층 일부에 사제관이 있다. 배치안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건축가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보고 최적안을 도출하게 된다.

성당내부를 설계하는 데는 가장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성당은 큰 공간이므로 구조형식ㆍ냉난방ㆍ음향ㆍ영상ㆍ제의 및 제구실ㆍ14처와 감실ㆍ제대 배치ㆍ자연광 도입여부 등 고려할 것이 많다. 성당 인테리어 계획도 내ㆍ외부 조화가 중요하며, 전체적 성당개념과 일치하도록 진행해야 한다.
 
또 성당에 설치될 성미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가톨릭교회는 전통적으로 성미술을 중요시했고, 성미술은 교회건축을 통해 크게 발전했다. 기본계획이 완성되면 유리화ㆍ제대ㆍ감실ㆍ14처ㆍ강론대ㆍ성모상ㆍ제대 십자가 등을 제작할 작가를 미리 선정해 같이 작업하는 것이 좋다. 작가를 선정하는 것도 높은 안목이 요구된다.
 
성당설계는 설계도를 납품함으로써 완료되지 않는다. 건축가에게 공사의 전반적 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건축가가 자재의 선정 혹은 변경, 색의 결정, 설계변경 등에 참여해 설계의도를 살릴 수 있어야 한다. 감리는 설계의 일부이며 설계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성당건물이 완공되면 사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품성이 높은 성당일수록 완공 당시 건물을 잘 보존하고 유지해야 한다. 기능적 필요에 의해 부분 공사가 필요하다면 최초 건축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충실한 기획 아래 훌륭한 건축가가 설계한 성당은 가톨릭의 중요한 문화자산이므로 보존과 관리가 중요하며 그에 대한 중요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평화신문, 2012년 6월 17일, 안우성(프란치스코, 건축가, 온고당건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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