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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시노달리타스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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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3-04-04 ㅣ No.693

[창간 96주년 특집 - 시노달리타스와 여성] 여성, 교회의 동등한 주역인가?


“여전히 소외됐다” 목소리 높아

 

 

- 3월 24일 의정부교구 백석동본당 평일미사에서 여성 성체 분배자가 신자들에게 성체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 염지유 기자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 60~65항에는 전 대륙에서 모인 여성들 목소리가 담겨 있다. 주목되는 것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가톨릭 여성들이 세례받은 사람들로서 그리고 동등한 품위를 가진 하느님 백성의 구성원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문서는 “교회를 깊이 사랑하지만, 많은 여성이 종종 자신의 삶이 제대로 이해받지 않고 있고, 자신의 기여와 은사가 항상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기에 슬프다고 거의 만장일치로 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모든 문화적 맥락에 존재한다”며 여성 수도자와 여성 평신도 참여와 인정에 대한 부분을 거론했다.

 

“결정을 내리는 이들이 거의 모두가 남성인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자신들 소리를 듣게 만드는 장은 조금 밖에 없는 현실”(이스라엘 의견서), “결정 과정에서 그리고 교회의 언어에서 성차별은 매우 널리 퍼져 있고 그 결과 여성들은 교회 삶의 중요한 역할에서 제외돼 있다”(축성 생활회 의견서)는 각국 사례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한국교회 상황은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는 소외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한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 내용이 잘 말해준다.

 

교회 내 여성의 지위와 역할 문제를 비롯한 성차별 문제 지적은 한국교회 안에서도 계속해서 제기돼 온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그 한국적 적용인 한국 천주교 200주년 사목회의, 90년대와 2000년 전후 연속적으로 열린 전국 각 교구 시노드에서도 이 문제는 계속 논의됐다. 그러나 교회 현장에서 ‘소외됐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는 것은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발비나) 소장은 가톨릭신문 창간 96주년 기념으로 마련한 ‘시노달리타스와 여성-누구도 배제되지 않았다’ 좌담에서 “여성 사목위원은 과거에 비해 많아졌지만, 여성 사목회장은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또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박은미(헬레나) 대표는 “본당 활동 70~80%를 여성들이 하고 있지만 사목회 의사결정은 본당 사제와 사목회장 등 남성이,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 참여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다. 본지가 전국 각 교구 비정규 성체 분배권자 교육 현황을 파악했을 때, 이른바 대형교구로 불리는 몇몇 교구에서 평신도 여성은 교육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교구 대표 본당이라 할 수 있는 B본당은 여성 복사를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았다. 여성이 교회에서 소외되는 단면들이다.

 

이번 좌담에서는 ‘여성이 교회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조직적인 여성 인재 발굴’, ‘여성 문제 연구 및 인력 양성을 위한 연구소 설치’ 등이 대안으로 나왔다. 여성 자신의 인식 변화와 노력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에서도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활동 지원을 통해 여성 활동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볼 수 있다.

 

교황청 고위직에 꾸준하게 여성을 기용하면서 발언을 실천으로 옮기고 있고 여성의 존재감, 가시성, 영향력을 확대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쇄신 행보는 한국교회에 여성 문제와 관련한 방안 모색에 방향성을 제시한다.

 

‘여성도 의사결정 과정에 완전히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한 교황의 소신은 모든 평신도가 세례성사를 통해 교회 생활의 주역이 되며, 따라서 여성 또한 교회 생활과 복음 선포의 주역이라는 데에 기반한다. 교회 내 여성의 지위와 역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이다.

 

신약성서 학자 엘리자베스 쉬슬러 피오렌자는 말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았다. 모두가 초대받았다. 남자들과 똑같이 여자들도 부름받았다. 예수의 주된 이상은 선별된 사람들의 거룩함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구원이다.” [가톨릭신문, 2023년 4월 2일, 이주연 기자]

 

 

[창간 96주년 특집 - 시노달리타스와 여성] 교회의 여성, 소외되고 있나


뿌리 깊은 남성 중심 문화… 익숙한 방법이 ‘틀린’ 것일 수 있습니다

 

 

- 본당 행사에서 한복을 입고 활동 중인 여성 신자들 모습.

 

 

어떤 이들은 교회 안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고 말한다. 또 어떤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과정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한 가지 있다. 소외 받는다고 느끼는 여성들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주교시노드 경청모임을 통해 교구로, 대륙으로 모인 의견서에 비추어 여성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현장을 찾았다.

 

 

여성이 전례에 참여하는 것은 분심을 준다?

 

ㅁ본당은 여성 복사가 허용되지 않는다. 남성만 복사를 설 수 있다. ㅁ본당 전례부 단장 A씨는 이 점에 대해 다른 여성 단원들과 본당 사제에게 이야기해 봤지만, “우리 본당은 전례적으로 타 본당의 모범이 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여성이 복사를 서면 어르신들에게 분심을 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A씨는 여성이 복사를 서지 않는 것이 왜 전례적 ‘모범’인지 의아했지만 더 물을 수 없었다. 의아한 것은 복사만이 아니었다.

 

ㅁ본당은 독서자의 성별이 다를 경우, 제1독서는 남성이 맡고 제2독서는 여성이 맡게 한다. A씨가 본당 사제에게 이유를 물으니 “톤이 낮고 힘 있는 남성 목소리가 앞에 오고, 높고 부드러운 여성이 뒤에 해야 듣기에 좋다”고 답했다.

 

여성 복사가 허용되는 본당에서도 비슷한 의아함이 나타났다. ㅎ본당 전례부 단장 출신 신자 B씨는 “여성 복사를 허용하는 본당이 늘고 있다지만, 어린이미사나 청년미사에 한해서 그렇고 교중미사나 전례 등급이 높은 미사에는 남성 복사를 우선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B씨는 “특히 주교님께서 주례하시는 미사에는 절대 여성 복사를 세우는 법이 없었다”면서 “주교님께서 주례하는 미사에, 단장이었던 자신을 배제하고 부단장 남성과 다른 남성 단원을 복사를 세운 것이 아직도 부당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여성 독서자·복사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성체분배자의 경우 여성, 특히 여성 평신도의 소외가 더욱 심하게 드러난다.

 

본지가 전국 교구 비정규 평신도 성체분배자 현황을 파악한 결과, 평신도에게 비정규 성체분배권을 수여하는 교구 중 2개 교구는 남성에게만 비정규 성체분배권을 수여하고 있었다. 나머지 교구 중에도 의정부교구를 제외한 교구들은 비정규 성체분배권 교육을 받는 여성의 수가 한 자리 수에 불과하거나 규정상으로는 여성을 제외하지 않지만, 여성 평신도 성체분배자가 없는 교구도 있었다. 여성에게 성체분배권을 수여하지 않는 교구의 어느 보좌신부는 이에 대해 “여성이 성체 분배를 하면 할머니들이 불편해할 테니 안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교황청 성사성성(현 경신성사부)은 1973년 훈령 「무한한 사랑」을 통해 성체분배자의 수가 부족한 경우 평신도도 ‘비정규 성체분배자’로 세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 대상을 ‘남녀 평신도’라 표기하고 있다. 남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이런 사례들을 일부의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러기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의 발언이 무겁게 다가온다.

 

의견서는 “‘전례 안에서의 시노달리타스 체험’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직까지 남성 위주로 전례 봉사자를 임명하는 관습이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 본당·교구에서 이뤄진 하느님 백성의 경청 모임을 통해 최종적으로 취합한 결과다.

 

본당 행사에서 모여서 음식을 만드는 여성 신자들.

 

 

결정은 남성의 일이고 음식은 여성의 일인가?

 

ㄱ본당 여성 사목회장 C씨는 지금까지 신앙생활을 해오며 가톨릭교회 안에 남녀 차별이 확연하다고 느껴왔다. 여성으로서 사목회장 자리에 올라갔지만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사목회장이 된 C씨가 회의를 주도하는 데는 늘 어려움이 따랐다. C씨는 “회의 때마다 남성 간부들이 사사건건 의견을 덧댔다”고 했다.

 

의견을 덧대는 것만이 아니었다. 남성 간부들은 사목회장인 C씨가 아니라 남성 부회장에게 최종적인 확인을 얻곤 했다. C씨는 “재정을 담당하는 남성 분과장에게 행사 예산 사용에 관련해 의견을 말해줬음에도 매번 남성 사목부회장에게 재차 확인하는 것이 언짢았다”고 말했다. C씨는 “입장 바꿔 생각하면 얼마나 기분 나쁜 일이냐”고 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결정하는 역할, 지도하는 역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본당에서 행사라도 열리면 여성들의 손이 분주해진다. 여성들은 한복을 입고 대기하고, 한복을 입고 음식을 나른다. 무더운 여름에도 겹겹이 입는 한복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앞에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반면 남성들이 한복을 입고 음식을 하는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신자 D씨는 “항상 남성들은 의전을 맡고, 음식을 하는 건 여성들인데 행사 다 끝나고 결국 고생했다는 말 듣는 건 남성”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D씨는 “한복 입는 건 차별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고 만연해서 여성들조차 그게 차별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각 교구가 제출한 세계주교시노드 교구 종합 의견서들에서도 C씨·D씨와 같은 여성들의 의견이 나타난다. 특히 의정부교구는 의견서를 통해 “본당에서 여성이 주로 일을 하고 남성이 보조하는 방식”을 비판하고 “자모회 명칭을 학부모회로 변경해 부모 모두의 동등한 참여를 권장하고, 성체 분배도 여성신자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원교구 의견서에는 “과거와 달리 사목회의 임원으로 선출되는 여성의 비율이 높아져 여성의 의사 결정 참여 기회가 증대됐지만, 아직도 본당 총회장의 남성 비율은 압도적”이라는 내용이 있다. 또 “본당 신자 비율상 여성이 우세하고 미사 참여 비율과 활동 비율도 여성이 높으나 중요 봉사직의 책임자는 여전히 남성인 경우가 많다”는 점과 “아직까지도 남녀가 교회 안에서 평등한 위치를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안동교구 의견서에는 “오래된 남성 중심의 문화로 인해 여성들이 자기 주도적 삶을 살지 못했다”면서 “현재 교구나 본당에서 여성들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하여 마련된 경청의 자리는 없거나 드물어 보인다”고 지적돼 있다.

 

이런 한국교회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는 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에도 반영됐다. 이 문서는 각 대륙의 문서들을 살피면서 “무시되고 배제당한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귀 기울이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여성들의 참여”에 대해 재고한다. 이 “여성들의 참여” 부분에 한국교회 종합 의견서의 문구가 직접 인용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교회 내 여성 참여를 더 이상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보편교회의 울림, 그 중심에 한국교회가 있는 것이다.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는 소외되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여성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활동 지원을 통해 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교회의 인식 전환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세계주교시노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 61항) [가톨릭신문, 2023년 4월 2일, 이승훈 · 이소영 · 염지유 기자]

 

 

[창간 96주년 특집 - 시노달리타스와 여성] 교회, 여성을 향하다


여성 참여 늘리는 보편교회와 달리 한국교회는 ‘제자리걸음’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1월 23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봉헌된 미사 중 독서직을 받은 평신도 여성에게 성경을 건네주고 있다. CNS 자료사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보편교회는 여성을 향해 눈을 돌리고, 교회 안에서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넓혀나가고 있다. 교황청을 중심으로 한 보편교회는 어떻게 여성의 참여를 늘리고 있을까, 한국교회는 보편교회와 발맞춰 나아가고 있을까.

 

 

여성의 참여를 넓혀가는 보편교회

 

올해 3월 ‘바티칸 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교황청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은 2013년 846명에서 현재 1165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재임한 10년 사이에 보편교회의 중추인 교황청에 여성의 참여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이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고위직 직원 수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교황은 2021년 교황청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차관에 알레산드라 스메릴리 수녀를 임명했다. 여성이 교황청 기구 차관에 임명된 것은 스메릴리 수녀가 처음이다. 또한 5명의 여성이 차관보로 일하고 있다. 이는 교황청 기구에서 각각 2급과 3급에 해당하는 고위직이다.

 

아직 여성 장관은 임명되지 않았지만, 첫 번째 여성 장관 탄생도 그리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2022년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에서 추기경과 대주교만이 수행할 수 있었던 장관직을 평신도도 맡을 수 있도록 했다. 평신도라 함은 남녀 평신도 모두에 해당한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한 인터뷰에서 가까운 시일에 첫 여성 장관을 임명하겠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여성의 전례 참여도 마찬가지다. 교황은 2021년 1월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를 통해 기존 ‘남성 평신도’에게만 허용됐던 독서직과 시종직 수여를 남녀 평신도 모두에게 열었다. 이는 단순히 봉사자로서 독서자나 복사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공적 직무’를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교황청의 변화에는 한국 여성들도 함께하고 있다. 교황청 성직자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혜윤 수녀(미리내 성모 성심 수녀회)는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 이후 교황청에 증가한 여성 직원 중 한 사람이다. 교황이 처음으로 독서직을 수여한 6명의 여성 중에는 교황청립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유학 중인 김나영(심포로사)씨도 있었다.

 

 

제자리걸음하는 한국교회

 

반면 한국교회는 보편교회에 비해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 보인다. 최근 10년 간 교황청을 중심으로 여성 참여가 획기적으로 증진되고 있는 상황이나, 한국사회의 여성 참여가 증가한 것에 비교해보면 오히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인상조차 받는다.

 

교황청 기구 장관·차관은 교구청으로 치면 국장·부국장, 위원장·부위원장에 비견할 수 있는 직책이다. 한국교회에서는 현재 교구 직속 국·위원회의 책임자는 모두 남성이다. 그나마 제주교구가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을 평신도로 임명하면서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 밖의 모든 국·위원회의 책임자는 주교·신부가 도맡고 있는 실정이다. 추기경·대주교만 맡던 장관직을 평신도 여성에게도 열어놓은 교황청과는 대조적이다.

 

앞서(8면) 살핀 것처럼 본당 실정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사목위원 중 여성 비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총회장 등 본당사목 의사결정에 크게 개입하는 직책에는 여성이 드물다. 오히려 성모회·자모회 등 여성에게 ‘주부’, ‘보조자’의 역할을 요구하는 모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마찬가지로 전례에서도 여성의 참여는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독서직과 시종직을 허용한 보편교회의 추세와 달리 한국교회는 본지 취재(8면)의 사례에서처럼 비정규 성체분배권에도 여성 참여가 극히 드물고 독서·복사 등의 봉사에서도 다소 제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여성분과가 2021년 여성 신자 19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조사’는 이런 실태를 여성들이 피부로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조사에서는 ‘한국교회에서 여성 신자들이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은 ‘전업주부를 주요 대상으로 진행되는 신앙활동’(40.4%)에 대한 문제의식이었고, 그 다음은 ‘주방일, 보조적 역할 등 고정된 성 역할 요구’(33.6%), ‘가부장적, 남성 위주의 교회문화와 정서’(25.2%)에 대한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교회 안에서 여성들이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는 소외되는 현실”이라는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한국교회 종합의견서의 내용과 상통하는 맥락이다. 한국교회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담은 이 의견은 교황청 세계주교시노드 사무처에서 제출한 대륙별 단계 작업문서에도 그대로 인용됐다.

 

3월 26일 서울 연희동본당 청년미사에서 여성 청년 복사들이 전례 봉사를 하고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

 

전문가들은 한국교회에서 여성의 참여가 확대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조선시대부터 이어져온 유교적 가장제가 남성인 성직자가 중심이 되는 교계제도와 뒤섞인 것을 들고 있다.

 

가부장적인 문화는 농경이 중심이었던 많은 문화권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세계주교시노드를 통해 제출된 세계 각국의 의견서에서도 각기 양상은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 여성이 겪는 불평등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 보편교회의 상황 안에서 교황이 교회 안 여성 참여를 획기적으로 넓힌 것이다.

 

이 변화가 그저 프란치스코 교황 개인의 성향이나 독단에서 온 것은 아니다. 교황은 자의교서 「주님의 성령」 반포와 함께 당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에게 보낸 서한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이어온 쇄신의 지평 안에서, 교회 내 세례받은 모든 이의 공동책임, 특히 평신도의 사명을 재발견하는 것이 오늘날 더욱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교회 내 평신도, 그 중에서도 여성의 참여 확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현이라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사목헌장」에서 “마땅히 여성들은 고유한 특성에 따라 자기 역할을 완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60항)고 역설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평신도 교령」에서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여성들이 더욱더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오늘날, 교회의 여러 사도직 분야에도 더 폭넓은 여성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9항)고 선언하고 있다.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1차 의안집 편집위원으로 활동한 최현순 교수(데레사·서강대 전인대학원)는 “세계주교시노드 의견서들을 보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교회 안에서 여성이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님의 행보에서 평신도, 그중에서도 여성이 부각되는 것은 공의회가 지향하는 ‘하느님 백성의 교회’의 연장선”이라면서 “공의회 정신을 실현하는 교황님의 모습에서 한국교회도 배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신문, 2023년 4월 2일, 이승훈 기자]

 

 

[창간 96주년 특집 - 시노달리타스와 여성] 교회 안의 성차별’ 주제 좌담회


더디지만 변화하는 교회, 성평등 의식에 대한 공감이 먼저

 

 

- 3월 23일 본지 서울본사에서 진행된 ‘시노달리타스와 여성-누구도 배제되지 않았다’ 좌담에서 패널들이 한국교회와 여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박정우 신부,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박은미 대표, 우리신학연구소 이미영 소장, 춘천교구 여성연합회 박기남 부회장. 사진 최용택 기자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교회 종합의견서」와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는 교회 안에 성차별이 퍼져 있고 교회의 중요한 직무에서 여성이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들이 세례받은 하느님 백성으로서 남성과 동등한 품위를 갖고 교회의 삶에서 더욱 충만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본지는 창간 96주년을 맞아 커버스토리 ‘시노달리타스와 여성-누구도 배제되지 않았다’를 기획하며 이에 대한 교계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좌담을 통해 들어봤다.

 

- 일시: 2023년 3월 23일 오전 10시

- 장소: 서울 중곡동 가톨릭신문사 서울본사

- 진행: 박영호(안드레아) 편집국장

 

 

차별은 존재할까

 

- 박영호 편집국장(이하 박 국장): 각국의 시노드 종합의견서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것이 교회 안의 여성 차별 현상이다.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닌 해묵은 과제다. 우리 교회 안에도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보는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 이미영 소장(이하 이 소장): 2021년 ‘의정부교구 여성 신자에 관한 실태 및 의식조사’를 통해 여성 신자들의 활동 내역을 파악했다. 각 본당에서 많으면 50%까지도 여성 사목위원이 활동하고 있었다. 여성 사목위원은 과거에 비해 많아졌으나 여성 사목회장은 여전히 찾아보기가 어렵다. 본당 신부와 수녀 관계에서도 수녀는 신부가 지시하는 영역 안에서만 활동하는 위계적 구조가 보인다. 역할 차이가 아니라 남성인 사제가 여성인 수도자에게 지시하고 상하관계처럼 느껴지는 것도 하나의 차별 아니겠나.

 

▲ 박은미 대표(이하 박 대표): 사목회나 구역반장 등 직책을 맡은 분들은 크고 작은 차별을 느낄 것이다. 본당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 가운데 70~80%가 여성이지만 사목회 주요 의사결정은 본당 사제와 사목회장 등 남성이 한다.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의 참여는 보장되지 않고, 여성들은 결정된 일을 묵묵히 따를 뿐이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이 차별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불편해하니 차별을 인지하면서도 그저 순명하며 활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 박정우 신부(이하 박 신부): 20년 전만 해도 교회 안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본당 의사결정 과정에 여성 단체장이나 구역장의 목소리가 크다. 무엇보다 성차별 문제는 일반화할 수 없다. 시대와 장소에 따라, 본당에서 만났던 신부와 수녀의 의식이 어떠하냐에 따라 신자들 각자 체험이 다를 것이다. 따라서 현재 교회에서 누군가가 성차별을 느낀다면 교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성평등 의식이 부족한 어떤 개인의 태도 문제로 봐야 한다. 적어도 본당 안에 조직적이고 제도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본다. 성사 생활과 단체 활동에도 성차별은 없고 오히려 신심 단체 활동은 여성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박정우(후고) 신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여성의 입을 막는 교회 분위기

 

- 박 국장: 주위 여성 신자들에게 교회 내 성차별 문제를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는 반응도 많다. 교회 내 여성 성차별 문제에 대해서 정작 여성 신자들의 날카로운 인식과 문제제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듯하다. 이유가 무엇일까.

 

▲ 박기남 부회장(이하 박 부회장): 현재 교회는 60대 이상 여성들이 활동의 중심축이다. 이미 교회의 여성 차별적 문화와 성 역할에 따른 활동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대라 문제의식이 희미한 경우가 많다. 문제의식이 있다 해도 ‘어차피 말해도 변화는 없고 나만 희생된다’는 피로감이 ‘잘 모르겠다’의 반응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잘 모르겠다’는 ‘없다’가 아니다. ‘있다’고 대답했을 때 돌아올 비난도 침묵의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 이 소장: 20~30대 젊은 세대는 차별을 민감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를 교회 안에서 나누지는 않는다. 젊은 세대는 대화를 나누기에 안전한 공간이라고 여기면 자신의 체험을 털어놓지만, 말을 꺼냈다가 자신이 불편해질 상황이면 입을 다물거나 다른 안전한 공간을 찾아 떠나가 버린다. 강론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듣거나 성당 활동 중에 성차별적 일을 겪어도 표출하지 않고 덮기 때문에 가시적으로는 불편한 사람들이 안 보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교회가 성차별을 이야기하기에 안전하고 열린 공간인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 박 대표: 자신이 차별받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받는 차별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도 있다. 사회교리에서 줄곧 ‘공동선’, ‘인권’, ‘연대’ 등의 개념을 이야기해도 머리로만 이해할 뿐 실천적인 태도로는 드러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 많은 사제가 ‘자신이 맡은 일을 말없이 고분고분 잘 해내는 여성 봉사자’를 좋게 본다. 사제의 이런 보수적인 태도가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게 막는 분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성차별 느끼게 하는 가부장적 문화

 

- 박 국장: 교회 내 성차별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을 것이다. 성차별을 고착화한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박 신부: 성경에도 가부장적 내용이 많고, 교회 봉사직에도 여성을 배제하는 차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도 가부장적인 유교 문화와 맞물려 교회 안에서 남성들이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여성들은 허드렛일을 맡는 등 성차별 요소가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에 미국에서 여성신학이 등장하면서 교회 내 남성 우월적 관행이 지적됐고 교회도 이 문제를 개선해 왔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부터 여성 복사가 허용되고, 사목회에 참여하는 여성 수가 많아지며 여성 사목회장도 등장했다. 교회가 여성을 사제직에서 배제하는 것을 차별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교회는 이를 차별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에게 다르게 주어진 소명으로 본다.

 

▲ 박 대표: 여성이 교회에서 대표직을 맡으면 남성이 우습게보거나 좋은 일을 한다는 명분 아래 여성에게 억압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본당의 경우, 여성 신자들이 같이 뜻을 모은 사안에 대해 사제가 결정을 뒤엎고 단독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경우도 많다. 본당 최고결정권자인 남성 사제들이 위계적이고 가부장적이니 성차별이 고착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은미(헬레나) 대표/ 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전 주교회의 여성소위원회 총무. 사진 최용택 기자

 

 

보편교회 개혁이 우리 현실에 뿌리내려야

 

- 박 국장: 전례 거행에서도 성차별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성이 독서직과 시종직 등 전례 직무를 동등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2021년 교회법을 개정했다. 교황청 고위직에 평신도, 특히 여성을 임명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교황의 이러한 개혁적 조치들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 이 소장: 여성의 다양한 전례 직무 참여는 교회 구성원들에게 각각에 맞는 은사를 가지고 함께하자는 기쁜 초대로 보인다. 여성들의 직무 참여를 늘리는 여러 개혁적 시도는 고무적이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보장되더라도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있을까. 우리 한국교회에서 여성 평신도가 교회의 고위직을 맡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평신도 여성들이 교황청에서 고위 직무를 맡듯이, 주교회의 위원회와 부서의 주요 책임을 평신도 여성에게 맡기는 것이 가시화된다면 우리에게도 개혁의 실질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다.

 

▲ 박 부회장: 여성들이 교회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늘 제약이 따른다. 남성의 영역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는 더욱 힘들다. 조금씩 변화하고는 있다지만 여전히 더디다. 한국교회의 지도부에 있는 분들이 교회 내 성평등 실현에 관심이 적거나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교황청의 개혁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교회의 변화에 대해서는 특별히 들은 바가 없어 아쉽다.

 

 

여성이 사제가 되면 성직주의가 사라질까?

 

- 박 국장: 교회 내 여성 차별 문제를 논의할 때, 사제들의 권위적 태도와 가부장적 의식이 항상 함께 지적된다. 사제 중심적 교회 운영은 어떻게 인식해야 할까.

 

▲ 이 소장: 사제 중심적 교회 운영과 항상 짝을 이뤄 언급되는 것이 평신도들의 무관심과 의존적 태도다. 사제들이 협력하려고 해도 나서는 신자가 없거나 서로 협력해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양성돼 있지 않다면 사제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다. 여성 부제나 사제가 나온다 한들 협력적인 문화가 기반이 되지 않으면 직분의 성별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사제 중심적 교회 운영은 여성 차별에 관한 문제라기보다는 공동 협력하는 시노드 교회를 향한 노력과 더 맞닿아 있다고 본다.

 

▲ 박 신부: 성직주의는 개인의 인격적 성숙과 소통 능력에 달려 있다. 사제의 소통 능력과 인격에 따라 공동체 안에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 복음적이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룰 수도 있다. 사제가 미성숙하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면 성직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조직의 지도자가 여성이라도 소통 능력이 부족하고 권위적이면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수녀의 권위적 태도 탓에 구성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공동체도 있지 않나. 여성이 사제가 된다고 성직주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그 여성 개인의 인격에 따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영(발비나) 소장/ 우리신학연구소. 사진 최용택 기자

 

 

교회가 여성 리더 양성에 적극 나서야

 

- 박 국장: 교회의 미래를 위한 여성 평신도 양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교회가 개선해야 할 것은 무엇이고, 어떤 사목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까.

 

▲ 박 신부: 여성이 교회 안에서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교회가 발전한다. 현재 평신도 여성들은 각개전투식으로 스스로 공부하고, 교회 안에서 알아서 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신학생을 양성하는 것처럼, 교회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여성들을 위해 교회가 조직적으로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장학금을 조성하며 공부를 도와야 한다. 교회를 사랑하고 교회 안에서 봉사하고 싶은 여성들이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 이 소장: 신학을 배우는 여성 청년들이 늘고 유학을 가는 이들도 있다. 돌아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아무런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도 하느님만 바라보며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활동할 여지를 열어주는 것이 교회가 할 수 있는 사목적 노력 아닐까. 여성들이 자신의 탈렌트를 충분히 나눌 수 있도록 교회가 적극적으로 초대해 주길 바란다.

 

▲ 박 대표: 한국교회는 규모가 큰데도 여성 문제나 여성 이슈를 논의할 연구소가 없다. 어떤 형식으로든 여성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갈 조직이 필요하다. 연구소에서 일할 여성들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활동도 지원해야 한다.

 

 

여성들도 인식 타파해야

 

- 박 국장: 성평등 실현을 위해 여성 신자들의 노력과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성 신자들이 어떻게 스스로 불평등한 현실을 자각하고 불합리한 구조와 관행을 개선할 수 있을까.

 

▲ 박 부회장: 교회 안에 여성들 간 갈등도 있다. 자모회의 경우, ‘취업주부와 전업주부 중 누가 일을 할 건가?’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한다. 남성과 여성도 협업이 안 되는데, 여성 안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잘라내는 구조가 보일 때가 있다. 고령 신자들이 나서서 가부장제를 옹호하기도 한다. 또 본인들이 과거에 봉사했던 만큼, 오늘날 젊은 여성 신자들도 똑같이 하기를 바라며 지탄하는 것도 큰 문제다. 기성세대 여성들에 대한 교육과 세대 간 소통도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 박 신부: 교회 안에 여성 신자에 대한 불합리한 구조와 관행이 있다면 여성들 스스로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또 성체분배자의 경우, 한국교회에서도 여성이 성체 분배를 한다고 하면 오히려 여성들 중에서도 반기지 않는 이들이 있다고 본다. 신자들 스스로 차별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교회법적으로 허용된 사안에 대해서는 교회 구성원들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박기남(크리스티나) 부회장/ 춘천교구 여성연합회. 사진 최용택 기자

 

 

모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 박 국장: 이런 논의가 이번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이고 더 깊이 있는 담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여성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교회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 이 소장: 여성만 좋은 교회가 되자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이 어우러지며 신앙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려고 이 주제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만약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왜 느끼지 못하는지,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원인을 면밀하게 실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교회가 나서서 바꿀 수 있는 것이라면 이들이 기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문화를 바꾸려고 노력해야 한다.

 

▲ 박 부회장: 사제·수도자·평신도는 역할이 다를 뿐 모두 연결돼 있다. 시노드 정신으로 교회의 성차별 문제를 함께 진단하고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교회 내에 성평등 문화 추진위원회 같은 조직 체계도 필요하겠다. 자모회 명칭을 학부모회로 바꾸고 여성들에게만 맡겨진 부담을 남성과 나눌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 것도 성평등 문화 실현의 출발점이 된다고 본다. 변화는 새로운 세대들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젊은 여성 지도자들도 육성해야 한다.

 

▲ 박 대표: 성차별이나 성평등 문제를 더 크게 아우를 수 있기 위해 본당 신자들이 사회교리를 배울 수 있도록 독려하면 좋겠다. 실제로 사회교리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고, 사회교리를 배운다고 하면 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본다. 교회는 인권, 연대, 공동선을 강조하는데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게 하려면 신자들도 사회교리를 접하고 더 깊게 배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성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더 넓게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 박 신부: 여성뿐 아니라 모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평신도·사제·수도자 간 소통과 공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세대 간·남녀 간 성평등 의식의 차이를 좁혀가는 교육도 필요하다. 성차별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인격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남녀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사제가 남자여서 문제가 아니라, 여성인 수녀에게도 상처를 받아 교회를 떠날 수도 있다. 교회 구성원 모두 서로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며 경청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가톨릭신문, 2023년 4월 2일, 정리 염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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