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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신앙으로 현대문화읽기: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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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12 ㅣ No.756

[신앙으로 현대 문화 읽기]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


가난한 이의 벗, 극빈자의 어머니



영화 ‘마더 데레사의 편지’ 한 장면.


2014년 교황 방한에 때맞추어 <마더 데레사의 편지>(The Letters, 윌리엄 리에드 감독, 극영화/인물영화, 미국, 2013년, 120분)가 개봉했다.

영화는 로레토 수도회 소속의 데레사 수녀(줄리엣 스티븐슨)가 인도 콜카타의 성 마리아 여학교에서 가르치던 때부터 시작한다. 수녀님은 그 학교에서 2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지리를 가르치고 있었다. 수녀님이 예수 체험을 한 1943년의 콜카타는 빈민들이 득실거리는 도시였다. 먹고 살 게 없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들었기 때문이고, 거기다가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 사이의 반목이 심해 거리에서는 매일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녀님은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거리로 나갈 결심을 한다.

언뜻 거리에 나가 사람들을 돕겠다는 데 말릴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지만 교회와 수도원장의 견해는 달랐다. 수녀님은 이미 로레토 수도회에서 평생을 살기로 종신서원을 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일단 종신서원까지 한 수도회를 나와 또 하나의 수도회를 차린다는 것은 교회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속세로 돌아와 빈자들과 함께하는 재속수도회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로레토 수도회의 원장과 콜카타 대주교의 허락이 있어야 할뿐 아니라 교황청의 승인까지 얻어야 했다. 데레사 수녀님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1950년에 드디어 ‘사랑의 선교회’라는 재속 수도회를 창설하기에 이른다.

학교를 박차고 나와 콜카타의 빈민가로 향하는 수녀님의 씩씩한 발걸음과 달리 그곳 사람들은 가톨릭 선교를 하러 왔다는 오해를 해 수녀님을 배척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 부부는 수녀님의 일을 집요하게 방해한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던 수녀님의 소식이 전해지자 제자들이 동참하고 의료사업에 필요한 건물이 수소문되면서 차츰차츰 사람들 인심을 얻어나간다. 그리고 수녀님을 괴롭혔던 부부의 집에 들러 거꾸로 서 있는 아기의 출산을 도와 새 생명이 탄생한다. 돌아가는 수녀님 뒤로 아기의 아버지가 쫓아오고 그는 마침내 수녀님의 발에 키스 한다. 그때 떼제 성가인 ‘나와 함께 있으라’가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로 배경을 장식한다.

Bleibet hier und wachet mit mir, 여기 나와 함께 깨어 있으라.
Wachet und betet, 깨어 기도를 하라.
Wachet und betet, 깨어 기도를 하라.

감동적이었다는 말 외에는 딱히 이 영화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조국 알바니아를 떠나 인도까지 와서 죽어가는 가난한 이웃의 임종을 지킨 분. 마지막 순간까지 외롭지 않게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도운 분. 인종과 국적, 성별과 종교, 부자와 가난한 자, 온갖 차이를 넘어 가난한 자들의 어머니가 된 마더 데레사. <마더 데레사의 편지>는 2014년 가톨릭 영화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
박태식 신부는 서강대 영문과와 종교학과 대학원을 졸업 후 독일 괴팅엔대에서 신학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가톨릭신문, 2014년 10월 12일, 
박태식 신부(영화평론가, 성공회 장애인센터 ‘함께사는세상’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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