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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목]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개막: 주요 내용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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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10-12 ㅣ No.755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 개막 - 주요 내용과 의미


교회, 열린 마음으로 세속화된 가정과 생명 문제 다뤄



5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 제3차 임시총회 개막미사 전경. 이번 총회는 19일까지 약 2주 동안 이어진다. 가정, 혼인과 성(性) 문제에 대해 전 세계 교회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이는 자리다. [CNS]


5일 개막해 19일까지 약 2주 동안 계속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3차 임시총회는 가정, 혼인과 성(性) 문제에 대해서 전 세계 교회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토론을 벌이는 자리이다.

현재 이번 총회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이다. 교회법에 의하면 이혼 후 재혼한 신자들은 관면이 없으면 영성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독일의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이들에 대한 영성체 허용을 제안했으나 교황청의 최고위 성직자들 중에서는 이러한 입장에 강경한 반대의 입장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교황은 이에 대한 사목적 대응에서 자비의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 영성체 허용의 가능성도 엿보이게 하고 있다. 어떤 변화든 결국 최종적 결정을 하게 될 교황은, 비록 명확하게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2월 추기경 회의에서 카스퍼 추기경으로 하여금 이러한 제안을 하도록 초대한 바 있다.

교황은 4일 이러한 오늘날의 상황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든 사목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대인들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걱정을 알아야 하고 그런 점에서 우리는 가정에 대한 기쁜 소식을 신뢰있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찌 됐든, 이번 임시총회는 몇 가지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가정과 가정 생활의 광범위한 사목 영역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제3차 임시총회 특징

이번 임시총회는 그 밖에도 몇 가지 면에서 다른 총회들과는 다르다.

첫째, 정기총회가 대개 3주 가량 열리는데 비해 이번 총회는 5일부터 19일까지 2주 동안 진행된다. 이는 임시총회이기 때문이기도 한데, 사실상 제2차 바티칸공의회 폐막 후 주교대의원회의가 처음 시작된 이래 임시총회는 이번 총회를 포함해 3번 밖에 개최되지 않았다. 1969년 첫 임시총회는 무려 48일 동안 열렸지만 1985년 2차 임시총회는 이번 3차 총회와 똑같이 보름간 열렸다.

둘째, 이번 총회가 갖는 가장 큰 특성은 내년에 있을 정기총회의 사전 회의 격이라는 점이다. 교황은 지난해 10월에 임시총회 소집을 발표했고, 임시총회의 주제를 2015년 정기총회로 이어갈 것을 밝혔다. 즉, 2014년 임시총회는 무엇보다 사목현장의 가감없는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를 바탕으로 2015년 정기총회에서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가정과 가정사목의 방향성과 대안들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교황은 지난해 11월 임시총회 예비문서를 발표하는 동시에 지역교회에 설문조사를 요청했고, 그 응답들을 이번 임시총회 의제의 바탕으로 삼았다.

셋째, 내용적인 면에서 이번 총회는 가정과 가정사목, 그리고 성과 생명에 대한 교회의 교리적 입장을 우선시하지 않는 열린 자세를 견지한다. 따라서 교리적 입장에 따른 판단은 이번 총회의 몫이 아니다. 주교회의 산하 한국가톨릭연구소(소장 강우일 주교)는 이번 임시총회 예비문서와 의안집에 대해 “교회가 자비(mercy)의 마음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정들을 돌봐야 한다는 관점이 잘 드러난 문서”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교황은 오늘날 가정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이해하며, 너그러우면서도 창조적으로 그 고통스러운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사목적 방안을 발견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 과제는 현재 교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라고 인식하고 있다.

넷째, 가정의 현실에 대한 열린 이해와 ‘자비’의 강조는 자연스럽게 몇 가지 대단히 첨예한 가정 및 생명윤리에 관한 논란들을 제기한다. 이번 총회를 앞두고 교회의 가르침과 다른 형태의 ‘가정’과 ‘가정생활’에 대해서, 서로 상이한 입장들이 나타났다. 주요한 이슈들에는 동거, 사실혼, 피임, 낙태, 미혼 부모, 이혼 후 재혼 부부의 성사생활 문제, 혼인 소송의 간소화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이혼 후 재혼 부부의 영성체 허용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서구사회 중심으로 제기되는 몇 가지 첨예한 이슈들이 이번 총회 의제의 전부는 아니다.


■ 어떤 주제들이 다뤄지나?

이혼 부부의 영성체 문제 등 세간의 관심을 끄는 첨예한 이슈들이 있지만 그것들이 전부는 아니다.

총회 참석 교부들 중 절반 이상, 즉 투표권을 가진 참석자 191명 중에서 무려 106명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등 비서구 지역 출신이다. 따라서 논의될 주제가 주로 세속화된 서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동거, 피임, 동성애, 이혼 후 재혼 등의 문제에만 국한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오늘날 가정사목 현장의 상황은 매우 다양하다. 즉, 10대 소녀와 60대 노인의 강제 결혼이 다반사인 아프리카, 특히 20~24세의 여성 중 70%가 15세 이전에 결혼하는 나이지리아나 차드의 가정 상황은 서구교회의 가정사목 환경과는 다르다. 일부다처제가 자연스럽고, 남자 아이를 못 낳는다고 부인을 버리는 일이 자연스러운 나라에서 ‘자연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유럽과 북미 등 서구교회 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30여 년 동안 가정의 현실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교회에서 혼인성사를 하는 사람은 줄었고, 혼전 동거가 전혀 특이한 상황이 아니며, 동성애 커플이 사회적으로 용인된다. 이혼 후 재혼한 부부의 영성체 문제는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가정사목의 지평에서 일부에 불과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따라서 이번 총회에서는 자유롭고 실제적인 논쟁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교황은 결코 미리 염두에 둔 어떤 특정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 같지는 않다. 근본적으로 주교대의원회의는 전당대회나 주주총회와는 달리, ‘함께 걸어가며’, 서로를 인도하고 하느님과 성령에 귀를 기울이는 회의이다.

다만 교황은 한 가지에 있어서는 분명한 의지를 보였다. 하느님의 ‘자비’라는 측면이다. 즉, “교회는 아버지의 집이며 항상 활짝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황은 아버지의 집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방이 있고, 총회를 통해 드러날 하느님 백성들의 상처와 실제 경험, 문제들에 대해서 완전히 열린 마음으로 토론에 임해줄 것을 교부들에게 요청하고 있다.


■ 어떻게 진행되나?

5~19일까지 약 2주 동안 진행되는 임시총회에는 총 253명이 참석하며, 그 중에서 191명이 투표권을 가진 참석자들이다.

총회의 첫 번째 한 주간은 참석한 교부들이 돌아가면서 각 지역교회에서의 체험과 사목 현황을 발표한다. 이 발표들은 ‘토론 보고서’(Relatio Post Disceptationem)로 정리되어 두 번째 주간 동안 이뤄지는 그룹 토의의 기초 자료가 된다.

개별 발표와 그룹 토의를 거쳐 참석자들은 최종 문서를 작성한다. 투표권을 지닌 191명의 대의원들은 폐막 전날인 18일, 찬반 투표를 통해 ‘최종 문서’(Relatio Synodi)를 확정하며, 이 문서를 통과시킴으로써 주교대의원회의의 작업은 마무리된다. 문서 작성은 교황청 문화평의회 의장 지안프랑코 라바시 추기경이 맡는다.

그런데, 이 ‘최종 문서’는 일반적으로 주교대의원회의가 끝나고 교황에게 회의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제출하는, 다양한 ‘건의들’을 담은 건의안과 달리 하나의 메시지 형태로 작성된다.

이 문서는 교황에게 제출되며, 짤막한 질문서가 첨부되어 각 지역교회 주교회의에도 전달된다. 그리고 이 질문서를 바탕으로 지역교회들은 다시 한 번 가정과 가정사목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교황청에 제출한다. 최종문서, 그리고 각 지역교회에서 수합된 응답들을 바탕으로 보편교회는 2015년 다시 로마에 모여 주교대의원회의 정기총회를 개최하게 된다.

[가톨릭신문, 2014년 10월 12일, 박
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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