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
(홍)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하늘에 오르신 마리아, 하늘에 오른 인간의 존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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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4-09-20 ㅣ No.278

[레지오의 영성] 하늘에 오르신 마리아, 하늘에 오른 인간의 존엄성



한 여름 8월 한 복판에서 우리는 성모승천 대축일을 지낸다. 교회는 구원의 기쁜 소식인 계시가 전달되는 양식으로 하느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과 더불어 사도들로부터 유래하는 성전(聖傳)의 두 방식이 있다고 가르친다. 우리가 기념하는 성모님의 승천은 성경이 아니라 성전에 근거한다.

전승에 의하면 예수님 승천 후에 성모 마리아는 소아시아(터키)의 에페소 지방에서 요한 사도와 함께 사셨다고 한다. 성모 마리아의 소망은 단 한가지로, 천국에서 당신 아들 예수를 다시 뵙는 것이었으리라. 성모 마리아는 이곳에서 사시다가 연로하시어 세상을 떠나셨다고 전해진다. 마리아가 임종할 당시에 공교롭게도 부활하신 예수께서 처음 제자들에게 나타나실 때와 같이 토마스 사도를 뺀 다른 모든 사도들이 모여 성모님의 임종을 지켜보았으며, 돌아가신 후에는 무덤에 안치했다고 한다.

그런데 3일이 지난 후 마리아의 임종 소식을 들은 토마스 사도가 급히 돌아와서, 성모 마리아께 마지막 인사를 드리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성모님의 무덤을 열어 보았더니 유해는 없었고 수의만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목격한 사도들은 마리아께서 돌아가신 지 3일 만에 부활하여 아드님처럼 하늘에 오르셨다고 믿고, 이 영광을 마리아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를 찬양하면서 이를 선포하기 시작하였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성모승천 대축일’은 성모 마리아께서 지상에서의 삶을 마치신 후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에 의해 하늘에 올려짐을 받았다는 의미의 ‘성모몽소승천(聖母蒙召昇天) 대축일’ 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러한 전승을 바탕으로 지속되던 신심을 1950년 11월1일 교황 비오 12세가 마리아가 죽은 후 하늘에 올림을 받았다는 교리를 믿어야 할 신앙 교의로 선포하였다.


예수님의 신비에 참여하신 성모님

역사적 사실성을 떠나 신앙의 차원에서 성모 승천을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늘에 불림 받으신 성모님의 삶을 돌아보자. 갈릴레아 지방 나자렛의 시골 처녀, 하늘의 신비를 깨닫기 어려웠던 어린 나이에 미혼의 여성으로 임신을 하였고, 아기예수를 안고 헤로데의 칼날을 피해 피난길에서는 외국인 노동자였다. 아기를 성전에 봉헌하고 시므온 예언자로부터 가슴을 찌르는 아픔을 예고 받았고, 예언대로 어린 예수를 성전에서 잃고 3일간 애태웠고, 공생활 기간에는 아들 예수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마음만 졸이다가, 아들이 십자가에서 처형되는 장면을 목격하며 애통해 했고, 아들의 시체를 품에 안고는 아마 넋이 나가셨을 것이다. 그 후로 아들의 제자들을 돌보며 여생을 지내신 분이시다.

인간적으로 보면 마리아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의 여인이다. 이 분께서 어떻게 하늘로 오르셨을까? 성모 마리아는 수태의 순간부터 아들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예수님의 신비에 참여하신 분이셨다. 지상에서 예수님과 함께 하신 삶의 결과, 죽으시고 부활하여 승천하신 예수님처럼 성모님도 죽으시고 승천하셨을 것이라는 믿음은 당연한 신앙의 결론이다(聖傳).

그렇게 아들 예수님과 함께 하신 마음 바탕에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 하신 말씀에의 순명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로써 “모든 여자들 가운데 가장 복되신 분”이 되신 것이다. 가장 복되신 분 성모님은 그 복됨을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한 봉사와 섬김으로 드러내신다. 즉 주님의 종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신 마리아의 믿음은 바로 예수님이 가신 길인 섬김의 길이었다.

예수님의 탄생 이전에는 엘리사벳을 찾아 이웃을 섬기고, 예수님 살아생전에는 아들을 섬기시다가, 예수께서 지상을 떠나신 후에는 그 제자들을 섬기시고, 하늘에 오르시어 아들 예수를 따르는 모든 이의 어머니로서 이 세상 모든 자녀들을 섬기신다. 파티마나 루르드 등 여러 차례의 발현에서 드러났듯이 지금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시다. 그래서 우리의 어머니시고, 그렇게 하늘에 오르셔야 했다.

아울러 미천한 여인 마리아가 하늘의 영광중에 불려 올림을 받은 것은 인생의 의미를 현세에서만 찾으려는 인간의 시도가 얼마나 헛된 것인지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현세에만 삶의 의미를 두지 않고 말씀을 받아들여 예수님의 신비에 참여하며 성모님처럼 살아가는 이들은 미래에 당신처럼 하늘에 오르리라는 보증이라고 할 수 있다.


성모님의 찬미가는 희망과 신앙을 노래해

레지오 단원들이 매일 바치는 까떼나의 말씀을 다시 돌아보자.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사건이 그 배경이다. 성모님의 방문을 받고 엘리사벳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라고 인사한다. 마리아와 엘리사벳 두 여인의 만남은 기쁨과 축복과 찬미의 만남이었다. 이어서 까떼나에 해당하는 ‘마리아의 노래’가 선포된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의 찬미가는 하느님의 자비가 우리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는 희망과 신앙을 노래한다. 사방에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치며 배신과 실패의 상처로 절망하는 힘든 세상이다. 일상을 가득 채우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실직하고, 병들고, 죽고, 싸우고, 불목하고, 외롭고, 우울하고, 자살하고… 이때야말로 성모님의 찬미가를 부르며 희망을 새로 할 때다.

“러시아 철도국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이 실수로 냉동 화차 속에 갇히고 말았다. 아무리 빠져 나가려고 해도 나갈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질러도, 문을 힘껏 두드려 보아도 모두 헛일이었다. 이제 희망이란 누군가 우연히 냉동 화차의 문을 열어 주는 것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람은 희망을 버리고 자포자기의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드디어 몸이 저려 오기 시작했다. 그는 다가오는 죽음을 앞두고 자기의 상태를 화차의 벽에다 기록해 나갔다. ‘몸이 점점 차가워진다. 춥다. 그러나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몸이 얼어옴을 느낀다. 생각이 몽롱해 진다.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제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른 직원이 화차의 문을 열었을 때 그는 이미 싸늘하게 식은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 냉동 화차는 오래 전부터 고장이 나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냉동 화차의 실내 온도는 화씨56도(섭씨13도)에 불과했으며 실내 공기도 충분했다고 한다.”

절망이 사람을 죽인다. 반대로 희망이 우리를 살릴 것이다. 성모님의 희망과 신앙이 우리의 희망과 신앙이 되도록 노래하자. 지금 아무리 살기가 힘들고 늙고 병들어 어려움이 많더라도 우리의 비천함을 하느님이 굽어보시고 당신 팔로 권능을 펼치신다는 희망과 기쁨을 가지고 성모님의 뒤를 따르자. 성모님이 하느님 품 안에서 생애를 마쳤듯, 우리도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완성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결국 성모승천대축일은 우리를 위한 축일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두워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돌보시고 하느님 곁에 오르게 초대하신 축일이고, 그 초대에 주님을 찬송하는 기쁨의 축일이다. 그 기쁨에 감사를 담아 노래하자.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2년 8월호,
남궁민 루카(신부, 원주 주교좌 원동성당 주임, 원주 Re. 담당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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