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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부산 가톨릭 합창단 정기연주회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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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ave] 쪽지 캡슐

2001-12-08 ㅣ No.532

부산 가톨릭 합창단의 정기 연주회를 보고..

 

가톨릭 전례력에서 새 해의 첫 날이자 주일이었던 지난 12월 2일(일) 오후 7시, 부산 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부산 교구의 정통 성음악 지킴이로 오랜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부산 가톨릭 합창단(지도신부:김승주)이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대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에게 가톨릭 교회 성음악을 직접 접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 말 그대로 성대한 연주회가 있었다.

 

연주회 프로그램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는데 제 1부에서는 성탄성가와 다성음악, 해금독주, 여성합창, 한국민요들을 연주했고, 제 2부에서는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베버(Weber)의 축제 미사곡(Jubel Messe), 백조의 호수(차이코프스키), 경기병 서곡(쥬페) 그리고 마지막 순서로 이문근 신부님의 감사 찬미가(Te Deum)등이 연주되었다.

 

부산 가톨릭 합창단을 앞에서 교구의 정통 성음악 지킴이로 표현함으로써 정통성을 강조한 까닭은 1982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일반 합창단과는 달리 가톨릭 성음악 위주의 프로그램을 고집하며 마련했던 수 많은 성음악 연주회라는 경력과 창단 당시 열악했던 가톨릭 성음악에 대한 분위기(이는 비단 부산뿐만이 아니었겠지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이번 연주회를 통해 다시한번 절감했기 때문이다.

 

매 곡이 끝날 때마다 청중들의 높은 호응도는 마치 이탈리아의 그 유명한 테너 가수 파바롯띠의 연주회 이상의 뜨꺼운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연주회에서 무대와 청중간의 일치감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번 부산 가톨릭 합창단의 연주솜씨와 무대연출은 한마디로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가히 프로의 세계를 경험케 해 주었다. 특히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는 그 또럐의 통상적인 합주단 수준이 아닌 훌륭한 연주와 반주를 해 주어 음악회를 더욱 빛나게 해 주었다.

 

백조의 호수와 경기병 서곡 연주에서 부산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는 현과 관 그리고 타악기의 흠없는 완벽한 연주를 했는데 특히 경기병 서곡에서 빠른 턤포의 리드미컬한 선율을 트럼펫과 트럼본등 관 파트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연주를 해 주어 마치 레코드를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정확하고 빈틈없는 연주력 위에 소년들의 음악성 역시 기성 프로들을 뺨칠 정도의 높은 수준이었다.

 

이 소년들이 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면 오케스트라의 세계적 수준이라는 안목에서 볼 때 아직 빈약하기 이를데 없는 한국 음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귀한 꿈나무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져 보기도 했다.

 

부산 교구 성음악을 대표하고 있는 부산 가톨릭 합창단의 연주는 전체적으로 볼 때 수준급 이상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여성 40명 남성 2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우선 소리의 균형이 잘 잡혀 있었다. 흔히 합창을 할 때 단원들 중 튀는 소리와 심한 바이브레이션 떄문에 소리의 질을 떨어트리고 심지어는 음정의 정확도까지 해치기도 한다.

 

그런데 부산 가톨릭 합창단의 소리는 마치 한 나무에서 뻗은 가지처럼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화음의 조화를 잘 이루어 내었다. 나는 이러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훈련시킨 전임 지휘자 박헌일 선생에게 그 공로를 돌리고 싶다. 합창단의 수준 여부는 바로 지휘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균형과 조화라는 합창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충족시킨 외에 또 한가지 부산 가톨릭 합창단은 연주곡들을 모두 암보해서 불렀기 때문에 단원 모두가 지휘자의 동작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따라 주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합창단을 지휘한 신임 지휘자 이성훈의 지휘 스타일은 불필요한 동작보다는 부드럽고 섬세한 그리고 조용하면서도 정확한 비트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면서 마치 단원들 개개인과 대화하듯 연주를 이끌어 갔다.

 

암보연주는 단원들과 지휘자간의 일치감을 형성하도록 하며 보다 완벽한 연주곡의 음악적 해석을 통해 작곡자의 작곡 의도를 재현해 냄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직접 연결해 주는 중요한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높히 평가 받아야 한다.

 

연주회 마지막 곡이었던 이문근 신부님의 감사 찬미가(Te Deum)는 마침 격려차 연주회에 참석하신 부산 교구장 정명조 주교님의 굵은 바리톤 선창으로 시작되어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지휘자였던 박헌일 선생 모두 하나가 되어 열창해 청중들을 크게 감동시켰다.  특히 감사 찬미가가 박헌일 선생의 은퇴 마지막 지휘곡었기 때문인지 선생의 지휘봉은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음악을 다시 창조하고 있었다. 참으로 감격적이었고 감동적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모두 일어나서 우뢰와 같은 박수를 선생에게 보내며 그동안의 수고에 감사해 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연주회에서 내가 특별한 관심을 가진 곡목은 다성음악인 비또리아(Vittoria)의 Ave Maria 였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테마를 그대로 사용한 이 곡은 아마 한국교회뿐만 아니라 전세계 가톨릭 교회 성가대에서 널리 애창되고 있는 다성음악의 대명사격인 곡이다.

 

악보상으로 볼 떄 이 곡은 단순한 것 같지만 실상 제대로 잘 부르기 위해서는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 두 분야 모두 잘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마도 신임 지휘자가 이 분야에 경험이 부족해서였던지 곡의 시작부분인 그레고리오 성가 테마부터 곡해석에 있어 정통성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지휘자의 정확한 다성음악 지휘에도 불구하고 곡 전체의 균형이 매우 불안정했다. 이는 비단 부산 가톨릭 합창단만이 아닐 것이다. 그레고리오 성가와 다성음악은 정통성에서 단 한치도 벗어나면 안된다.

 

한편 라틴어 가사 발음에서 적지 않은 오류가 있었는데 한가지 예를 들면 곡 중 독창자들과 합창단 모두"miserere(미세레레)"를 "misserere"(밋쎼레레)" 로 발음하여 듣기에 매우 어색했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물론이고 다성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정확한 라틴어 가사 발음과 악센트와 억양의 표현이다. 화성적으로 아무리 잘 조화된 화음을 낸다해도 위의 요소가 결여되면 죽은 음악이라고까지 말 할 수 있다.

 

"아는 길도 물어 가자"라는 말이 있듯이 합창 지휘자라고 해서 모든 곡을 완벽히 해석할 수 있는 만물박사는 아니다. 모르면 물어보고 알면 기꺼히 대답해 주는 풍토도 필요함이 이번 부산 가톨릭 합창단 정기 연주회를 보면서 문득 생각이 났다.

 

2001년 12월 8일 꼴로쎄움 안테나 관리자 이대성(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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