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ㅣ미사

[사순부활] 성삼일 전례 해설 - 파스카 성삼일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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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4-03-31 ㅣ No.2425

[빛과 소금] 성삼일 전례 해설 - 파스카 성삼일을 맞이하며

 

 

교회는 사순시기의 마지막을 성주간으로 보내면서 사순시기 동안에 행해왔던 단식과 기도와 자선에 더욱 전념하게 됩니다. 성주간은 메시아이신 그리스도의 예루살렘 입성부터 수난까지를 기념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순시기가 마무리되면,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 미사로 파스카 성삼일이 시작됩니다. 파스카 성삼일과 그 안에서 거행되는 여러 예식은 전례 주년 전체에서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파스카 성삼일 동안 교회 공동체는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부활하신’ 주님을 특별한 예식으로 기념합니다. 이 거룩한 삼일은 성목요일 저녁 미사로 시작되기 때문에 성목요일 · 성금요일 · 성토요일을 성삼일로 여기는 분들이 더러 계십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파스카 성삼일은 성금요일(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 성토요일(무덤에 묻히심)과 그날 밤에 시작되어 다음 날 주일로 이어지는 주님 부활 대축일까지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 미사는 파스카 성삼일에 포함되지 않는 걸까요?

 

이 미사는 파스카 성삼일의 ‘서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날 해가 질 때부터 하루가 시작된다고 여겼던 유다인들의 관습이 보존되어 온 우리 교회의 전통에 따라 주님 만찬 성목요일 저녁 미사가 거행될 때 이미 성금요일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동시에 이 미사에서는 주님께서 마지막 저녁 만찬 때에 형제들간의 애덕과 봉사 정신을 가르쳐 주시고(발 씻김 예식)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을 기념합니다. 그리고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을 흘리시면서 성부께 기도를 바치시던 예수님과 일치하여 수난 감실에 모셔진 성체 앞에 머물며 그분과 함께 깨어 있는 시간을 보냅니다.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에서는 우리가 주님의 수난을 선포하고(말씀 전례), 우리의 청원을 드리고(보편 지향 기도), 주님 수난을 공경하며(십자가 경배), 마침내 주님 수난과 일치하는(영성체 예식) 구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점이 있다면, 이 예식에 참여하는 우리의 준비입니다. 파스카 단식을 하며 본당에서 거행되는 십자가의 길에 참여해서 주님의 수난 여정에 동반하는 것과, 주님 수난 예식에 의식적으로 참여하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행동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성토요일에 교회는 주님의 수난과 죽음, 저승에 가심을 묵상합니다. 그리고 기도와 단식을 하며 주님의 부활을 기다리며 노자 성체를 모시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고유 전례를 거행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장례를 치른 후에 무덤 앞에 앉아 있던 신심 깊은 여인들의 모습(마태 27,61 참조)을 받아들여 이어가야 할 것입니다.

 

밤이 되면 우리는 주님 부활 대축일의 시작으로 ‘모든 밤샘 전례의 어머니’인 파스카 성야를 거행하면서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게 됩니다. 캄캄한 어둠을 이기고 빛으로 돌아오신 주님의 부활을 상징하는 파스카 초를 바라보며, 구약에서 신약까지 있었던 주님의 부활과 세례성사를 예고하는 말씀들을 듣게 됩니다. 세례를 받는 이들과 함께 우리가 전에 받은 세례를 기억하며 새로운 생명을 얻고 빛의 자녀로 태어난 우리는, 이제 50일간 이어지는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며 그 기쁨을 형제자매들과 서로 나누며 지내게 될 것입니다.

 

[2024년 3월 24일(나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인천주보 3면, 최동건 프란치스코 신부(통진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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