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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땅, 평화를 심는 미얀마교회를 가다1: 가난과 차별을 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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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12-17 ㅣ No.513

분쟁의 땅, 평화를 심는 미얀마교회를 가다 (1) 가난과 차별을 딛고


1%(66만 명)가 힘겹게 지켜나가는 미얀마 교회… 도움의 손길 필요

 

 

- 우연히 들른 카레이교구 캄팟지역 교리교사 바오로의 집에서 가족들과 염수정 추기경이 함께 기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7년 11월 미얀마 땅을 밟은 지 1년이 지났다. 교황은 오랜 분쟁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어루만지며 ‘분노와 복수’가 아닌 ‘사랑과 평화’를 특별히 요청했다. 

 

미얀마는 영국과 일본의 식민지배 이후 60년 넘는 내전과 군부독재의 아픔이 쌓여 있는 땅이다. 미얀마 군부는 오랜 세월 나라 빗장을 걸어 잠갔고 분쟁과 가난으로 시간이 멈춘 땅이 되었다. 이런 미얀마에 최근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2016년 문민정부가 탄생하면서 예전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발전과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인구 90%가 불교를 믿는 미얀마에서 가톨릭교회 인구는 약 1%, 66만 명으로 미미한 숫자다. 하지만 교회는 변혁의 시대 속에서 갈등의 중재자로, 평화 건설의 주역으로 ‘작지만 큰’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오랜 가난과 차별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노래하며 평화를 심고 있는 미얀마교회, 교황청 산하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와 함께 그곳에 다녀왔다. ACN한국지부 이사장 염수정 추기경이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가난’은 수도 양곤을 조금만 벗어나도 바로 느낄 수 있는 미얀마 첫인상이다. 열악한 도로, 전력, 교육, 의료 상황은 우리나라 1960년대를 떠올린다. 교회는 특히 더 가난하다. 

 

“주일 미사 봉헌금을 다 모아도 1달러가 안 되는 날도 많습니다. 많을 때는 2달러?”

 

- 지역 정서에 부딪혀 외부를 성당처럼 꾸미지 못하고 있는 양곤 쉐피타 지역의 한 ‘창고형’ 성당.

 

 

미얀마 서북지역 친 주(州) 산간마을 성당의 조셉 싱 탕 신부(하카교구)는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고 말한다. 소작을 지으며 떠돌며 매달 7만 원 남짓 돈을 버는 신자들과 꾸려나가는 공동체는 가난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칼레묘 성심성당(칼레이교구)은 최근 기약 없는 새성전 짓기 공사가 한창이다. 조금씩 돈이 들어오는 대로 건물을 쌓아 올리고 있다. 원래 쓰던 성당은 흙바닥에 양철지붕을 덜렁 올려둔 터라 비 오는 날이면 미사 소리도 안 들릴 만큼 빗소리가 지붕을 때리고 더운 날엔 열기가 고스란히 들어와 찜통이 된다. 마땅한 의료 서비스도 없는 이곳에선 사람이 죽으면 성당에서 시신을 수습하기도 하는데 30년 넘은 낡은 차에 산 자와 죽은 자가 포개져 달리는 일도 예사다. 

 

‘차별’은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미얀마는 종교 자유 국가다. 하지만 국민 정서 문제는 다르다. 미얀마 신분증은 손바닥 반만 한 붉은색 종이에 이름, 출생연도, 신체 특징 등과 함께 출신 민족과 종교를 기록한다. 다수를 차지하는 ‘버마족, 불교’ 조합이 아니라면 비공식적인 차별을 감수하는 문화가 팽배하다. 미얀마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수녀들은 베일을 벗고 수도복 대신 사복을 입는데 이만 봐도 곱지 않은 시선을 읽을 수 있다. 경직된 분위기는 소수 종교를 움츠리게 한다. 수도 양곤에는 ‘창고형 성당’이 몇 군데 있는데 성당 외벽에는 십자가도, 스테인드글라스도 없다. 불교가 강한 지역공동체 분위기 탓에 종교시설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목적홀 혹은 창고로 허가난 건물은 문을 열고 봐야 비로소 성당임을 알 수 있다. 교회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소리높여 성가를 부르지 못하는 것은 물론 미사처럼 대규모 인원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일은 누군가 딴죽을 걸면 언제든 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라이따야 지역의 한 성당은 실제로 지난해 두 달간 문을 닫기도 했다.

 

 

- 칼레이교구 한 교리교사의 집에서 염수정 추기경과 엘리사벳 할머니. 할머니는 염 추기경에게 달걀 두 알을 선물했다.

 

 

‘미션’은 그럼에도 계속된다. 교회는 가난하게 쌓아올린 성전에서 함께 기도하고 복음을 전할 뿐만 아니라 사회 사각지대를 돌본다. 칼레이교구는 올 5월 의사 5명과 함께 시내에 무료 진료소를 열었다. 하카교구는 절반 이상 본당에서 청소년 기숙사를 운영하며 학업을 지원한다. 저학력, 저임금 굴레에 갇힌 청년들을 위한 컴퓨터, 영어, 운전 등 직업교육과 야학도 시행하고 있다. 무엇 하나 수월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목은 상상 이상으로 처절하다.

 

“산길에서 네 번이나 굴렀는데 아직도 살아있다니!”

 

우기가 되면 질척한 땅을 헤집으며 오토바이를 탔다가 업었다가 해발 5000m 산길을 달린다는 다윗 킨 훙(하카교구) 신부의 슬픈 농담이 이곳에선 ‘일상’이다.

 

* 고통받는 교회 돕기(Aid to the Church in Need, ACN)는 가난과 차별, 박해로 어려움을 겪는 가톨릭교회를 지원하는 교황청 산하의 재단으로 2015년 아시아 최초로 한국 지부를 개설했다. 미얀마 교회는 ACN을 통해 성전 건립, 교리 책 발간, 성직자 양성 및 생계 지원 등을 받고 있다.

 

문의: 02-796-6440 또는 인터넷에 ‘고통받는 교회 돕기’ 검색, 성금 계좌: 우리은행 1005-303-232450 (예금주 사단법인 에이드투더처치인니드코리아)ACN

 

 

ACN 한국지부 이사장 염수정 추기경 

 

염수정 추기경은 ACN 한국지부 이사장으로서 처음으로 11월 26~30일 ACN 후원 현장을 방문했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형제 교회의 어려움에 함께 연대하기 위해서다. 염수정 추기경의 미얀마 방문 소감을 정리했다.

 

“미얀마 첫 현장 방문은 애초 계획 없었던 깜짝 방문으로 시작됐습니다. 현장 방문을 가던 도중 험한 도로 사정 때문에 차량 타이어에 구멍이 났고 시골 들판에 차를 세웠습니다. 그런데 길 바로 앞에 있던 농가에 ‘가톨릭교회, 교리교사 바오로의 가정’이라는 문패가 있었습니다. 한 평신도 교리교사의 가정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놀라운 하느님의 선물이었습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도 신앙을 지키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고통에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나누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은 경제적 지원일 것입니다. 특히 의료와 인재 양성 부분에서 도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교회를 돕는다는 것은 경제적인 도움에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성직자의 사목활동과 수도자의 사도직을 돕고 그들의 어려움에 함께하고 연대함으로써 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고 말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실천하는 우리는 참 좋은 신앙인으로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가톨릭평화신문, 2018년 12월 16일, 유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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