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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오늘 (4) 결혼, 행복을 찾는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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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6-10 ㅣ No.108

[청년, 오늘] (4) 결혼, 행복을 찾는 동행


결혼해서 고생하느니 혼자 살겠다? 그래도 함께 성가정 이루는 행복 크지 않을까

 

 

주교회의가 발표한 ‘2017 한국 천주교회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국교회의 혼인 건수는 총 1만5842건(성사혼 6000건, 관면혼 9842건)으로 전년 대비 1489건 줄어든 8.6%의 감소율을 나타냈다. 교회혼 건수는 2008년 2만6182건에서 1% 내외로 증가했던 한두 해를 제외하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며, 2017년이 교회혼 건수가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회혼을 포함하는 사회혼(총 혼인 건수)도 마찬가지로 2012년부터 감소세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6년에는 전년 대비 약 7.0% 감소해 처음으로 30만 건 아래로 급감했다.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지만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혼인 건수를 비교하면 사회혼은 19.3%가 줄어든 반면, 교회혼은 39.5%(성사혼 44.6%, 관면혼 35.9%)가 줄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주교회의 2017 한국 천주교회 통계.

 

 

결혼은 사치?

 

오랜 경기 악화로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고 있다. 사회 진출에 성공하더라도 대부분 계약직이나 인턴 등 비정규직으로 일을 시작한다. 그런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서 연애하고 결혼을 생각한다는 건 사치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초년생의 경우 연애를 시작해도 자유롭게 시간을 내기 힘든 상황이 많다. 그러다보니 삶의 우선순위는 가정을 꾸리는 ‘행복한 삶’이 아니라 현재 생존을 위한 직장이 있는 ‘안정된 삶’이 더 중요시 되고, 자연스럽게 연애와 결혼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된다.

 

공인 회계사로 일하는 김민성(가명·안토니오·30)씨는 국내 유수의 기업에서 일하면서 같은 나이의 친구들에 비해 높은 소득을 얻고 있다. 집도 서울에 마련해 1인 가정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야근이 일상이고 주말에 돼야 겨우 자기 생활할 시간이 생긴다. 주변에 지인을 만들 시간도 없고 하물며 연애나 결혼에 신경 쓸 시간도 없다. 그나마 같은 직장에서 사내 연애를 잠깐하기도 했지만 서로 바빠지며 결국 헤어지게 됐다.

 

최근 청년에게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나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같이 큰 행복도 아닌 자신만의 행복을 찾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런 청년에게 큰 희생을 요구하는 결혼은 오히려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회·문화 시스템도 이런 현상에 맞게 혼자서도 잘 사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각종 미디어와 SNS에서는 혼자서 다닐 수 맛집이나 나홀로 여행을 소개하면서 혼자인 삶이 결코 외롭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는 식으로 대중을 자극한다. 반면에 40·50대 중년부부의 갈등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며 결혼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게다가 막상 결혼을 하려해도 또 다른 장벽이 생긴다. 오랜 한국 문화가 걸림돌이다. 결혼은 개인과 개인이 아닌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 되다 보니 두 사람의 사랑만으로 성사되기 쉽지 않다. 

 

결혼 2년차 김진아(가명·글라라·29)씨 역시 비슷한 일을 경험했다. 김씨는 신자이지만 부모님은 신자가 아니고, 남편과 시댁 식구는 세례를 받았지만 성당에 꾸준히 나가지는 않고 있다. 김씨는 “결혼준비 과정에서 두 집안 문화차이가 있다 보니 서로 가족들의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하는 것들도 많고 비용까지 부담스럽게 들어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현실을 우려하며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 72항에서 혼인성사는 ‘사회적 관습’이나 ‘의미 없는 예식’, ‘단순히 약속의 외적 표징’이 아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상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기 힘든 게 현실이다.

 

 

결혼 정말 힘들기만 할까

 

결혼 40년차 배카타리나(서울 홍제동본당)·손엘디(비오)씨 부부는 결혼은 ‘행복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손씨는 “최근 많은 청년이 어려움 없이 즐겁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데 이보다 좋은 것이 있다면 바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면서 “혼자 살면서 느끼는 외로움보다는 같이 살아가면서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즐거움과는 다른 차원인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손씨는 “결혼을 하는데 있어서 잘 살아야 하고 훌륭하게 살아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정작 행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살아보면 문제가 많이 있을 수 있지만 그만큼 깊이 있게 성숙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손씨는 결혼 생활에 있어서도 안 싸우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긍정적 방향으로 생각하는 훈련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혼인’을 하나의 성소로서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교황은 「사랑의 기쁨」에서 혼인성사는 ‘부부의 성화와 구원을 위해 주어진 선물’이라고 강조하며 “혼인과 가정은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성령의 은사를 교회를 통해 받아 하느님 사랑의 복음을 증언한다”고 말한다. 

 

박수환 신부(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는 “‘혼인성사’는 하느님께 보여줄 수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말한다. 특히 박 신부는 “연애할 때의 사랑도 중요하지만 혼인 안에서의 사랑은 ‘결심’으로서의 사랑으로 상대에게 힘들고 못마땅한 부분이 있더라도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서 “평생 부부로서 살기 위해선 끊임없이 사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혼인 예식을 치르지 못한 부부도 환영

 

결혼을 위해 가톨릭 신자의 경우 혼인 교리, 혼인 면담, 성당 예약까지 해야 한다. 더욱이 비용이나 일정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보니 혼인성사를 미루거나 약소하게 치르는 ‘스몰웨딩’을 선호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청년들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서는 본당이 있다. 서울 한남동본당(주임 이형전 신부)이다. 본당에서는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가톨릭 신자면 누구라도 무료로 혼인 예식을 치를 수 있다. 이형전 신부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혼인을 치르지 못한 신자들을 위해 사목적 배려 차원에서 시작했다. 주된 대상은 혼인 장애를 해소하려는 신자들과 혼인 예식을 치르기 어려운 신자들이었다. 그런데 많은 청년이 혼인을 기피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그 문을 넓히게 됐다. 이 신부는 “어려운 가운데도 용기 있게 성가정의 첫걸음을 내딛으려는 분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었다”면서 “작은 결혼식을 하려는 분들뿐만 아니라 같이 산 지는 오래됐지만, 혼인 예식을 치르지 못한 부부들도 환영한다”는 뜻도 전했다.

 

청년들이 ‘나도 결혼하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혼인율은 계속해서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혼인 감소 문제는 비단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와도 직결되는 만큼 이 문제가 해소하려면 각 분야의 학자들도 연구하고, 사회적 제도 개선과 의식 변화가 함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무엇보다 혼인 준비 과정을 부담스럽게 느낀다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있는 만큼 절차의 간소화나 보완을 위해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교회는 매스미디어가 심은 가치관을 올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 미혼 청년들을 위해 ‘선택’이나 ‘약혼자 주말’ 등이 운영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프로그램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신부는 “매스컴의 영향으로 일반 대중뿐만 아니라 신자들도 세속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교회가 이런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잡을 수 있어야 청년들이 ‘결혼해봤자 고생만 하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톨릭신문, 2018년 6월 10일, 최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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