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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성사] 우리가 받는 세례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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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4-08 ㅣ No.234

[빛과 소금] 우리가 받는 세례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예수님께서는 요한에 의해 세례를 받았다. 예수님의 부활과 승천의 사건을 거친 베드로는 오순절에 성령 강림 사건 이후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다. 베드로는 사람들에게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사도 2,38)라고 선포하였다.

 

예수님은 생전에 세례를 주신 적이 없다. 그런데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세례를 주었다고 말한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유다 땅으로 가시어, 그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머무르시며 세례를 주셨다”(요한 3,22). 그런데 요한 복음저자는 세례의 중요성을 예수님께서 주셨다는 권위를 보이기 위해 말했지만, “사실은 예수님께서 친히 세례를 주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준 것이다.”(요한 4,2)라고 고백한다. 이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세례가 공동체의 입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예식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그 시초부터 세례를 실천했으며, 세례 없이 교회 공동체의 설정은 없었다. 우리는 세례의 기원을 찾아 볼 때 헬레니즘의 정결 예식이나, 유대교에서의 개종 입교나 정화 예식에서 보다, 예언자 요한의 활동에서 그리스도교 세례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요한의 세례를 그 당시 널리 전파되어 있던 어느 단체에 입적하는 양식으로서 받던 세례와 달리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로서”(마르 1,4) 최후 심판이 가까이 도래하고 있다는 예언적이며 종말론적 선포였다. 즉 최후 심판 전에 죄의 사함을 받아야 하고 이 사죄는 하느님께만 가능한 것이며, 하느님은 진정으로 회개하고 돌아오는 누구에게나 죄를 사해준다는 것을 성사적으로 나타낸 것이 요한의 세례이다.

 

이처럼 요한의 세례는 회개를 통한 사죄나 속죄를 통한 종말론적 구원의 성사를 뜻하며, 할례를 통해 구원받았다고 생각된 모든 유대인들에게도 권유됨으로써 유대교에 대한 도전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요한의 세례가 그리스도교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그리스도교의 창시자인 예수님 자신이 요한의 세례를 받았고, 예수님의 제자 중 몇 명은 요한의 제자였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세례는 당신의 부르심을 받고 당신과 관계를 맺도록 준비시키는 성격을 지녔다고 보아야 하며, 그래서 그 후 얼마 안 가서 그러한 세례를 완전히 중단했다고 보아야 하겠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 하고 선포한 예수님의 말씀은 요한 세례자의 투옥이나 죽은 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예수님은 죄인인 인간을 구하러 왔지만, 어느 예식이라는 표식의 매개가 아니라 당신이 창설하신 공동체를 통하여 말과 행동으로 죄를 사해주고 구원으로 이끌어 준다. 예수님이 보증하는 사죄는 가까이 도래한 종말적 심판에서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의 표현이다. 예수님께서 선포한 회개는 어느 율법이나 제사에서가 아니라, 하느님께 귀의하는 정도에 의하여 측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예수님의 근본적 사상은 ‘모든 예식주의의 종말’을 선포하였고, 인간을 새로운 세상의 중심에 놓아 그 인간이 예수님과 만나는 자체가 평화를 이룩하며 항존적인 사죄가 보장된다는 것이다. 요한의 세례가 유대교의 제사와 할례에 대치된 것으로 생각한다면,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도입된 요한의 세례를 대치하는 것은 곧 예수님 자신이라 하겠다. 예수님께서 창설하신 당신 교회 공동체를 세상에 드러내기 위해 베드로를 통한 공식적인 세례를 줌으로써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성장 발전하게 된 것이다.

 

[2018년 2월 18일 사순 제1주일 인천주보 4면, 김일회 빈첸시오 신부(구월1동 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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