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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화와 한의학: 색과 질병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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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8-01-22 ㅣ No.495

[성화와 한의학] 색과 질병 치료

 

 

클로드 모네와 데 꼴로레스

 

스페인어 ‘데 꼴로레스’(De Colores, 영어로 ‘The colors’)는 꾸르실료에서 ‘빛과 함께’라는 뜻으로 통한다. 가톨릭 신자들이 차를 타고 한적한 시골길을 가는데 느닷없이 하늘과 땅이 온통 깜깜해지면서 천둥과 번개, 거센 비바람이 몰아친다. 그들은 시골 농가 앞에 차를 세우고 두려움에 떤다.

 

그런데 먹구름이 걷히고 찬란한 햇살이 내리쬔다. 그들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은총에 감격하여 노래를 부른다. 그 노래가 ‘데 꼴로레스’란다. 햇살에 드러난 봄철 들녘이 색색의 빛으로 마치 무지개를 보는 듯 새삼 아름답고, 멀리서 날아드는 작은 새들의 알록달록한 색깔과 수탉 · 암탉을 쫓는 병아리들이 떼 지어 노래하는 것이 귀여워, 하느님의 크신 은총을 찬양하는 노래란다. 이것이 전해져 데 꼴로레스는 꾸르실료의 노래가 되었다고 한다.

 

햇빛에 따라 시시각각 아름다움을 달리하는 자연은 신비롭고 경이롭다. 이 신비와 경이를 노래한 것이 데 꼴로레스인 것이다. 그런데 이 신비와 경이를 화폭에 담고 싶어 한 화가가 있다. ‘빛의 화가’로 일컬어지는 인상파의 대가인 클로드 모네다. 모네야말로 데 꼴로레스, 곧 ‘빛과 함께’한 화가다.

 

‘자연에는 고유의 색이 있다. 자연에는 고유의 형태가 있다.’ 모네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자연의 고유한 색이나 형태라는 것은 인간이 그렇다고 여기는 편견에 불과할 뿐이다. 모네는, 빛으로 말미암아 자연은 순간마다 새로운 색을 띠며 새로운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이를 추구하며 이를 표현하려고 했다. 그래서 모네의 그림은 빛과 자연의 어울림이며, 자연과 자연, 나아가 자연과 인간까지 빛에 따른 이음의 연속으로 철저히 동화되어 화폭 속에서 대우주와 소우주로 녹아든다. 그런 의미에서 모네의 ‘수련’ 연작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이다.

 

 

루앙 대성당과 설맹

 

모네는 ‘수련’ 외에도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장의 그림을 그리는 연작을 많이 창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루앙 대성당 연작이다. 루앙 대성당은 노트르담 대성당으로도 부른다. ‘성모 마리아를 위하여 건립된 성당’이라는 뜻이다. 매우 아름다운 이 대성당을 모네가 그렸다. 아침 모습, 흐린 날의 모습, 햇빛 강한 오후의 모습 등 하루 중 시간에 따라 변하는 그 순간마다의 이미지를 보이는 대로 그린 연작이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하는 빛과 색채를 그대로 그리려 했던 모네는 결국 눈에 이상이 생긴다. 태양은 광범위한 파장을 가진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가시광선의 파란색이나 보라색 광선보다 더 짧은 파장을 가진 자외선에 눈을 손상한 것이다.

 

자외선은 검버섯, 기미, 주름살 등 피부 손상을 유발하는 노화의 주범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억력이나 인지 기능을 저하시키는 등 해마에서의 신경 섬유 생성을 감소시킴으로써 뇌 기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 또한 강한 자외선은 눈에도 치명적이어서 각막에 화상을 입혀, 그 결과 결막염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또한 수정체와 망막 모두에 손상을 줄 수 있어 백내장, 황반 변성, 익상편 등의 각종 눈병을 일으킬 수 있다.

 

가볍게는 안구 건조나 안구 충혈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눈물 흘림, 눈 부심, 안검 부종 또는 눈 속에 모래가 차 있는 느낌이 들고 눈동자를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을 느끼며, 시력이 감소하거나 실명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눈이 가득 덮인 곳에서 다량의 자외선을 한꺼번에 쬐인 뒤 실명하는 것을 설맹이라고 한다.

 

 

색과 질병의 치료

 

색만큼 풍부한 것은 없다. 빛의 변화가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이다. 색에는 3대 요소가 있다. 첫째, 색상이다. 색의 폭이다. 둘째, 명도다. 색상의 밝기를 말한다. 셋째, 채도다. 색의 선명도다. 그래서 색은 빛과 함께 한없이 풍부해진다. 색은 후각이나 미각과 마찬가지로 심리적으로 감정을 좌우하며, 생리적으로 건강을 지배한다. 음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음식의 맛이나 식욕은 후각, 미각만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다. 식탁이나 식기의 색부터 음식 재료의 색과 그 재료의 배합에 따른 색의 변화에 따라 맛이 달라지며, 식욕이 늘거나 소화력이 좋아지며 영양가가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한의학에서는 색과 오장(다섯 장기)을 대응시키고, 또 색과 오미(다섯 가지 맛)를 대응시켜 오장의 생리적, 병리적 기전을 설명한다.

 

이를테면 청색은 간장과 신맛에 대응된다. 그래서 분노하면 얼굴이 푸르러지고, 평소 얼굴이 푸른 사람은 신경질적 경향이 있다. 신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간장이 안정된다. 임신하여 간이 위축되면 신맛을 찾는 것은 그런 이유다. 사철쑥 같은 청색 약재는 간장에 좋다.

 

적색은 심장과 쓴맛에 대응된다. 그래서 심장 활동이 왕성하거나 기쁘면 얼굴이 붉어지고, 쓴맛의 음식을 먹으면 심장이 안정된다. 잇꽃 같은 적색 약재는 심장에 좋다.

 

황색은 비장과 단맛에 대응된다. 그래서 비위가 좋으면 얼굴이 윤택한 황색을 띠고, 비위가 약하면 얼굴이 누렇게 들뜨며 야윈다. 단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비위가 안정된다. 황기 같은 황색 약재는 비위에 좋다.

 

백색은 폐장과 매운맛에 대응된다. 그래서 폐가 약하거나 선천적으로 기가 부족하면 얼굴이 희다. 흰 데다 홍조까지 띠면 폐병이다. 매운맛이 있는 음식을 먹으면 폐가 안정된다. 도라지 같이 백색 약재는 폐장에 좋다.

 

흑색은 신장과 짠맛에 대응된다. 그래서 건강하면서 얼굴이 검으면 정력이 좋고, 검지만 윤택하지 못하면 정력 쇠약이나 내분비 질환일 때가 많다. 짠맛이 나는 음식을 먹으면 신장이 안정된다. 지황같은 흑색 약재는 신장에 좋다.

 

* 신재용 프란치스코 - 한의사. 해성한의원 원장으로, 의료 봉사 단체 ‘동의난달’ 이사장도 맡고 있다. 문화방송 라디오 ‘라디오 동의보감’을 5년 동안 진행하였고, 「TV 동의보감」, 「알기 쉬운 한의학」, 「성경과 의학의 만남」 등 한의학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을 여러 권 냈다.

 

[경향잡지, 2018년 1월호, 신재용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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