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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조그만 실수에도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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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7-04-17 ㅣ No.381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조그만 실수에도 괴롭습니다

 

 

질문

 

어렸을 적에 누군가에게 잘못을 해서 크게 면박을 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어느 순간부터 저의 실수나 잘못에 대해, 남들에게 지나치게 미안해한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누구나 하는 실수인데도, 잘못을 지은 것처럼 괴롭습니다.

 

 

답변

 

도덕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것과 같은 강박적 사고는, 자신이 한 행동을 스스로 세운 도덕적인 기준과 규칙에 따라 평가하고 이에 도달하지 못하였을 때 부정적인 사고나 감정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심리적으로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점점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합니다. 또 실수나 실패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과 두려움에 점점 더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지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강박증을 가진 분들은, 불편한 생각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통제하기 위해 ‘사고 억제(thought suppression)’를 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나 불안이 있는 경우, 떠오르는 기억을 억제하려고 하면 할수록 오히려 특정한 생각이나 기분, 느낌, 감각 정보에 더욱 집착하게 되는 역설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정적인 생각이나 기분을 통제하는 노력이 실패하면, 자기비하나 자책감 같은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게 됩니다. 심하게는 신체 건강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부정적인 사고를 억제하기보다는 그냥 생각이 나면 나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오히려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은 실수나 잘못을 했던 적이 전혀 없는 완벽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우리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하며 완벽한 관계를 이루려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오래전 결혼정보업체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분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남녀 커플을 소개시켜 주고, 결혼까지 성사되는 것을 수없이 지켜보았지만 남녀가 인연이 된다는 것은 정말 모르겠답니다. 학력, 경력, 재력을 보더라도 서로 이어질 것 같지 않았던 남녀 커플이 결혼까지 하는 것을 보면 ‘특별한 인연’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남녀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결정하는 데에는 완벽한 조건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조금 부족하지만, 서로 보완하면서 살아가는 것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문제가 되긴 합니다만, 낮은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해서 항상 나쁜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는 무조건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덜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낮은 자존감이나 부족한 자신감 때문에 겸손하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도움을 주는 사람일 수도 있답니다. 그러니 자신이 잘못하고 실수하는 문제점만 보기보다는 강점이나 장점을 이해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남들에게 실수나 잘못을 했던 결과만 가지고 자책하지 말고, 실수나 잘못을 하지 않으려고 늘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면 좋겠습니다.

 

상담 중에 수없이 했던 질문입니다. “1과 2사이에는 숫자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인생은 흑백으로 정답을 나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성공 아니면 내 인생은 모두 실패’, ‘잘한 게 아니면 나는 모두 다 잘못’이라는 이분법적인 분류 체계가 자신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질문 보내실 곳 : <우편> 04996 서울특별시 광진구 면목로 32 sangdam@catimes.kr

 

[가톨릭신문, 2017년 4월 16일,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 ·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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